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동행기 / 최상돈 제주민예총 이사

지난 9월 24일 개막한 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에 동행했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한 달간 제주4.3의 역사를 대만사회에 알리고, 평화인권의 국제적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 뜻 깊은 자리에 나는 제주4.3을 대표하는 노래공연으로 초청받았다. 영광스러웠지만 한편, 기타를 둘러맨 어깨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던 것은 대만방문이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언어와 역사가 다른 이국땅이란 점이었다.  

타이페이 시내에 자리한 2.28국가기념관 입구에는 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과 홍보물들이 걸려있었다. 개막식 30분 전부터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채우더니 이내 기념관 로비가 꽉 들어찼다.  

개막식 1부는 제주4.3의 노래공연과 대만 전통음악팀(불후의 현악삼중주, 不朽弦樂三重奏)의 개막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양측 내빈소개,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인사말, 2.28국가기념관 랴오지빈(廖繼斌, Liao Chie-ping)관장의 환영사, 대만 전시 큐레이터 차이원샹(蔡文祥 Tsai Wen-Hsiang)의 전시기획 설명, 테이프 커팅, 전시관람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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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대만 2.28국가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개막식. 사진 제공=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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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대만 2.28국가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개막식. 사진 제공=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개막 공연에서 나는 3곡의 노래를 불렀다. 그동안 4.3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배운 정서를 바탕으로 작곡한 <아기동백 꽃의 노래>를 첫 곡으로 부른 후 <잠들지 않는 남도>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어 불렀다. 세곡은 역사에서 만들어진 곡들이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부정하는 곡들이기도 하다. 노래를 부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려는 듯 입가가 들썩거리는 이들이 눈에 들었다. 광주5.18민주화운동에서 만들어진 노래지만,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곡이 된 이 노래가 현재 민주화 운동이 벌이지고 있는 동남아 지역 곳곳에서 불려지고 있다는 소식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진행된 2부 제주4.3과 2.28사건 인권좌담회. 제주4.3다큐 <평화와 인권> 상영을 시작으로 제주4.3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이문교 이사장이 직접 진행했다. 역사적 배경부터 전개과정,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화두들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이문교 이사장의 설명이 한 문장 한 문장 동시통역 될 때마다 현지 참가자들의 동조어린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4.3의 발발 원인과 피해 규모, 험난했던 진상규명운동의 과정 등 마치 자신들이 겪은 지난날의 역사를 듣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이어 주립희(朱立熙·대만국립정치대학교 교수, 가오슝시 인권위원) 교수는 제주4.3사건과 대만2.28사건의 발발 시기와 배경, 가해자와 피해자, 사건의 성격 규명 등 현재 대만 2.28사건 해결과제를 제주4.3의 해결과정과 성과에 비교하며 설명해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제주4.3사건의 가해자 규명에 있어 남한 정부와 미군정의 책임성을 거론하는 것이 불가피한 반면 대만 2.28사건은 가해자 규명과 처벌보다 중화인민공화국과의 통일이냐? 대만 독립이냐? 라는 국가정체성의 갈등 구조로 ‘통독갈등’이 대두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제주4.3이나 대만 2.28사건 양쪽 모두 남겨진 기록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갈등구조가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의 명확한 반성과 책임자의 처벌, 사과 등의 해결 움직임이 없다는 점에서 국가를 뛰어 넘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참석했던 대만 대학생들과 2.28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하소연... 그들에게서 느껴졌던 불안감과 답답함이 안타까움으로 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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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대만 2.28국가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개막식 현장 모습. 사진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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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대만 2.28국가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개막식 현장 모습. 사진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2시간 남짓한 좌담회 끝에 나는 만남-소통과 연대를 떠올렸다. 그것이 어쩌면 희망이란 생각. 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 슬로건처럼 ‘어둠에서 빛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두운 역사-아픈 역사들의 만남이 필요함을 느꼈다. 두 강연자 모두가 강조했던 평화와 인권, 그리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 「동아시아민주평화인권네트워크」MOU 체결과 같은 평화연대가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번 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와 같은 국제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 미약한 시작이더라도 작은 물꼬를 터놓는다면 그 길을 누군가는 따라가기 마련이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 말이 귀에 남는다.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보면서 제주도의 마을길을 걷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그 스스로도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했다고 하니, 대만 사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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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돈 제주민예총 이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통해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만난다면 그것이 바로 더없는 4.3의 국제적 홍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주4.3사진 대만전시회를 통해 양 사건의 공통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평화연대의 위상과 역할 등을 얘기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2017년 2월 28일로 사건 70주년을 맞는 대만사람들과 2018년 4월 3일로 70주년을 맞는 제주사람들, 그들이 나누기 시작한 우정이 오래도록 돈독히 이어져 동아시아 평화연대의 중심축으로 이어지길 소원해 본다.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이 될 것 같다. 나를 초청해준 대만2.28기념재단과 제주4.3평화재단에 감사드린다. / 최상돈 제주민예총 이사·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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