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라톤] 환갑 맞은 강공식씨 “허리통증 고치려 입문...대회 취지에 반했어요”
15일 열린 2016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에서는 풀코스 결승지점을 앞두고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한 무리의 선수들이 다른 한 선수를 에스코트 하듯이 뒤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플래카드가 들려있었다. 쓰여진 문구는 ‘마라톤 풀코스 50회 완주’. 이 흔치않은 장면은 동료 선수들이 풀코스 50회 주인공을 축하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영광의 주인공은 올해 만으로 환갑을 맞은 강공식씨(제주시 노형동). 제주마라톤클럽 소속이다.
다른 생업이 있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풀코스 50회 완주는 100회, 200회 완주 보다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100회, 200회는 죽자 살자(?) 마라톤에만 매달려야 달성 가능한 기록이지만, 생업에 종사하면서 50회 완주는 틈 날 때마다 꾸준히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강씨는 “무리하지 않고 즐기면서 달렸다”고 회고했다.
제주마라톤클럽 2대 회장을 지낸 강택철씨(61)는 그를 곁에서 지켜보다 “정신력이 대단하지 않고선...”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랬다. 축산물유통업에 종사하는 강씨는 평소 너무 바빠서 짬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강씨는 한달 20~25일씩 평균 300km를 달렸다. 연 평균 완주 횟수는 4~5회. 국내 대표 마라톤인 춘천마라톤(2회), 동아마라톤(7회)은 물론 2012년에는 마라토너들의 로망인 보스톤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렇다고 기록이 월등한 것도 아니었다. 역대 최고 기록은 2007년 세운 2시간54분27초. 이번 아름다운마라톤에서는 3시간23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에게 기록은 집착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달리기를 가장 싫어했다는 강씨가 마라톤에 빠지게 된 것은 20년전쯤 도지기 시작한 허리통증 때문. 몸집이 비대한 것도 그를 마라톤으로 이끌었다.
물론 마라톤에 입문한 후 허리통증은 완전히 가셨고, 몸도 날씬해졌다. 그러면서 힐끗 기자를 훑어보더니 마라톤을 적극 권했다.
강씨는 그동안 아름다운마라톤에도 거의 빠지지 않았다. 참가비의 일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는, ‘나눔과 기부’라는 대회 취지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건강 때문에 시작한 마라톤이 기부 레이스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아름다운마라톤을 통한 기부 레이스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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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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