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 사전적 의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부동산을 매매하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용도지역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이 가능한 용도에 대해 건축의 자유가 부여된다. 유보지 성격이 강한 자연녹지지역, 관리지역도 개발행위 허가만 받으면 토지가격이 상승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주시내 자연녹지지역 토지가격은 기형적으로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도시가 외연적으로 확산하면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난개발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허가를 받은 토지주나 사업시행자이고, 그에 따른 비용은 도민이 세금이라는 형태로 부담하게 된다. 난개발은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도시개발사업이나 택지개발사업지구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업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전제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분양이 잘되도록 할 것인가에 계획의 초점이 맞춰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발사업지구 내 용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건물 건축을 위해 토지를 분양받는 경우도 있지만 시세차익을 노려 분양 받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특히 토지가 가져오는 불로소득을 걷어내지 못하면 제주도는 희망이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희룡 지사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기반시설을 이용해 개발행위허가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더불어 우연적인 요인으로 개발행위허가가 가능한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즉, 계획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계획허가제가 도입되면 계획이 없는 개발사업은 불가능하다. 난개발, 부동산 투기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제주도내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미래비전계획의 서문에는 계획허가제 도입을 야심차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계획허가제의 경우 2030년 이후에나 추진하는 초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만다. 원희룡 지사가 극찬하는 제주미래비전 계획은 언어적 유희가 넘치는 보고서가 돼버렸다.

원희룡 지사가 거주하고 있는 A 주택은 어떠한 곳인가? 자연녹지지역 난개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1필지에 12호의 단독주택이 들어서는 형태로 개발됐다. 2011년 건축허가가 나간 후 이와 유사한 형태로 100건 이상 건축허가가 이뤄졌고, 공사가 진행됐다. 도지사 본인이 분양형 타운하우스와 비슷한 단독주택에 거주하면서 분양형 타운하우스를 강력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번에 원희룡 지사가 임명한 행정시장 예정자 두 명 모두 부동산 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다. 고경실 제주시장 예정자는 시민복지타운 내 단독주택용지 322.9㎡를 2012년 8월18일 1억8986만5200원에 매입했다. 매입당시 1억1500만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했다. 고 예정자는 여기에 단독주택을 건축하지 않고, 2014년에 인근 아파트를 구입한다. 2016년 1월7일에는 단독주택용지를 담보로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한마디로 주택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저렴하게 매입한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토지를 가지고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지렛대로 사용한 것이다. 다른 도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직 공무원이 부동산 투기에 앞장섰던 것이다.

이중환 예정자 또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농지는 영농인만 구입할 수 있다. 농지원부가 없는 도민이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영농을 병행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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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제주의소리
공무원은 국민의 공공복리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인적인 희생도 감내하면서 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를 국가가 공무원 연금이라는 형태로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방지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도지사의 실천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도지사가 실천의지가 있다면 A 주택에서 나와 공관에 거주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사람을 행정시장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 / 이정민(제주대학교 산업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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