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주포럼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 화두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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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특강에 나선 장하준 교수. ⓒ 제주의소리

제주를 찾은 세계적인 석학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한국경제의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로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20일부터 23일까지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마지막 특강에 나선 장 교수는 “한국 기업은 지난 20년간 대단한 신산업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90년대 6%였던 경제성장률이 이제는 2~3%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장 교수가 던진 실마리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장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기업 간의 협동”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품, 소재, 제품들을 주로 사는 게 대기업”이라며 “대기업들이 하청기업에 적정이윤을 보장해주고 필요한 경우 공동투자를 해서 위험도 분담해주고 기술지원을 해줘야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간의 협력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중소기업은 서로 경쟁도 해야겠지만, 연구개발, 노동자 기술훈련, 해외마케팅 등 개별 기업이 하기 힘든 건 공동으로 진행해 비용을 낮추고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해야 한다”며 “고급 중소기업을 가진 독일이나 이탈리아를 보면 중소기업 간 협동이 성공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장 교수는 과거에도 저서를 통해 꾸준히 주장해왔던 제조업의 중요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듭 강조하면서 “산업은행 등 정부소유 금융기관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까지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장기융자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민경제를 위해 필요하지만 위험도가 높아 민간투자자들이 꺼리는 대체에너지와 같은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공공 금융기관이 저리의 융자를 제공하거나 출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정보조달정책 강화 △중소기업 기술력 지원 △기초기술에 대한 R&D 지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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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특강에 나선 장하준 교수. ⓒ 제주의소리

이날 장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의 가장 화두인 영국의 EU 탈퇴와 관련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장 교수는 “영국이 앞으로 4~5년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제가 불안정하니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그렇잖아도 증폭되고 있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제분야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까지 고조되면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안하게 된다”며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가 더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EU와의 탈퇴 협상 과정에서 서비스업과 관련된 긍정적 조건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총체적인 위기까지 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장 교수는 “금융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수출이 어려워지면 당장 국제수지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영국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의 흐름까지 줄어들면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지금도 자본유입이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금융위기가 날 상황인데, 금융업에서 (EU와의 협상이)꼬여버리면 아주 어려운 상황에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3~4%인 만큼 그 자체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영국이 혼란스러워지면 유럽의 다른 국가도 영향을 받을 거고, 금융분야에 있어서는 미국 다음의 규모를 가진 만큼 앞으로 몇 년 간 세계 경제문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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