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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해안에 설치된 길이 28m의 철제 교량. ⓒ제주의소리

안덕 사계리 용머리해안 낙석 구간에 설치...“편의만 고려한 근시안 행정” 비판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용머리해안에 철제 다리(교량)가 설치돼 논란을 빚고 있다. 낙석사고로 1년 넘게 통제된 구간을 다시 잇기 위한 목적이지만 오히려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핵심지역 가치를 해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철제 구조물과 시멘트를 기본으로 하고, 표면에 현무암 판석으로 마감한 문제의 철제 다리가 설치된 구간은 용머리 해안 제1매표소와 인접한 동쪽 해안가이다. 지난 2014년 11월 이곳에서 낙석사고가 일어나 관광객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서귀포시는 사고 구간 탐방객 출입을 일시 통제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교량설치 작업에 착수해 올해 6월말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투입된 예산은 5억7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교량 규모는 두 사람이 왕복으로 오갈 수 있는 폭 2.8m에 길이는 28m로, 해안 암벽 안으로 돌아가는 길을 대신해 양쪽을 연결하는 구조로 제작됐다. 양쪽 암벽 위에 시멘트를 타설하고 1.25m 깊이로 구멍을 뚫어 강도가 높은 액체형 물질을 넣어 지지대를 만든 뒤 양쪽을 연결했다.

서귀포시는 낙석사고 발생 이후 관광객 불편, 상권 위축 등의 문제가 제기됐고 탐방객에게 안전모 제공 등 대안 찾기에 고심했지만 결과적으로 교량 설치가 효과적인 방안이었다고 설명한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낙석 사고 이후 길이 끊기면서 인접한 제1매표소는 사실상 역할을 할 수 없었고, 2번 매표소로 입장한 인원도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상권에도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 교량을 설치하게 됐다”며 “여러 방안을 고민했지만 파도가 센 지역이라 부득이 하게 이런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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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색 원이 용머리해안 교량이 설치된 장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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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속 파란 색 원이 교량이 설치된 구간이다. 사진 속 현 위치는 '1매표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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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낙석사고 이전에는 사진 속 교량 왼쪽으로 탐방객이 이동할 수 있었지만 사고 이후에는 통제됐고 올해 6월말부터는 준공된 교량을 건너 이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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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해안 암벽에 구멍을 뚫어 설치된 지지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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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해안 암벽에 시멘트로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설치된 철제 지지대. ⓒ제주의소리

하지만 현무암질 응회암(凝灰巖)이라는 독특한 지질적 특성으로 천연기념물, 국가지질공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용머리해안에 콘크리트 교각을 설치한 것은 관광객 편의만 생각한 근시안적인 조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허가를 내리면서 “교각 외벽을 금속이나 콘크리트 그대로 노출시키지 말고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는 부대조건을 제시할 만큼 현재 교량이 용머리해안 경관을 해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도 기존 제주올레 10코스 구간인 용머리해안의 통제로 인해 10코스를 용머리해안이 아닌 내륙 쪽인 산방연대로 조정하면서 최대한 용머리해안의 보전에 초점을 맞췄다.

30일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김재훈(34, 서울시)씨는 “시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불편해하니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놨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렇게 밖에 안되나' 싶은 아쉬움이 든다. 조금 불편함을 느껴도 제 모습을 지키는 것이 길게보면 올바른 길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렇다면 다른 용머리해안 코스에서 낙석 사고가 일어나면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교각 설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관, 자원 훼손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천연기념물과 세계지질공원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냐. 관광객 편의를 명분으로 쫓기듯 철제 다리를 세우는 것이 과연 자연, 문화를 지키는 원희룡 도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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