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5) 대접받는다는 건 뭘까요?

8958760370_f.jpg

1964년 여름 | 데버러 와일즈 (지은이) | 제롬 리가히그 (그림) | 김미련 (옮긴이) | 느림보 | 2006-07-10 | 원제 Freedom Summer (2001년)

지구촌 시대로 가는 그 해 여름

백인 소년 '조'와 흑인 소년 '존 헨리' 두 친구는 그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1964년 여름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는 새로운 법(공민권법)이 만들어져 둘은 이제 수영장에서 마음껏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순진한 기대였습니다. 수영장은 물 대신 시멘트로 채워졌습니다. 흑인이 수영장에서 노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장은 실패했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는 용기를 내고 들어갑니다. 친구 조가 있으니까요. ‘인권’에 대해서 어렵지도 않게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1964년 여름>을 읽으면서 저는 최근 우리 주변의 인권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인권과 자유, 평등, 민주주의는 무척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은 어떻게 아나요? 어린이 여러분은 이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나요? 아마도 원래 있던 것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인권은 동물보다 못한 비참한 대우를 받았던 역사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사실입니다.

100~300톤 급의 소형 선박에 500명의 사람들을 통조림처럼 포개어 길게는 6개월 동안 아프리카 해안에서 대서양까지 운송하는 '중간항해'(middle passage)의 역사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끔찍한 고통이 많은 사람들을 일깨워 인권을 생각하게 했죠. 평화는 수많은 살육과 전쟁, 자유는 수많은 폭력과 억압, 민주주의는 피비린내 나는 혹독한 정치 속에서 저마다 피어난 꽃입니다. 만약 어린이들이 역사를 통해서 이런 가치들을 느끼지 못한다면 소중한 가치들은 금세 무의미해지고 말 것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폭력 사건과 인권 문제

중국인들이 술집에서 행패를 부린 사건이 제주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당시 폭행을 하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밖에서 사 온 술을 먹겠다는 중국인 손님과, 이를 제지하는 주인 사이에서 벌어진 시비 끝에 나온 사달입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왕조문화의 전통이 남아 있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인권’의 개념이 비교적 희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은 일당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인권이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뼛속까지 중화주의(中華主義)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국 관광객의 행동을 통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가면 인사말이나 간단한 말 정도는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중국 관광객들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외국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중국인이 화장실을 다녀가고 나면 10분 넘게 청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화장실 양변기가 불결하다고 생각했는지 신발을 신고 볼일을 본 후에 그냥 나와 버리기 때문에 누군가 청소를 해야 합니다. 중국 고전인 <논어>와 <맹자>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라.”는 말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인권은 전 세계인이 소중히 가꿔야 하는 가치이며, 중국인들에게도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중국인의 인권을 생각해서 그들을 부끄럽게 할 수 있다면 그들도 어쩌면 변화할지 모릅니다. 술을 사들고 술집에 들어가는 중국인의 문화에 대해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술집 앞에 중국어로 안내문을 써서 한국 술은 안전하며 철저히 감독을 받고 있다고 하거나, 중국인에게 술을 가지고 술집에 가는 것을 허용하거나 해야 합니다.

그들이 한국 문화에 무지하고 무시한다고 해서 같은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를 입으신 술집 주인의 사례는 소중한 교훈입니다. 중국인과 원활히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위화감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또 다른 심각한 인권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중국인과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먼저 다가가고 행동함으로써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대접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명정대하고도 위엄을 갖춘 법도와 인권 감수성으로 관광객들이 감히 제집처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관광지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 <1964년 여름>를 읽고 질문을 2개 만들어 보아요.

1.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까닭은 뭘까요?
2. 차별받아 본 적 있나요? 기분이 어땠나요?

182087_208135_0026.jpg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