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지는 것 같은 흔들림이 느껴지더니 그대로 치고 나가더라고”
2007년 태풍 나리 내습 당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천이 9년만에 다시 범람했다. 시커먼 물이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과거 범람을 경험했던 주민들은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혹시나 했던 차량들은 또다시 폭우에 떠밀려 침수차량으로 변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새벽 2시만 해도 괜찮았어. 근데 4시쯤 되니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지더라고. 차량을 밀고 나가니 무서워서 집 밖으로는 나오지도 못했어”라고 당시 느꼈던 공포감을 기억했다.
올해 제주에 처음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를 강타했다. 순간최대풍속 50m/s의 강풍이 몰아쳤다. 한라산에는 시간당 171.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불어난 물은 복개구간 경계선인 길이 10m의 콘크리트 화단을 부수고 해안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복개천에 주차중인 차량 30여대는 장난감처럼 물에 떠 수십여 미터를 휩쓸려갔다.
차량이 서로 부딪히며 곳곳이 파손됐다. 강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차량 위로 올라선 차량도 있었다. 신호등에 부딪히고 상가로 돌진한 차량도 눈에 띄었다.
오전에 물이 빠지면서 도로는 처참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스팔트가 산산이 부서져 곳곳에 널브러졌고 도로 한가운데에는 쓸려 내린 흙이 쌓여 섬을 만들었다.
도로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발을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오전부터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투입돼 안전조치에 나섰지만 피해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태풍 나리 이후 제주도는 ‘100년 폭우까지 견디게 하겠다’며 제주시 도심을 흐르는 4대 하천의 물을 분산하기 위해 12곳의 저류지를 설치했지만 하천 범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태풍 영향으로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밤사이 624.5mm, 삼각봉 574.5mm, 성판악 415.0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윗세오름은 오전 3~4시 사이 시간당 171.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서귀포시는 288.9mm, 제주시 175.1mm, 성산 141.6mm, 고산 26.6mm의 강수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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