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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멸 감독은 제주해녀를 다룬 차기작 <인어전설>(가칭) 제작비 마련을 위한 스토리펀딩을 2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신작 <인어전설> 투자 무산...해녀 인류유산 지정 기여하고픈데"


영화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로 섬 바깥에 제주4.3을 알린 오멸 감독이 다시 도민 앞에 섰다. 섬의 아픔을 그린 지난 작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섬의 소중한 가치이자 미래인 ‘제주해녀’를 다룬 차기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후반 작업만을 앞둔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해진 투자가 무산돼 자칫 영화가 완성되지 못할 위기에, <지슬>을 만든 4년 전 그때처럼 오멸은 염치(?)없지만 또 다시 도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모든 제주인의 어머니, 해녀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다.

오멸은 26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 홈페이지에서 스토리펀딩 '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8976)를 진행하고 있다.

이 펀딩은 제주해녀의 삶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간의 우애·모성애를 다룬 오멸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 <인어전설(가제)>의 후반작업 비용 일부를 모으기 위한 것으로, 10월 28일까지 5500만원 모금이 목표다. 펀딩 금액은 영화의 색보정, CG, 음악, 사운드 믹싱 등 후반작업에 쓰일 예정이다.

제주 출신 배우 문희경과 전혜빈 등이 출연하는 <인어전설>은 애초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치고 수개월 전에 완성·개봉할 계획이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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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전설>은 제주해녀의 삶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간의 우애·모성애를 다룬 영화다.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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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전설>의 한 장면.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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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전설>의 주연을 맡은 배우 문희경(왼쪽)과 전혜빈.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오멸은 “애초 투자가 확정적이었던 한국모태펀드(영세 제작사 투자)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건부 승인으로 제약이 걸렸고 결국 투자가 무산돼 버렸다”며 “투자 무산 이유가 제주4.3을 다뤘던 지난 영화 <지슬>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성 여담들이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영화계에 떠돌고 있는 것을 보면 제주사람으로서 제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했을 뿐이었던 저의 마음은 너무도 참담하다”고 스토리펀딩에서 밝힌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한국모태펀드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주)한국벤처투자가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펀드로 영화, 스포츠, 문화, 관광 등의 분야에 주로 출자한다. 몇 년 사이 국내 영화계에서는 정부가 모태펀드를 목줄 삼아 사실상 영화를 검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실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오멸은 영화 <지슬> 해외 상영 시 대사관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문제를 만들거나, 국내 상영때도 프로그래머가 의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실제 사례까지 언급하며 예술 창작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에 안타까워 했다.

결국 <인어전설>은 DI(색보정), CG, 음악, 사운드 믹싱 등의 후반 작업 단계에서 모든 작업이 멈춰버렸다. 투자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도 ‘우선 영화를 완성해 오라’는 대답 밖에 얻지 못하며 자칫 공들인 영화가 묻혀버릴 위기에 놓였다.

4년 전에도 크라우드 펀딩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도움을 얻어 <지슬>을 완성시킨 그로서, 또 다시 도민 앞에 손을 벌리는 것은 무척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4.3영령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겠다며 발 벗고 나섰던 영화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된 상황에서 그가 비빌 곳은 결국 제주 뿐인 셈이다.

제주해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려는 형국에서, 이런 노력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것이 감독의 마음이기에 영화를 제 시기에 선보이지 못하는 아쉬움은 더욱 클 것이다. 

무엇보다 예술성과 영화적 완성도를 고루 갖춘 <지슬>로 세상이 4.3을 조금 더 알게됐듯이, 보다 가벼운 대중영화인 <인어전설>로 제주 해녀라는 소중한 가치가 더 넓게 확산되리라는 지역 예술계의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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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이전설>의 한 장면.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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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이전설>의 한 장면.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오멸은 “영화 수익금 일부는 유네스코 등재 및 해녀 후원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언젠가 해녀를 꼭 이야기할 것이라는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제주 출신의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그들이 관객들과 꼭 한번 만나게 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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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전설> 제작진. 사진 출처=오멸 감독의 '제주해녀의 물춤도전기' 스토리펀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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