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 대학생아카데미] 장재열 대표 “유명 강사, 자기개발서 보다 주변에 고민 나눠보자”

성공 사례를 언론에 쏟아내는 자칭 멘토들과 늘 긍정과 열정을 강조하는 자기개발서가 때로는 청년들에게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앞날을 그리기 너무 막막한 이들에게 멘토와 자기개발서가 쏟아내는 메시지는 버겁고 공감되지 않을 때도 많다. 큰 상처와 성공, 다시 좌절을 맛보며 청년상담자로 활동하는 장재열 좀 놀아본 언니 대표는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는 목표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삶은 그 모습대로 의미가 있다”면서 대다수의 평범한 청년들을 응원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대학생아카데미’ 2016학년도 2학기 일곱 번째 강연이 17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비영리 상담문화기획커뮤니티 ‘좀 놀아본 언니’의 장재열 대표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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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비영리 상담문화기획커뮤니티 ‘좀 놀아본 언니’의 장재열 대표. ⓒ제주의소리

장 대표가 살아온 30년은 짧지만 굴곡진 시간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성스러웠던 성격 탓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한 따돌림을 당했고,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인지 교사마저 그를 감싸지 않았다. ‘가지지 못한 약한 이에게 세상은 좋은 곳이 아니’라는 현실을 10살 때 깨달은 장 대표는 그때부터 공부에 몰두하면서 3수 끝에 서울대 미술학과에 입학했다. 이력서가 모자랄 만큼 ‘빵빵한’ 스펙을 쌓고 당당히 삼성 제일모직에 입사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입사 10개월 만에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으면서 그의 표현대로 '패잔병'처럼 퇴사해야만 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로서 취업준비생에게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현실을 반대로 전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점차 마음의 병을 앓게 된 것이다. 정신과 치료도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네 번째 병원으로 옮기면서 그는 ‘자문자답 블로그’를 시작한다. 아이디를 두 개 만들어 아침에는 평소의 내 모습으로 고민을 쓰고, 저녁에는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심리상담자의 입장에서 그 고민에 답을 다는 방식이다. 3개월 정도 지속하면서 우울증이 제법 호전됐고, 꾸준한 활동으로 사람들에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블로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장재열이 아닌 다른 존재가 온라인으로 상담해준다는 방식이 ‘좀 놀아본 언니’의 시작이다.

10개월 만에 1만 8000여명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유명세 덕분인지 장 대표는 우쭐한 자만심까지 품게 됐다. 이런 자만심은 삼촌에게 당한 성폭행 트라우마로 남성과 접촉하면 실신해버리는 어느 젊은 여성과 직접 대면하면서 산산조각난다. 장 대표는 “그때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위험한 일을 했는지, 미친 짓을 해왔는지 알게 됐다. 한 개인이 품고 있는 고민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비로소 느끼게 됐다”고 되돌아 봤다. 한때 블로그를 없애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자신보다 훨씬 타인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유명세가 아닌 ‘고민을 나누는 상담의 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상담했던 몇몇 사람과 힘을 합쳐 지금의 좀 놀아본 언니가 만들어졌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수만 명의 청년과 고민을 나눈 장 대표는 열정, 목표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대신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더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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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연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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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놀아본 언니’의 장재열 대표. ⓒ제주의소리

그는 “우린 하고 싶은 일이 반드시 있어야 하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강연 속 강사들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강하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불꽃이 일어나듯 노력해 반복하는 유형을 ‘스파크형’이라고 분류하는데 전국 5000만명 가운데 이런 유형은 0.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0.1%가 방송국에 출연하고 책을 쓰면서 청년 멘토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이와 달리 ‘이 세상의 소금형’은 스파크형과 반대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사람도 잘 사귀지 못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5000만명 가운데 1000만명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 세상의 소금형은 소금처럼 중요한 존재지만 흔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0.1% 유형이 평범하게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처럼 사는 것이 멋지다고 강조하는 게 과연 옳을까? 삶은 그 자체만으로 각각의 의미가 있다”며 “비록 하고 싶은 일이 없다 하더라도 그 모습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만큼이나 괜찮다고 느끼면 된다”면서 청년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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