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토부 용역보고서 뜯어본 기상감정업체, 결과 공개 “오류 가능성 다분”...입지 논란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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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감정 전문업체 (주)웨더피아가 국토부의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의 최종보고서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도식화한 자료. 웨더피아는 이에 대해 '비정상적인 분포형태'라고 지적했다. ⓒ (주)웨더피아

제주 제2공항의 입지 선정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한진그룹) 소유의 정석비행장을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하면서 ‘잦은 안개’를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관련 데이터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상감정 전문업체의 구체적인 감정 자료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주)웨더피아에 의뢰했던 기상감정서를 11일 공개했다.

반대대책위는 “정석비행장의 안개자료가 엉터리임이 이번 기상감정을 통해 밝혀졌다”며 “연구용역진이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에서 허위 데이터를 만들어냈다면 심각한 범법행위다. 국토부는 조속한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위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년 11월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성산읍 일대가 확정 발표되고, 지난 3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가 공개된 직후부터 정석비행장이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돼왔다.

특히 이 보고서에 나타난 연간 안개발생 일수가 제주 15.3일, 고산 29.9일, 서귀포 21.6일, 성산 13.0일인데 반해 정석비행장만 유독 33일로 많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9월 반대대책위는 기상감정 전문업체 웨더피아에 이 내용을 갖고 기상감정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정석비행장의 안개 발생 일수가 주변과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게 기상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의 판단을 물은 것.

결과는 “안개가 이와 같이 특정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것. 국토부 용역보고서에 나온 정석비행장 기상관측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웨더피아는 기상감정서에서 “제주의 서남쪽일수록 안개일수가 많고 북동쪽이 안개일수가 적은 분포를 보이고 있으나 정석공항만 특이점으로 서남해안보다 월등히 많은 안개일수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같은 특이현상은 제주도의 안개일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류무(해무), 전선무(전선 부근에서 발생하는 안개)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이류무나 전선무는 광범위한 지역에 나타나지 특정 장소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의 안개일수는 대부분 이류무와 전선무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류무와 전선무는 비교적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안개일수의 공간분포를 보면 고산을 비롯한 서남쪽이 많고, 성산을 비롯한 북동쪽이 적게 나타난다.

웨더피아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제주도의 동부 중산간인 정석비행장에 이류무나 전선무에 의해 특별히 주위보다 많은 안개일수를 보이는 특이점이 나타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국토부의 용역보고서에 문제는 또 있었다. 비교대상이 된 제주·서귀포·고산·성산 등 4개 지점은 기상청 공식 자료인데 반해 정석비행장만 별도의 관측자료를 이용했다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다. 웨더피아는 “정석비행장의 기후기록과 주변 기상청의 기후기록 간 동질성 검사 등 추가 조사가 필수”라며 “동질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자료를 가지고 기상조건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제주에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정석비행장에 자체 관측장비가 있어 그곳에서 관측된 자료를 활용했고 그외 지역에선 기상청 자료로 비교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기상감정서에 따르면 이러한 발언 자체가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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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와 온평리 일대. ⓒ 제주의소리DB

기상청 예보국장 출신인 이천우 웨더피아 대표(이학박사)는 11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토부의 제2공항 최종 보고서를 두고 “지금까지 학술연구나 기후자료와는 다르기 때문에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히 정석비행장에만 안개가 중점적으로 꼈다면, 거기만 그렇게 발생할 수 있는지 검증을 해봐야 할 사안이다. 추가 검증 없이 자료를 그대로 썼다면 이것은 왜곡된 자료를 쓴 셈”이라고 말했다.

또 자체 관측 데이터와 기상청 자료를 혼용한 데 대해서도 “이 관측자료가 정말 옳은 것인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기상청 자료는 오랜기간 축적이 된 만큼 믿을만 하나, 정석비행장 관측 자료가 정말 믿을만 한가는 다시 한 번 조사해봐야 한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꾸준히 입지선정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해 온 반대대책위가 이번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전문 기상 감정 자료까지 들고 나오면서 제주 제2공항은 또 다른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입지선정과 관련해 정석비행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대한항공’이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대책위 등은 정석비행장을 제2공항 후보지에서 제외하고 성산을 택한 것이 대기업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한진그룹 계열의 한국항공대 교수가 국토부 용역을 주도한 것 자체도 이미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당국은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정석비행장이 기상조건 등 기술적 측면과 환경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중도 탈락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바람, 안개, 낮은 구름 등 악천후가 많아서 민항여객기가 상시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운영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 안개 일수를 두고 기상전문가까지 오류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오면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게 됐다. 

정부는 작년 11월 10일 제주 제주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2565필지, 586만1000㎡를 발표했다. 해당 부지에는 온평리와 고성리,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가 포함됐다.

현재 제2공항 건설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중인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기본설계 용역과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제5차 전국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년)’을 수립한 뒤 2017년 최종 계획을 고시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안은 총사업비 4조1000억원을 투입해 성산읍 일대에 길이 3200m, 폭 60m 규모의 활주로를 포함한 신공항을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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