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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환 PD, 4.3 겪은 재일제주인 1세대 다큐 <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작


제주4.3으로 인해 쫒기다 시피 고향을 떠난 재일제주인 1세대. 세월의 흐름 속에 점차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그들의 아픔과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3을 겪은 재일제주인 1세대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제작되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제주의 아픔에 공감하며 양정환 PD가 만드는 <오사카에서 온 편지>다.

<오사카에서 온 편지>는 4.3당시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로 피난 와 그곳에서 정착한 재일제주인 1세대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드라마다.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찍고, 실제 사연을 극(劇)으로 재현한다. 

영상 전문가인 양 PD가 4.3을 만난 것은 제주로 이주한 지 1년만인 2004년이다. 고 김경률 감독의 유작인 <끝나지 않는 세월> 편집 감독을 맡게 되면서다.  

4.3은 물론이고 제주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가 4.3을 주제로 한 극영화 편집을 맡게 된 배경은 김 감독의 추천이었다. 

“4.3을 모르는 네가 편집을 해야 마찬가지로 4.3을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다”라는 책임감에 임무를 맡았만 그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편집 작업에서 손을 뗐고 김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에서야 큰 후회와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4.3이 가슴 속에 박힌 양 PD는 영상으로 4.3을 소개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템을 찾던 중 2006년 우연한 계기로 일본 오사카에 가서 4.3당시 피난 온 재일제주인 1세대를 만나게 됐다.

4.3으로 인생이 바뀐 가슴 아픈 사연은 그를 매료시키기 충분했고, 1세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4.3과 제일제주인들에 대해 공부하며 알아갈수록 단순한 다큐만으로 그들의 한(恨)을 세상에 내보이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고, 다큐에 극을 더한 ‘다큐 드라마’로 판을 키우게 된다. 

최초 아이템을 구상했던 2008년,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2011년을 지나 지난해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올해 말 완성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양 PD는 “순수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혼자서 촬영하며 1000만원이면 충분하다. 맨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보자 생각했지만 취재를 하면서 1세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을 마친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다시 편집 작업을 하면서 가슴이 한편이 먹먹해지곤 한다"고 밝혔다.

또 "그분들이 나 때문에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아픈 기억을 꺼내서 다시 상처를 받고, 되려 도움을 주려다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됐다”며 “그러면서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4.3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작은 사명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큐드라마로 장르를 바꿨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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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경식 할머니 오사카 인터뷰 모습. 사진 출처=<오사카에서 온 편지>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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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천 할아버지 오사카 인터뷰 모습. 사진 출처=<오사카에서 온 편지>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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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히가시이고마 공동묘지에서 촬영 중인 모습. 사진 출처=<오사카에서 온 편지>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덕분에 최초 약 1000만원을 예상했던 제작비는 다섯 배 이상 불어났지만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듯이, 작업에 임하는 출연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출연진들은 재능기부에 가까운 대우를 감수하며 참여하고 제주영상위원회도 지원에 나섰다.

<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작 과정은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7636)에서 연재 중이다. 1500만원을 모집하면서 현재 154명이 236만원을 후원했다. 두 차례 게시물을 올리면서 댓글이나 공감도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한 스토리펀딩일 수도 있지만 양 PD는 “후원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후원이 없어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비로 만들면 된다. 굳이 스토리펀딩까지 하게 된 이유는 돈 보다는 이 결과물과 제주4.3을 사람들에 널리 알려주기 위해서다. 4월에만 4.3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 너무나 아쉽다. 정치나 행정 역시 4.3하나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신공항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아진 금액의 일부는 마무리 촬영 차, 오사카를 다시 방문하면서 재일제주인 1세대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살아남은 분들의 진상규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제주도를 넘어 칸 영화제처럼 국제적으로 상영될 수 있도록 공을 들여 제작하고 있다”는 그의 각오는 제사 지내듯 의무적으로 4.3을 대하는 몇몇 제주땅의 후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끝으로 양 PD는 “이 영화는 먼저 세상을 떠난 김경률 감독님, 아니 경률이 형에게 바치는 영화다. 영화 엔딩크레딧에는 ‘명예감독 김경률’을 제일 먼저 새길 예정”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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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드리마 <오사카에서 온 편지>를 제작 중인 양정환 PD. ⓒ제주의소리.

<오사카에서 온 편지> 스토리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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