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페스티벌, 협재해수욕장서 열려...1.7km 바다길 함께 헤엄쳐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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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앞 바다서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 제주의소리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30일 오전 제주시 협재해수욕장. 해변 서쪽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수영슈트와 번호가 적힌 수영모를 쓴 이들은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몸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50여명이 물 속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아름다운 제주의 섬, 비양도였다.

제주대 관광융합소프트웨어 인력양성센터와 제주시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30일 오전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현장 모습이다. ABC는 ‘Altogether, Biyang Island, Crossing’의 약자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비양도 앞까지 1.7km를 헤엄쳐 돌아오는 축제다.

첫 축제인데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지만 온라인에서 접수를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선착순 50명이 모두 마감됐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 마감 이후 ‘참여할 방법이 없냐’는 문의도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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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앞 바다서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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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앞 바다서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 제주의소리

이 축제의 특징은 수영실력으로 1등을 가리는 게 아니라 서로를 함께 보듬으며 바닷길을 건너는 비경쟁 대회라는데 있다.

‘느리더라도 자연의 축복 속에서 함께 서로를 챙겨주며 건너자’는 게 지향점이다. “바다를 건너 따뜻한 인간애를 확인하고, 이를 인생이라는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큰 힘으로 삼는다”는 뜻도 담겼다.

힘차게 물 속으로 뛰어든 참가자들은 1시간여 만에 무사히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한수풀해녀학교 자원봉사단체 ‘숨’과 해경이 안전 진행을 도왔다.

비양도를 배경으로 평생 해 본적 없는 독특한 바다수영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특히 이번 축제를 위해 제주를 찾은 이들은 제주바다가 지닌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무사히 완주를 한 최유선(48.여)씨는 경기 안양에서 오로지 이번 축제를 위해 제주를 찾았다. 최씨는 “너무 아름다웠다. 비양도를 바라보면서, 파도를 느끼면서, 자연을 즐기면서 수영을 했다”며 “처음 해 본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제주를 찾은 김우진(30)씨는 “바다가 아주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수영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그냥 수영을 하는 게 아닌 ‘섬’이라는 목표를 두고 함께 수영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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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앞 바다서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 제주의소리

주최측은 내년부터는 참가자 수를 대폭 늘려 국제대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또 최신 IT기술을 접목해 참가자들의 안전과 새로운 놀이문화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제주대 관광융합소프트웨어 인력양성센터의 은진은 교수는 “1등이 아닌 모두 함께 서로를 보듬으며 1.7km의 바닷길을 건너가는 축제”라며 “바다를 함께 건너며 확인하는 따뜻한 인간애는 인생의 험한 바다를 헤쳐나갈 때 큰 힘으로, 가르침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제주대와 손을 잡고 새로운 지역축제를 시도한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 강창욱 위원장은 “한림의 소중한 자산인 비양도를 지키고, 해녀의 세계자연유산등재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바다에서의 수영이라는 극한의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을 통해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 공동체 복원을 염원하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제주한수풀해녀학교 자원봉사단체 ‘숨’, 제주 IT9, 제주패스, <제주의소리>, 제주 ICT기업협회, 올레바당체험마을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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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앞 바다서 열린 'ABC 제주 페스티벌.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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