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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일행의 예방을 받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25일 제주도의회 의장단 예방 받고 성장위주 개발 패러다임에 쓴소리
“도민의 대표로서 강정문제, 서민의 삶 각별히 챙겨달라” 신신당부

짧지만 강렬했다. 제주도의회 신관홍 의장 일행을 맞이한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던진 메시지는 ‘강정’과 ‘서민’으로 압축됐다. 강정에는 평화를, 서민에게는 사랑을 베풀라는 당부인 셈이다.

제주도의회 신관홍 의장이 25일 오후 천주교 제주교구(중앙성당)를 방문, 강우일 주교에게 제주사회의 통합과 도민행복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이날 면담에는 김태석 의회운영위원장과 제주도의회 신우회(가톨릭 신자 모임) 회원인 고충홍 행정자치위원장(신우회장), 김황국 부의장, 강성균 교육위원장, 부공남 미래제주 대표, 이상봉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허창옥 FTA특위 위원장이 함께 했다.

예방을 받은 강우일 주교가 먼저 “국회까지 가서 강정 구상금 문제를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쪽에서 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다는데, 그 동안 애써온 강정주민과 활동가들의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다. 도민의 대표인 의회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 이번 국회에 가서 하는 것을 보니까 굉장히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에 신관홍 의장은 “국회의장과 야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만나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건의문’은 전달했다. 여당 지도부는 만나지 못했지만 ‘구상권 문제에 대해서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고마운 말씀을 해주셨다”고 지난 22일 국회방문 성과를 전했다.

신 의장은 “의회만 나서도 되는 일이라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하겠지만 (강정문제는) 도민사회 전체가 나서야 하는 일이다. 의회에서도 기회가 되면 강정마을을 방문해서 그 분들의 얘기도 경청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주교께서도 많이 지도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신 의장은 “강정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주교께서도 주민들에게) 지금까지 화난 것을 조금만 진정하고 합리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 달라”고 천주교계에 SOS를 보냈고, 강 주교는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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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일행의 예방을 받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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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일행의 예방을 받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강 주교는 의원들에게 서민들의 삶을 각별히 챙겨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최근 제주도가 너무 인기가 좋아져서 자본이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데 전세나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분들이 어떻게 감당해낼지 걱정”이라며 “행정가들은 눈에 보이는 발전에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발전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건넸다.

강 주교는 또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재개발 현장에서 쫓겨나는 분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면서 “콘크리트만 쌓는다고 발전했다고 볼 수 있나. 자본가들만 혜택을 보는 그런 무식한 발전에 목매지 않도록 도의회가 제주를 지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에 신 의장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태석 의회운영위원장은 “천주교신자인 위성곤 국회의원이 그런 문제와 관련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걱정은 조금 놓으셔도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강성균 교육위원장이 “주교께서 그런 말씀을 신자들은 물론 도민들에게 많이 해줘야 저희 의회도 힘 있게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해주면 힘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강 주교는 곧바로 “기회 있을 때마다 하겠다”고 응수해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시종 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신우회 회장인 고충홍 행정자치위원장이 “신관홍 의장이 가톨릭에 관심이 많다. 신우회 회원 13명 중에 6명이나 위원장이나 교섭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하자, 강 주교는 “신자 위원장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며 농으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신 의장은 “여기(중앙성당) 본당 건물을 신축할 때 저도 벽돌 몇 장은 쌓았다”며 천주교와의 인연을 소개하자, 강 주교는 “앞으로도 많이 신경 써달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신관홍 의장 등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은 지난 19일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과 원불교 제주교구, 21일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주교구, 기독교교단협의회 등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도민행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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