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예고 축산시설 규제 강화...현실 벽 많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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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허가축사 관련 설명회. <사진=강정태>
"가축시장에 다 팔아버리고 농사 그만둬야겠다" 

8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푸념이다.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행정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벽이 많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제주 서귀포시 축산과는 20일 오전 10시 서귀포시청 제2청사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설명회'를 열었다. 2018년 이후부터는 무허가 축사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제주경제의 한 축인 축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다. 

이날 설명회엔 젊은층은 한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고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주로 참석해 묘한 씁쓸함도 자아냈다. 담당 직원들은 1층에서 강당이 있는 4층까지 간의 의자를 공수하느라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참석인원만 족히 4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강사로 나선 강윤욱 서귀포시 축산과장은 "올해 550개 농가를 대상으로 축산시설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며 "2017년 500농가(90%), 2018년 522농가(95%) 시설 모두를 적법화 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처 허가를 받지 못한 농장내 크고 작은 시설물들을 양성화하겠다는 말이다. 
  
강 과장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기 위해선 건축설계사를 통해 도면을 작성한 후 제출해야 하지만 일을 맡으려는 건축설계사가 없다는게 이유다.  

강 과장은 "요새 건축붐이 불고 있어 건축설계사들이 펜션과 주택 일감만 받아도 먹고 산다고 한다"며 "3-4번 현장답사도 해야 하고 돈도 안돼 축사 건축도면 일 맡기를 꺼려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귀포축협 등에서 설계사를 고용해 축산농민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종일 서귀포축협 기획상무는 이날 "조합차원에서 축산농민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건축설계사를 섭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개정이 쟁점이 됐다. 

도내 축사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닐하우스형 축사. 다른 지역에선 가설건축물로 허가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조례가 막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강 과장은 "제주도의회에 비닐하우스형 축사도 가설건축물로 인정되도록 개정의견을 보냈다"며 "다음 달 열리는 도의회에서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도조례가 현실과 차이가 커 영세농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올해 초 제주를 강타한 폭설 당시 비닐하우스형 축사는 가설건축물로 인정되지 않아 배상을 받을 길도 없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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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태 시민기자. ⓒ 제주의소리
도는 최근 축산업 허가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소, 돼지, 닭, 오리 등 축종별 허가대상 사육시설 규정을 강화하고 신규 허가 24시간, 경력 8-12시간 등 교육도 받아야 한다.

지난해 제주 축산조수입은 9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 성장했다. 감귤과 관광과 함께 제주경제 3대 축으로 꼽힌다. 강정태 시민기자 / 조아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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