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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조직위원회 체제, 제2의 도약 기대한다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2016년 08월 17일 수요일 12:3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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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개막한 제21회 제주국제관악제, 제11회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16일 콩쿠르 입상자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일정을 마친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국제관악제] 수준 높은 공연으로 도민 욕구 충족...신산공원, 관광극장 새공간 ‘눈길’


관악(管樂)은 나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줄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현악(絃樂)이 감성적이고 풍성한 느낌이라면 관악은 경쾌하고 시원하게 뻗어가는 느낌이다. 사람의 호흡을 반드시 빌리는 특징까지 더해져 ‘흥’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현악보다 단연 뛰어나고 강렬한 울림의 타악(打樂)과 막상막하를 이룬다.

한 여름 제주에서 열리는 관악제는 이런 특징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국제적인 관광지로서 제주도 곳곳에서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이 펼치는 공연과 콩쿠르는 그 존재만으로 제주에 시원한 기운을 안겨다 준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이란 제주국제관악제의 주제는 이런 이유에서 붙여진 듯하다.

‘역대급’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무더위가 몰아진 올해 여름, 제21회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1회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8월 8일부터 16일까지 9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15개국 2400여명의 관악연주자가 제주를 찾아 약 45회의 공연을 가졌고, 18개국 173명의 콩쿠르 참가자도 함께했다. 여기에 심사위원, 반주자 등을 포함하면 23개국 2600여명의 음악인이 8월 제주를 찾았다.

수치적인 성과만 따져도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제주의 어떤 국제 행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더욱이 20년 넘게 이어지는 지역 내 국제행사는 관악제 이외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시피하고, 도민들에게 음악 예술 향유의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연주자들의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 관악기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문화선진국에서 교수나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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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관악제, 콩쿠르에는 23개국, 2600여명의 관악인들이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그중에서도 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던 마에스트로 콘서트 마림바 공연은 백미 중의 백미로 손꼽힌다. 마림바 연주자 루드비크 알베르트 교수(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 음악대학, 뢰번 음악대학)와 오승명 제주도립교향악단 수석이 마림바 2중주를 준비하고 제주에서 활동하는 마림바 연주자 김남훈, 김성희, 장슬기가 타악기 세션으로 참여한 이날 공연은 일본의 유명 마림바 연주자 겸 작곡가인 케이코 아베(Keiko Abe)의 <The Wave>를 연주했다. 

일본 특유의 리듬과 흥을 잘 살려내면서 한 치의 오차도 느끼기 힘들 만큼 몰입감을 선사한 루드비크 알베르트, 오승명, 제주 연주자들의 협연은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현장에 참석한 다른 관악연주자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할 만큼 매우 뛰어난 수준을 자랑했다. 도내 음악 관계자 A씨는 “세계적인 일류 연주자와 멋진 호흡을 맞춘 오승명, 김남훈, 김성희, 장슬기는 제주 타악의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일류 연주자들과 주목받는 신예들의 실력을 한 번에 감상한 마에스트로Ⅱ·라이징스타 콘서트 역시 큰 호평을 받았고, 15년차 밴드의 관록을 뽐낸 스위스 제네바브라스퀸텟, 지난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금관5중주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 밴드 일본 메나제리브라스퀸텟 등 여러 팀이 훌륭한 연주로 도민들에게 관악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국제U-13관악경연대회, 대한민국색소폰동호인의 날 같은 특성화된 프로그램은 일반인과 아마추어 연주자까지 아우르는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한 합동공연을 관악제의 일부로 진행한 것은 20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제주국제관악제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995년부터 관악제 기간에 맞춰 제주와 관련된 창작곡을 발표하는 노력은 눈에 띄는 성과가 부각되진 않아도 지역 내 음악 저변을 확장시키고 질적인 향상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해는 <계화타령>, <밭 볼리는 소리>, <너영 나영>을 한데 묶은 금관 5중주곡 <Jejudo Folk Songs>과 제주 동요로 만든 <Kid's Medley>가 발표·연주됐는데 두 곡을 포함해 지금까지 14곡이 제주국제관악제를 통해 만들어졌다. 모두 제주의 정서, 문화, 자연을 다룬 곡이다. ‘스토리텔링’ 등의 방식으로 최근 제주문화가 다양한 방법으로 재해석되는 가운데, 제주 창작관악곡을 꾸준히 선보이는 주최 측의 노력은 재조명될 만하다.

매해 도민 참여나 관심이 적다는 문제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지만 올해는 비 소식 없이 모든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실내외 공연 모두 제법 많은 관객이 참여했다. 저녁 공연은 꾸준히 좌석의 70~80% 이상이 관객으로 채워지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는 일반 도민들의 참여도 있었지만 관악제 연주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분석이 있다. 주최 측은 도민과 연주자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연주 구성,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11년째 이어오는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는 2009년부터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하며 국제적인 콩쿠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 세계 관악 유망주들이 실력을 겨루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 1~2위에 입상하는 국내 남성에게는 병역 혜택이 주어질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다만 관악제 예술감독 겸 유포니움 심사위원을 맡은 스티브 미드가 콩쿠르 강평에서도 밝혔듯이, 심사위원들의 각기 다른 성향을 고려한 보다 체계적인 심사·채점방법은 당장 내년부터 보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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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제, 콩쿠르 일정이 모두 끝난 16일 저녁 뒷풀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유포니움 연주자 스티브 미드(제주국제관악제 예술감독, 가운데 분홍 셔츠)가 젊은 관악연주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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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제, 콩쿠르 일정이 모두 끝난 16일 저녁 뒷풀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유포니움 연주자 스티브 미드(제주국제관악제 예술감독, 오른쪽 분홍 셔츠)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젊은 관악연주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올해 제주국제관악제는 상설 조직위원회 체제로 진행된 첫 해다.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만으로 진행하던 이전과 달리 올해부터는 상설 사무국장이 조직위에 추가됐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도 분명 나아진 틀을 갖춘 만큼, 조직위는 더욱 발전된 관악제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음악평론가 B씨는 “관악제가 열리기에 앞서 연주자들의 레퍼토리를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위와 연주자 사이에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주곡이나 연주 시간 등을 세밀하게 정해나가는 방식"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조직위원회가 그 역할을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간적인 면에서는 올해 처음 시도된 신산공원 숲 속 공연과 옛 서귀포 관광극장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환경은 연주자,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신산공원의 경우 내년에는 무단 경작지로 방치된 공원 내 여유 녹지 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큰 비용 없이 경작지에 잔디를 입히고 간단한 부분만 손보는 노력만으로 올해보다 더 뛰어난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도민 문화 향유를 위해 고민하는 제주시, 제주도, 의회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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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관악제 일부 프로그램을 사상 처음으로 신산공원 숲 속에서 진행하며 호평을 얻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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