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신관홍 의장(후반기) “예결위 전문위원 개방형 공모, 전문성 높일 것”

의원배지를 처음 단 게 2002년, 제주시의회 의원이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시·군의회가 폐지되자 급을 높여 제주도의회 의원에 도전했고, 세 번 연속 당선됐다. 도의원 선수만 놓고 보면 3선이지만 기초의원 경력까지 합치면 4선의 베테랑이다.

10대 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된 신관홍 의원(67, 이도1·일도1·건입동) 얘기다.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호소력이 있다. 이번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는 단 한 명의 이탈 표도 없었다. 여·야를 떠나 41명 전원이 ‘신관홍’이란 이름 석 자를 써냈다. 그의 저력이다.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자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영광이지만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느낀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도민행복’과 ‘사회통합’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10년 넘게 고통을 겪고 있는 강정 얘기를 꺼낸 그는 “이제는 진심을 다해 감싸 안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끝난 344회 임시회 폐회사에서 강정주민에 대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건의하더니 이틀 후인 22일에는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해군이 제기한 ‘34억 구상금 청구소송’이 철회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진심’을 보여줬다.

후반기 의정방향과 관련해서는 “도민행복과 사회통합을 최고의 가치로 두겠다”고 거듭 강조한 뒤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등 의회의 권한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문성이 담보된 강한 의회를 표방했다.

그는 또 외부전문가들로 ‘미래기획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의회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의회 혁신 T/F팀을 운영해 의정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예결위 전문위원을 개방형 직위로 수혈, 의회가 갖고 있는 무기 중 하나인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의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10대 의회는 절대 다수당이 없는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했다가는 당장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며 “동료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소통하고, 소통하면서 도민행복시대를 함께 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원희룡 도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하자 “의회 고유 역할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대충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해묵은 숙제인 감사위원회 독립과 관련해서는 “감사원과의 인사교류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감사·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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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Q. 단 한명의 이탈 표도 없이 만장일치로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저도 놀랐다. 역대 의장 선출을 보면 꼭 이탈 표가 있었는데, 개표 결과 41명 중 41표라고 해서 의원들이 정말 후반기에 똑똑히 해서 잘 해보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느낀다.

Q.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우려가 많다. 같은 당 소속으로 의회 본연의 견제·감시 기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기우인가.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의회 고유 권한은 견제와 감시다. 같은 당 소속의 지사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충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정말 황금분할 됐다. 새누리 18명, 더민주 16명, 무소속 2명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등한시하거나 의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제왕적 도지사라 할지라도 의회가 가진 고유 권한 만큼은 철저히 지켜나가면서 제 역할을 하겠다. 도민의 걱정을 기우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Q. 당선 수락인사를 통해 ‘도정과는 갈등과 긴장을 뛰어넘는 상호 발전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견제와 감시는 다르다고 본다. 도정에서 어떤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언론을 통해 (도의회가) 아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협의하고, 그것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내면 도의회도 같이 가는 것이다. 당연하게 상호 협조 협의가 되는 것이다. 건전한 비판과 함께 보완적 관계가 유지된다면 제왕적 도지사라는 개념도 희석될 것이고, 우리 의회도 4반세기 역사에 걸맞는 위상을 창출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도와 의회는 기관 대립형이지만, 힘의 균형을 보면 인력과 예산 면에서 99대 1정도로 한쪽에 기울어져 있다. 일각에서는 의원정수 확대를 비롯해 유급보좌관제 도입 등 의정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성을 제기한다.

수락 연설에도 말하고, 344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서도 말했지만, 외부인사 중심으로 ‘미래기획 혁신위원회’ 구성하려고 한다. 도의회 미래 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도의회가 어떻게 나가야할지 방향을 잡아나가겠다. 도정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해 의원들과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해 나가겠다. 저 개인적으로는 11년차 도의원 활동을 하지만, 늘 도의회가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한다. 후반기 의정 2년 동안 이런저런 것들을 잘 다듬는다면 11대 의회에서는 명실상부 도정을 제대로 견제·감시할 수 있는 의정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의회 내부적으로 보면 전반기에는 의장의 독선·독주 문제로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의원들 간 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많다.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의장으로 취임한 뒤 지역주민, 선배 의원들 만날 때마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저는 동료의원들은 물론 사무처 직원, 도민들에게 의장실 문턱을 아예 없애겠다고 말했다. 먼저 찾아가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뛰겠다. 의원들 개개인은 지역에서 대표자다. 그 분들과 토론하고 소통하면 안 될 것이 없다.

