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7) 개식용이 금지되지 않은 나라, 그 오명을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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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출장 중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반가운 광고를 만났다. ⓒ 김란영

불쑥 내민 한 마디에 영 기분이 석연치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탈리아 국회의원. 영국 영화배우 등 ‘한국은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고 꼭 집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더 그렇다.

나 역시 십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런 경험을 했었다. 남미 페루 어촌 마을 까야오(callao) 보건소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었다. 동네마다 개들은 어찌나 많은지 여름철이면 짙푸른 레몬 한 개를 목에 달고 다녔다. 보건소 동료에게 레몬 목걸이는 왜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바꾸나(vacuna)라고 광견병 예방접종을 마친 개들의 목에는 레몬 목걸이를 만들어 달아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툭 내뱉는 한 마디 “너희 나라는 개고기를 먹지?”
개고기를 먹든 안 먹든 영 불편했다.
“왜 남의 나라 문화 같고 쓸데없는 참견인데!”
“개에게는 영혼이 있다구!” 라며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그 후 며칠 동안 그 친구와 서먹했던 기억이 있다.

고려 말 원나라의 영향으로 시작됐다고 하니 꽤 오랜 문화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대마다 그런 건 아니다. 조선시대 제사에는 개고기를 쓰지 않았다. 제사가 아니면 고기 먹을 일이 흔하지 않던 시대니 실제 대중적인 음식이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대중적인 문화가 아닐 수 있어 당시 다른 나라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억울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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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매년 여름이면 개고기 전쟁터가 되고 있다. 아무리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 따라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 한들 보편적 사회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서도 잔인한 식문화, 동물오락, 동물실험 등이 금지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 김란영

반려견, 식용견. 누군가는 말만 들어도 섬뜩하다. 언제부터인가 먹는 개와 기르는 개를 나누면서 급기야 연간 200만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법의 허점으로 축산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지 않아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다. 허가 받은 작업장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개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도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농장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도축은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오죽하면 개죽음이라는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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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강아지 공장’ 전수조사에 후 식용개 농장은 국내에 45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식용개 농장에서 태어나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은 뜬장에서 태어나 8개월을 살다 도살되어 진다. 이 상황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반갑다고 꼬리를 친다. /사진 제공=동물자유연대 ⓒ 김란영

죽을 때 더욱 고통스러울수록 고기가 맛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대부분의 개들은 의식이 있는, 산 채로 도살된다. 사타구니나 목을 찔러 죽이며 매달린 채로 감전사한다. 무고한 개들에 가스 발화기로 몸에 불을 질러 최대한 고통과 괴로움을 주려고 천천히 태워 죽인다.

경동맥에서 심장까지 칼로 찔러 피를 쏟게 만들고, 머리나 코를 쳐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가 하는 과정이 반복되기도 한다. 의식이 있는 채로 물이 끓는 솥에 넣어 뜨거움과 공포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이 모든 잔인한 과정은 죽음을 앞둔 개들 앞에서 벌어져 다음이 자신들 차례인 것을 알게 되어 공포에 떨다 죽임을 당한다.

이것이 먹는 개로 분류된 식용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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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발생하는 유기동물 10만 마리. 식용을 위해 도살되는 개 약 200만 마리.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린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의 식탁에서 식용개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면 정부에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식용개는 위생관리 기준이 전무한 무허가 도살장에서 도살된 고기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법에 따르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위해 식품과 병든 동물 고기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지 않아 유통되어도 안 되고 그러므로 식탁에 올릴 수도 없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따르면 살아있는 개가 보신탕으로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5개의 현행 법률을 위반한다고 한다.

모든 문화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형성된 인간의 공동 양식이라 하지 않나. 그동안 조화롭지 않은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화하고 있지만 유독 식탁 위의 음식에 관해서는 개인의 기호 혹은 전통적인 문화를 강조하며 썩 내키지 않아 한다. 거기다 ‘나는 먹지 않지만 다른 사람 선택이니 존중해’라며 관대하기까지 하다.

따지고 보면 실제 대중적인 음식문화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 있었던 하나의 음식이 현대적인 공장식 생산과정을 거치며 전통적인 문화로 덧칠된 측면이 있다. 옴팡 조상 탓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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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복 전날, 주유하고 있을 때 건너편에 닭 이동차가 보였다. 내일이면 모두 삼계탕으로 이용될 닭. 365일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복날 음식들. 중복인 오늘 메뉴는 좀 달라야 되지 않을까? ⓒ 김란영

그럼 돼지, 닭, 소는? 백번 공감한다. 아마 다른 동물들도 개처럼 인간과 코를 맞대며 지내고 있다면 그들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부당함과 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온순함과 사랑에 대하여 며칠 밤을 새워 이야기를 이어갈지 모른다.

마음을 돌보는 게 문화라면 우리의 밥상은 더 이상 자연의 섭리이고 먹이사슬의 원칙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고통에 무관심한 식탁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돌보는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조화롭고 건강한 음식문화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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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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