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선흘곶자왈]④ 동복리 마을목장에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

 화산이 만든 숲, ‘곶자왈’은 제주어로만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주에만 존재하는 숲이다. 바위를 감싸안고 살아가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곶자왈은 마을주민과 생활사를 함께했던 숲이었다. 하지만 제주도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곶자왈은 개발의 표적이 된다. 특히,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고 불리웠던 선흘곶자왈의 한축은 이미 10여년전 묘산봉관광지구 개발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선흘곶자왈의 일부가 토석채취사업 승인과정에 있고 사파리 동물원을 만드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이 2개의 사업이 모두 승인이 될 경우, 광대한 상록활엽수림과 습지,동굴을 자랑하던 선흘곶자왈은 사실상 제주도지방기념물인 동백동산만이 ‘섬’으로 남게된다.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선흘곶자왈을 위협하고 있는 난개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 곶자왈에 동물원을 짓겠다는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

평지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 중에서 한반도 최대 크기를 자랑했던 선흘곶자왈은 이미 10여년 전, 묘산봉관광지구(현재 세인트포 골프장)개발사업으로 인해 한축이 없어졌다. 

게다가 최근에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 계획이 승인될 경우 선흘곶자왈 북쪽에서부터 남쪽방향으로 야금야금 없애 갈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압권은 동백동산 옆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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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선으로 그려진, 삼성공동목장이라고 쓰인 곳이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 부지이다. 이 넓은 면적의 선흘곶자왈을 세인트포골프장이 10여년전, 잠식했고 사파리월드 조성사업마저 통과되면 선흘곶자왈은 사실상 동백동산만이 섬처럼 남게된다. ⓒ양수남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은 제주도 구좌읍 동복리 97만3000㎡의 면적에 사파리, 실내동물원, 숙박시설, 휴게시설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은 작년 8월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 심의에서도 사업지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입지 재검토를 요구했던 곳이다. 

그 이유는 1)사업대상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호 동백동산 등)에 인접한 지역이어서 보호구역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2) 해당지역에 습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3) 세계에서 이쪽 지역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군락 분포 가능성이 높고 4) 공공자원에 대한 도민 갈등 유발 요인이 되는 점을 고려하여 사업구역 설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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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묘산봉관광지구 사업을 위한 도로개발을 하면서 드넓은 선흘곶자왈을 반으로 쪼개 놓았다.사진 오른편이 세인트포골프장이고 왼쪽이 사파리월드 사업예정지이다. ⓒ양수남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에서 이 정도의 강력한 주문사항이 나오는것은 드물다. 

사실상, 사업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업예정지의 가치가 큰데다가 사업계회 자체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의 주문사항이 강제성은 없었지만 사업추진이 힘들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돌연 지난 5월 10일,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어 환경영향평가 초안보고서 작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사업승인을 위한 절차이행에 들어간 것이다.

# 제주사파리월드 사업부지는 선흘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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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파리월드 사업예정지. 상록활엽수림이 풍부한 선흘곶자왈의 일부이다. ⓒ양수남

인근의 다력석산 채석사업장 부지가 선흘곶자왈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제주도에서는 ‘곶자왈 경계설정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2월경에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곶자왈 관련한 여러 전문가들이 이곳은 지질적,생태계 측면에서 명백한 선흘곶자왈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이 용역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곶자왈이라고 판명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것이 뻔하고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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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흘곶자왈의 가장 큰 특징인 습지가 사업 예정지안에 분포해있다.ⓒ양수남

선흘곶자왈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파호이호이용암(빌레용암)이 흐른 후에 숲이 형성된 지역이다. 그래서 파호이호이용암의 특징인 용암동굴이 곶자왈내에 여러 개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평평한 바위위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상록활엽수림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건습지 지역은 ‘제주고사리삼’이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쪽 일대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이러한 선흘곶자왈의 특징을 사업예정지는 한치 어김없이 갖고 있다. 작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우려했던 것처럼 이미 제주고사리삼 군락지가 2곳 발견되었고 습지도  흩어져 있음도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평가 준비서에서 인정했다.      

# 사라지는 마을공동목장과 곶자왈

제주사파리월드 사업부지는 동복리가 소유한 마을공동목장이다. 현재 50여개 남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있는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의 소중한 목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주로 마을공동목장은 초원에 형성된 곳이 많지만 이곳처럼 곶자왈을 끼고 있는 공동목장도 청수곶자왈 등 여러 개가 있다. 물론 숲만 아니라  초지, 습지가 어우러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업예정지에 마을공동목장이 들어선 이유도 마소가 물을 마실 수 있는 습지가 여러 개 있고 먹이인 풀이 풍부하고 눈비와 강한 바람이 불 때 피할 수 있는 곶자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는 116개나 되던 마을공동목장은 그동안 절반 이상이 사라져버렸다. 1930년대 116곳이었던 마을목장은 1987년 85곳, 2004년 74곳, 2011년 60곳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54곳으로 줄었다. 2010년 이후엔 해마다 1~3곳의 마을공동목장이 매각돼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1980년대 중반에 수입 소가 들어와 소값이 폭락하면서 축산업이 쇠퇴하고, 집약적 사육관리로 목축 방법이 변한 이유도 있었고 1990년대부터는 개발 광풍으로 인해 골프장이나 위락시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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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과 곶자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땅일지도 모른다. ⓒ양수남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까지 나서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해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마을목장은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 분양형 콘도로 변했다.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과 곶자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땅일지도 모른다. 