Q. 10대 의회 후반기 의정 슬로건이 ‘변화와 혁신, 도민과 함께하는 창조 의정’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또 후반기 주요 의정방향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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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크게 보면 3가지 목표가 있다. 도민 체감을 늘리는 열린 의정, 소통과 협력의 선진의회, 자치의정 강화를 3대 목표로 두고 있다. 의회가 변해야 한다. 변화하려면 혁신해야 한다. 도의회에 혁신T/F팀을 만들어 도의회가 어떻게 해야 도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도민을 위하고, 도민의 복지를 증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겠다. 외부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고 걱정하지만, 도의회에는 21명의 정책자문위원이 있고, 행정직 공직자가 있고, 41명에 도의원이 있다.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면 새로워진 의회상이 정립될 것이다. 그게 바로 창조의회가 지향하는 바다.

Q. 도정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의회 인사권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의장께서도 최근 직원조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의회가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되려면 인사권 독립 등의 제도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금 국회에 지방의회의 인사권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와 공조해서 의회 인사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특히 의회에는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이 있는데, 이를 강화하기 위해 해당분야는 개방형 직위로 채용해 전문성을 높여나가고자 한다. 제주도의 하반기 정기인사와 맞물려 예결위 전문위원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하는 방안은 조만간 추진될 것이다. 이 밖에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정책자문위원 배치기준을 완화해 효율화를 높여나갈 생각이다.

Q. 도정에 대한 견제·감시를 위해서는 의회와 더불어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서야 한다. 해묵은 숙제인 감사위원회 독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감사위원회 독립에 대해서는 너나없이 공감한다. 하지만 법을 고치지 않고는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제주도 감사위원회와 감사원만이라도 인사 교류를 하면 상당 부분 독립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조사관, 감사관 전부 제주도 공직자라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사원과 교류를 통해 서기관급인 감사과장과 조사과장, 그리고 사무관 2명 정도만 내려와도 온정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 있는 감사·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사 교류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실행해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인사 교류에 따른 거주 문제 등은 도의회와 협의하면 얼마든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Q. 전반기 2년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예산전쟁, 인사전쟁이다.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은 뼈아플 것이다. 당선 수락인사에서 ‘도민 행복’과 ‘사회통합’ 강조했는데 복안은 있나.

취임 후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제발 싸우지 말고 잘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저는 ‘의회의 역할인 견제 감시를 하다 보니 일부 강했던 것 같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이는 도정과 의정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안돼 생긴 것이다. 양쪽에 언로가 막히다 보니 표현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제가 강조하는 ‘도민행복’과 ‘사회통합’이다. 4.3이나 강정 문제에서 보듯 이제는 상생의 관점에서 도민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그래서 폐회사에서 8.15특사를 건의했던 것이다. 물론 의회 혼자서 한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제주도와 의회, 도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회통합이 안되면 결국에 도민행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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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좌용철 부국장과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Q. 강정은 10년간 반대 투쟁을 하면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제2공항과 관련해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을 보니 제2공항 문제도 순조롭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지금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고, 11월쯤 결과가 발표된다. 그 과정이 끝나면 기본계획을 세우게 되고, 다음에 실시 설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토지 보상 문제가 대두되는데 실은 이 때부터가 문제다.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 입장에서는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을 떠나야 하는 것인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단순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밀어붙여서는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강정과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주민들을 어떻게 해서든 설득시키고, 제주도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라도 마음을 열고 주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한다. 가만히 있다가 곪아터져서 그쪽에서 화를 내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가칭 ‘제주 제2공항 설치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주민지원과 국비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현 제주국제공항 주변지역 지원범위와 수준을 높여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이 행정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Q. 도정에서 소통을 않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한 것 같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지사의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그 때가서도 제대로 해줄 것이냐, 딴 소리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고, 흔적을 남겨서 다음에 누가 (도지사가) 되던지 협의한 그대로 갈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Q.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원희룡 도정과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반기 2년간 도의회가 도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을 어지럽힌 일들을 많이 한 게 살이다. 후반기 2년간은 그 맘을 푸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늘 도민 곁으로 다가가는 의장이 되겠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따끔한 질책을 주고,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격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원희룡 도정에게 말하고 싶은 건 의회와 상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회와 도정이 가는 길은 결론적으로 도민을 위하는 일, 도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의회와 협의하면서 도민들이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자. 전반기 2년간 속상했던 것들은 훌훌 털어내고, 도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도정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의회 역시 도민들의 든든한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의회다운 의회, 도민의 의회, 도민의 신뢰 속에 사랑 받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나가겠다. 변화하며 혁신하는 도의회 모습을 지켜봐주고,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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