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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과 도내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시민사회원탁회의’와 2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2공항 해법모색 토론회, “용역 부실·일방적 추진, 정부가 갈등요인 제공”

제주도민 사회가 제2공항 건설 문제로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갈등요인을 제공한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랜 논란 끝에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들이 전부 참여해 외국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협약을 맺고 추진한 동남권 신공항에 비해 제주 제2공항은 공론화 과정 및 지역주민 참여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사업방식 및 부지까지 일방적으로 선정해 갈등 요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와 제주도는 제주도의회 주요업무보고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사업방식과 부지선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갈등요인을 제공했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과 도내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시민사회원탁회의’는 2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시작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국토교통부 나웅진 공항정책과장이 제1주제 발표(제2공항 추진 필요성 및 향후 계획)에 나서기로 했지만, 준비미흡으로 30분 정도 지연되다 결국 주제발표 순서를 바꿔 토론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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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제주의소리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은 ‘제2공항 추진의 문제점과 갈등해소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당초 제주도는 추진계획과 의회보고를 통해 ‘공론화 과정, 도민합의’를 강조했지만 결과는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주민갈등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특히 동남권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추진과정을 비교하며 정부의 이중적 접근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오랜 논란 끝에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가 모두 참여해 외국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승복하기로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최종 결정도 대립하는 양쪽 중 택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성 있는 제3의 안(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갈등을 최소화했다.

반면 제주 제2공항은 공론화 과정 및 대상지역 주민참여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사업방식과 부지가 선정됐다. 기존 제주공항 확장 방안과 제2공항 건설 방안에 대한 찬반여론이 양립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부지까지 선정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게 강 박사의 판단이다.

제2공항 관련 논란·갈등의 원인으로는 “‘절차적 정의’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강 박사는 “정부와 제주도가 말로는 ‘공론화’를 강조했지만 실제 모습은 어떠했나. 사업 방식과 부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방주의’와 ‘주민참여 배제’를 갈등의 주요원인으로 지목했다.

원희룡 도정조차 “도내에서 공공갈등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역주민들과 주요 이해관계자가 배제되거나 형식적인 의견수렴, 일방적인 정책추진 방식”(제주미래비전 P.332)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강 박사는 이를 일방주의(DAD) 행정문화의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Decide’(결정)→‘Announce’(발표)→‘Defend’(방어), 즉 공공기관 내에서만 의사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갈등은 증폭되고, 해결도 힘들어지면서 갈등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 “337페이지 최종보고서 중 기존 공항 확장은 p.2-제2공항은 p.147 부실용역”

사전타당성 용역 자체에 대한 “부실” 논란도 다시 제기됐다.

사전타당성 용역은 △기존 제주공항 확장 △신공항 건설 △제2공항 건설 등 3가지 대안을 비교,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됐다.

강 박사는 “337페이지 분량의 최종보고서에서는 3가지 대안 중 기존 공항 확장 방안은 해안 부지 전체를 매립하거나 교량으로 연결하는 등 여러 대안이 가능하지만 오로지 해안을 매립해 기존 활주로와 1310m 이격된 평행활주로를 건설한다는 단일안을 2페이지 분량으로 간단히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더구나 기존 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 간 사업비와 환경성에 대한 정밀한 비교검토를 수행안 내용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종보고서(337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기존 공항 확장 방안이 2페이지 기술에 그친 반면 제2공항 신설방안은 147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됐다.

결론적으로 강 박사는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하거나 특정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의’”라며 “시설 입지 등 주요 결정이 해당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로 이뤄져야 갈등을 예방하면서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해 공익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책사업 추진주체인 정부의 잘못을 제1갈등 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연구가 과업지시서 대로 ‘기존 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충실한 비교검토 작업이 이뤄졌는가? △해당지역 피해가 불가피한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참여가 배제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에 의해 부지를 확정한 것이 타당한 것인가? △문제가 없다면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주요 쟁점에 대해 응답부터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에 대해서도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토대로 열린 토론과 숙의를 통해 도민들 모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원희룡 도정에는 “보상·지원문제는 지역주민들이 시설입지를 받아들이고, 불가피한 피해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게 타당하다”며 “그렇지 않고 계속 보상문제가 거론할 경우 정부가 돈을 앞세워 자신들을 회유하려 하는 것이라 여겨 모욕감을 느끼고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대응방식에 대한 재점검을 주문했다.

강 박사는 제2공항 갈등해소 및 합의형성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운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협의기구에는 국토부와 제주도, 성산읍대책위원회, 시민사회 대표, 산업계 대표 등이 참여하고, 운영은 국토부와 제주도, 시민사회(라운드테이블)가 공동주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정석비행장 활용? “안개·비·눈 많고 난기류, 오름으로 인한 확장성 적어 부적합”

이어진 토론에서 강원보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제주도는 관광객을 위한 제2공항을 만들려는 것이냐, 제주도민을 위한 제2공항을 만들려는 것이냐”며 격앙된 지역민심을 전했다.

특히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안은 환경성과 공사비를 다룬 2페이지에 불과하다. 신공항을 건설하는 안은 도민 다수의 반대와 도정의 반대의견으로 입지평가를 수행하지도 않았다”며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용역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느냐”며 정부 입맛에 맞춰 춤추는 용역을 문제 삼았다.

문 의장은 “현재의 양적 확대일로로 치닫는 대량관광의 실태를 그대로 밀고 갈 것인지, 환경총량관리제를 감안해 제주도가 수용 가능한 관광수용 능력의 실질적인 평가와 설정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한다”며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양성창 제주항공연구소 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석비행장 활용’방안에 대해 “항공기술적으로 접근해볼 때 정석비행장은 해발 350m에 위치, 안개와 비, 눈이 많이 온다. 또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이착륙을 힘들게 한다. 또 주변에 오름이 있어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성산읍이 지역구인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익적 차원도 중요하지만 개별 주민들이 입어야 할 영구적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주민들을 배제시키고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 “제2공항으로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뛰고 있다. 예정부지 주민들이 나중에 보상을 받더라도 어디에 가서 살겠나”라며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대수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은 “온평리는 공항부지의 75%가 포함된 곳이다. 당장 수용당하는 입장에서 앞이 캄캄하다. 공항 때문에 주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권력자와 행정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주민들 의견을 더 많이 들어달라는 것이다. 시간을 더 할애해 달라”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현학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장은 “찬·반을 떠나 대화를 위한 민간 협의기구 설치는 필요하다. 예비타당성 연구가 끝나기 전에라도 가급적 빨리 구성해 대책을 모색하자는 게 도정의 방침”이라며 민간 협의기구 설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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