마을목장의 해체는 축산업의 포기인 동시에 전통적 목축문화의 소멸, 제주선조들의 체계적인 초지관리 시스템의 붕괴이며 제주도의 독특한 경관자원의 소멸을 의미한다. 더욱이 제주도의 중요한 토지자산과 경제적 토대가 붕괴되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 부지의 동복리 마을공동목장은 마을에서 매각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50년 장기 임차하기로 했다. 매각보다는 나은 것이지만 마을주민과 제주도가 50년동안 이곳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이곳에서 살아가던 마소들과 노루, 오소리와 수많은 새를 내쫓고 외국 동물들을 데려와 동물원을 짓는 사업이기 때문에 선흘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의 해체와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이곳을 이런 식으로밖에 개발할 수 없는 걸까?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자.

# 초지와 목장을 생태관광과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일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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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공익재단법인 KEEP가 운영하는 친환경축산 농장. 소와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양수남

일본 야마나시현 키요사토 지역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로서 3,000M급의 산과 숲, 초원이 많은 지대이다. 야마나시현은 이곳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태계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고 있다. 공익재단법인 KEEP(키요사토교육실험계획)은 창립한지 100여년이 넘은 야마나시현의 NPO(민간 비영리 단체)다. 

야마나시현은 KEEP에게 약 240ha의 부지를 대여해주었다. KEEP는 이를 토대로 이곳에서 소를 사육하고 소에서 나오는 우유와 고기로 가공식품을 만들고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과 숙박시설, 관련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숲, 초지, 목장을 연계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많은 학생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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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EP는 친환경축산으로 기른 소에서 나오는 재료로 다양한 유제품과 가공식품을 만들어 숍에서 판매한다. 대부분의 직원이 지역주민이고 지역 농산물도 함께 판매한다. ⓒ양수남

이런 사업은 지역과 철저히 함께한다. 직원 100여명을 지역주민으로 채웠다. 지역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식당에서 쓰고 지역 수공예품과 공산품도 가게에서 판매한다. 제주도의 경우처럼 주민과 괴리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목장의 시스템은 철저한 자연순환시스템을 적용한다. KEEP가 키우는 젖소 130마리의 똥을 퇴비로 만들고 이를 소가 먹는 목초지에 뿌려 풀을 키운다. 이렇게 자란 풀은 다시 소가 먹는다. 인공사료 의존성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축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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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바공원의 설립목적은 축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제공, 학생들에게 축산 체험 프로그램 제공 그리고 목장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분뇨를 이용한 퇴비를 지역농가에 제공하는 것이다. 야마네시현에서 예산을 전액 지원하고 NPO가 운영한다. ⓒ양수남

KEEP의 이러한 지역에서의 사업성과와 노력은 야마네시현 현립 목축 공원을 탄생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마키바공원(마키바는 ‘목장’의 일본어)이 그 예다. KEEP가 오랫동안 키우던 목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관리가 힘들어지자 야마네시현에 협조를 요청한다. 

이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야마네시현이 설립과 운영예산을 전액지원하고 관리와 운영은 목축관련 전문 NPO에서 하는 마키바공원을 1984년에 개원한다. 현재 이곳에는 한해 25만명이 관람하며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마키바공원의 개원 목적은 시민들에게 축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제공, 학생들에게 축산 체험 프로그램 제공 그리고 목장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분뇨를 이용한 퇴비를 지역농가에 제공하는 것이다. 더욱이 마키바공원은 지역 축산농가들의 도우미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마키바공원에서 키우는 소는 지역농가가 주인이다. 지역 축산 농가는 마키바공원에 소를 맡겨 전문적인 목축관리자들에 의해 키운다. 소가 임신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키우고 임신 후에는 다시 농가가 관리한다. 이것은 제주도의 전형적인 마을공동목장의 시스템이기도 하다. 마을의 마소들을 전문 테우리에게 맡겨 중산간의 목초지에서 길렀던 것과 유사하다. 마키바공원의 목축시스템도 철저한 자연순환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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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바공원의 염소와의 교감 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염소는 개와 비슷한 인간과의 공감능력을 갖고 있다. ⓒ양수남

#  제주 곶자왈은 후세대와 타생명들의 삶의 터전

일본의 키요사토 지역과는 달리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은 현재도 거대자본에 매각되고 있고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곳은 개발이 진행되는 순간부터 지역․지역주민과 괴리될 수 밖에 없고 철저히 이윤을 위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제주에도 일본과 같은 사례는 아직은 없지만 미약하나마 새싹은 자라고 있다. 상도리공동목장의 경우에 사업자와 연계하여 레일바이크 사업을 진행하면서 목장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탐방객들은 제주의 시원한 초원과 오름을 구경하면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풍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청수곶자왈도 마찬가지다. 청수곶자왈은 청수리 마을공동목장이기도 하다. 청수리 마을회는 청수곶자왈을 주민들이 협심하여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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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예정지는 곶자왈이면서 오래된 마을공동목장이기도 하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과 마소를 몰아내고 외국의 동물을 들여오겠다는 것인가? ⓒ양수남

제주사파리월드 부지는 선흘곶자왈인 동시에 제주의 오래된 목축문화유산인 마을공동목장이다. 이곳에 사파리월드 사업이 승인된다면 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 2개를 동시에 잃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제주의 중요한 자연자산과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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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드믄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숲에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동물을 데려와 키우겠다는 것은 이곳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수많은 곤충과 새, 양서파충류, 노루․오소리 등의 포유류와 마을공동목장에서 길러왔던 소와 말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토종생물을 몰아내고 외국 동물을 키운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물론 위에 소개한 일본의 사례가 쉬운게 아니다.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그 길이 멀다고 제주의 소중한 자산을 없애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자산은 지금 현세대의 것만이 아니며 인간들만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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