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 이주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실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제주는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순 이동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선 2010년 이후 매년 2만명 이상, 지난해 (2015년)는 무려 3만8000여명이 제주에 전입했다. 특히 30, 40대 유입인구의 증가 현상에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유출인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제주도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육지에서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자 이곳을 떠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정착주민의 증가에 따라 2014년에 ‘정착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정착주민에 대한 실태조사 및 지원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로의 인구유입 현상은 제주도 자체의 환경 영향은 물론 한국사회의 변화와 함께 복합적인 현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제주로의 유입인구 증가 현상에 대한 배경이나 원인 분석을 차치하고라도 타 지자체와 비교할 때 유입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제주에 오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들은 경쟁위주의 삶에서 탈피하려고, 혹은 자녀에 대한 대안 교육의 장소로, 그리고 치유와 힐링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다. 거기에 제주의 자연이 그들에게 매력적인 것은 물론이다.

정착주민들은 제주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고, 낯선 제주문화에 적응 및 선주민과의 융합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정착주민과 선주민간의 갈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주민들은 노골적으로 ‘이제 육지 사람들이 제주에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여전히 자녀들은 육지나 도시로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정착주민의 입장에서는 선주민들이 너무 배타적이어서 자리를 잡고 살기가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유입인구의 증가로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폐교 위기의 학교가 다시 살아나고 농산물 직거래가 늘어나는 등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 또한 이주민 중심으로 등장한 플리마켓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관광객들이 찾는 하나의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모두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며 긍정적인 변화로 만드는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착주민과 선주민간의 갈등해결을 통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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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진. ⓒ제주의소리
텃세는 어디에서나 있는 것, 다만 그 모양과 빛깔이 다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상생과 화합은 정착주민과 선주민 모두 서로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 집단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도 안 되며 다수가 소수를 배려할 때 사회 전체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일상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연습, 그것이야 말로 글로벌 시대에 더 큰 제주를 위해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다행이도 우리는 이주민 증가시대를 맞아 차이를 인정하는 연습을 통해 더 큰 제주를 만들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이화진 연구원(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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