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이든 산업용이든 우리들의 삶의 모든 부산물은 바다로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있으나 최근 마을어장을 중심한 해양생태계는 크게 2가지 변화를 겪고 있다. 첫째는 과거 주요 생물자원이었던 종들이 점진적인 소멸이며, 둘째는 아열대 및 열대 생물의 새로운 등장이다. 

두 상황은 모두 어장의 해양환경을 변화시키는 결과물들이며, 현재도 어장내에서 서로 공존하고 있다. 이는 전 지구적인 현상인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온의 상승이 주된 원인이기도 하나 인간활동 영역의 지속적 확장도 이러한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을어장 역시 생태계 중심세력의 변화라는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면 제주도의 어장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생물자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변화하는 세력(환경)에 밀려 현재의 생태계도 잃고 다가오는 유익한 생태계도 얻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감지하고 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재 어장생태계에 대한 정밀한 정보의 확보, 어장관리를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의 구축, 변화된 어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화된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도 주변 해양환경은 과거 80년 동안 1.5℃가 상승했고 2000년대 이후 수온상승 폭은 더 급격히 진행돼 혹자는 앞으로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제주도는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의 해양환경과 비슷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마을어장의 기초생산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해조류의 분포변화를 보면 더 실감할 수 있다. 

제주연안 마을어장은 화산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생산성 높은 어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감태, 미역 등 마을어장의 해조류 군락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등 갯녹음어장이 늘어나고(전 암반지역의 40%) 대신에 석회조류, 갈색대마디말 그리고 비단망사류 같은 아열대성 해조류가 우점적으로 번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양동물들도 마찬가지여서 남부지역에 서식하던 연산호군락이 제주전역으로 또는 대마난류를 따라 남해안 또는 동해안으로 서식처를 넓혀가고 있다. 더불어 무성한 해조류가 덮여있던 자리는 매우 부착성이 강한 거품돌산호, 아열대성 말미잘 등이 넓은 분포대를 형성하여 해조류의 서식처는 더더욱 위태롭게 돼가고 있다.

바다생물에 있어 해류는 생물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된다면 열대 및 아열대성 생물은 더 다양하게 제주연안으로 이동해 올 것이다. 이는 국가연구소에서도 발표됐듯이 제주연안에 출현하는 어류 중 40%가 아열대성 어류라는 것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어종인 다금바리나 자리는 더 이상 제주도만의 토착종이 아니라 쏠배감펭이나 청줄돔 등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종들이 그 자리를 위협하고 주인행세를 시작하고 있다.

아열대성 종들의 특징은 그 색상이나 모양새가 매우 특이하고 화려하다. 지금 제주바다는 형형색색의 해조류, 산호류, 말미잘류, 달팽이류 그리고 어류들로 메워지고 있고 그들로 인해 스쿠버다이버들이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제주연안은 당분간 지역 토착종과 새로이 이주돼 오고 있는 아열대성종간에 서로 섞임 현상으로 인해 생태적 지위를 놓고 더더욱 치열한 생태적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학적 혼란은 결국 지역 토착종이 더 수온이 낮은 북쪽으로의 이동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더불어 마을어장도 전복, 소라, 미역 등 주요 전통적인 어획종의 점진적 소멸로 인해 잠수(해녀)들의 주 소득원이 변하고 어촌도 많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어 제주도의 전통적 문화기반도 변화될 것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기후변화는 ▲생태계 중심이 이동 ▲종의 교체(어획종) ▲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한 바 있다.

이렇듯 생태계의 변화는 제주만이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변화되는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대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양생태계의 영향과 변화는 비단 기후변화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의 활동영역 즉 도시팽창, 연안개발, 육역개발 등에서 영향을 받는 부분도 매우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하던 이들 영향요인이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어장내 자연적 생산력을 유지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 중 가장 최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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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민 팀장. ⓒ제주의소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위한 여러 가지의 개발효과가 어떠한 분야에서는 무한한 희생을 강요받는 후진적 행태는 더 이상 용납이 안된다. 어장생태계의 변화는 단순한 어업생산력의 저하만을 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생태계를 변질시킬 수 있고 후손들에게 너무도 많은 짐을 지게끔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고 얼마나 실천해 나가는가에 따라 제주도 바다는 또 다시 건강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거듭날 것이다. 현재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해양생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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