시각장애인 모임 '일터 개혁 추진위', 장애인 사회의 '희망'으로 떠올라

제주안마사 일터 개혁 추진위 김두홍 위원장과 전 제주통합안마원 노조위원장 임재만씨

지난 15일 시각 장애인 안마 노동자들이 주체가 돼 '제주안마사 일터 개혁 추진위'가 발족했다.

일터 개혁 추진위는 지난 8월 28일 통합안마원 사용자측이 일방적인 폐업을 결정해 안마원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은지 18일만에 안마사들과 안마업을 배우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해 30명으로 "안마업이 특정인의 사업이 아닌 안마사들의 일터가 되야한다"며 일터 개혁 추진위를 꾸렸다.

안마업을 살펴보기 위해서 우선 알아둬야할 게 있다.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합법적 안마업을 그들에게 주고 있다. 이 제도는 불법 안마사들을 막고 장애인을 애우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정착된 것이다.

제도 자체는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의 제도도 헛점은 있다. 시장 진입에 제한이 있는만큼 특정 사업자의 독점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것.

그렇게 된다면 안마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더 없이 악덕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다.

독점 기업 사업주가 장애인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각 특급 호텔에 복지 형태로 수주를 따내고 운영은 개인 사업체로 하게 된다면...

제주통합안마원은 안마사들의 노조결성을 무마하기 위해 지난달 폐업하기 전까지 제주도내 각 호텔에 안마업을 독점했다.

칼호텔, 오리엔탈호텔, 그랜드호텔, 크라운프라자호텔 등 도내 특급호텔의 안마사업권은 제주통합안마원의 차지였다.

전 제주통합안마원 양예홍 원장, 그는 시각장애인 협회 제주지부 지부장이다. 횟수로 따지면 총 30년간 지부장직을 맡고 있다.

이런 그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 쉽게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장애인 복지라는 명문도 있다.

한 예로 89년 옛 남서울 호텔에 안마업권을 따낼 때 당시 도내 대학생들이 호텔 측에 장애 복지를 요구하며 그를 도와 준적도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비장애인의 무관심 속에 이들은 독점 기업으로 성장했고 안마사가 한 건당 3만7000원을 안마비로 받고 한 달에 2천건 에서 많게는 4천건 까지 일을 하지만 안마사는 그중 47%만 받고 나머지 53%는 임원, 사장 등에게 고스란히 받쳐야 했다.

이건 분명히 착취였다. 이들의 현실을 기사화한 날 댓글을 통해 한 '제주 소리' 네티즌은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라고 개탄했다.

정말 대명 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이권 단체, 아니 더 강력한, 대한안마사협회, 그들의 정체는 무언가? 안마사들이 아니라 한 줌도 안 되는 안마업자로 똘똘 뭉쳐 버린 전국적 안마업자들의 조직.

제주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파업이 확산될까 두려워 비행기 타고 직접 제주에 와 노조원들을 불법으로 몬 시위를 하는 촌극을 벌였던 이들. 대 낮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노조원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 자들.

통합안마원의 사실상 위장폐업 이후 12명의 노조원들은 파업기간을 합쳐 4개월 간 일자리 없이 절박한 생계의 위협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일어나려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안마업의 특수성 상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않된다"며 "민주적이고 안마사가 직접 주인이 된 평등한 조직을 통해 안마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추진하는 안마업 형태는 주식회사나 법인 단체.

시각장애인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다함께 살기 위해서는 제주에서 모범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터 개혁 추진위가 꼭 성공되어야만 한다.

이들 일터 개혁 추진위 소속 안마사들에게는 단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살고 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거나 이들을 장애인으로서 불쌍한 존재로 봐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이들의 요구의 내면은 바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다.

지난 24일 일터 개혁 추진위의 강력한 요구로 겨우 일터 개혁에 관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토론회를 통해 비노조원과 현재 통합안마원에서 관광안마원으로 또 건강안마원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 사용자들도 초청하여 진정한 시각 장애인의 생존권을 마련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날, 제주도청에서 오기로 한 오경생 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오지 않았다.

도청 공무원의 중재가 없다면, 일터 개혁은 허사가 된다. 장애인들끼리 갈라서게 되고, 호텔에서는 안마업권을 주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오경생 보건복지여성국장이 불참한 이유는 노사문제에 도가 끼어들 수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여러 차례 대한안마사협의와 양예홍 원장이 도청을 찾아갔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알 길은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 더 따지고 싶지 않다.
앞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터 개혁 추진위는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도청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약속을 받았다. 10월 4일 다시 토론회를 한다고.

만약 이 토론회마저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된다면 이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별만 다르지 않다.
이날, 부디 참석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손을 내밀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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