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문화연구소, ‘무의·치유로서의 제주굿’ 학술세미나...“굿은 공감·눈물의 치료”

고유한 자연·문화 속에서 제주굿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섬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기에, 제주굿은 미신이 아닌 ‘무의(巫醫)와 치유’로서 재조명받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제주섬문화연구소가 주최하고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한 학술세미나 ‘무의, 치유로서의 제주굿’이 20일 오후 2시부터 각 북카페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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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세미나 ‘무의, 치유로서의 제주굿’이 20일 각 북카페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제주학대회’의 제주학 학술사업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문화적·예능적인 측면에서 연구돼 온 제주무속의 굿이, 치병굿과 무의로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재조명하기 위한 자리다.

서순실 심방(제주큰굿보존회장)의 추는굿 요약 시연으로 문을 연 뒤, 서순실 심방과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의 ‘추는굿의 실제와 치유’ 대담, 박정은 교수(미국 홀리네임스대학 영성학 교수)와 마르틴 명예교수(독일 마르브르크대)의 주제발표 ‘임계공간 그리고 치유’, 이보섭 소장(이보섭 융연구소)과 김선희 강사(제주대 국어국문학과)의 주제발표 ‘융 심리학의 입장에서 본 내림굿의 상징적 의미’ 순으로 진행됐다.

추는굿은 환자에게 침범해 병을 일으킨 잡신의 정체를 확인해 쫓아내는 목적의 굿이다. 대부분 과정은 환자를 춤추게 하는데, 서우젯소리를 집중적으로 부르면서 환자로 하여금 억지로라도 춤을 추게 하는 특징이 있다.

14살에 입무(入巫)한 이래 평생을 무속인으로 살아온 서순실 심방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주굿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치유의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채 이어진다고 피력했다.

서 심방은 “제주에서는 해녀, 여성을 위한 치유굿(추는굿)을 많이 했다. 고부간의 갈등, 남편·자녀들에게 억눌려 살았던 고된 시집살이를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데 그때 치유굿이 역할을 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감정 치료”라며 “치유굿에서는 대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풀어내는게 중요하다. ‘이렇게 살아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식으로 그 사람이 살아온 것을 잘 읊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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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순실 심방은 "여전히 제주굿은 제주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고 있다"면서 변하지 않는 역할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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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을 나누고 있는 서순실 심방(오른쪽)과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 ⓒ제주의소리

서 심방은 “심방이 자신의 삶을 대신 말해주는 것을 듣는 이는 ‘내가 이렇게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눈물로서 아픔을 토해낸다. 여기에 춤이 더해지면서 마음을 치료한다”며 “목석 같은 남편도 이런 장면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성하곤 했다”고 옛 모습을 기억했다.

시간이 흘러도 굿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기술의 진보로 생활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됐어도 마음의 병은 생겨나기에 제주굿은 도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서 심방은 “지금도 계속 추는굿을 하고 있다. 의학이 좋아졌으니 누군가가 아프다면 일단 병원을 보낸다. 그러나 병원 검사에서 전혀 문제가 없어도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에 병이 생기거나 망자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굿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무속 전문가인 문무병 박사는 “굿은 공감과 눈물의 치료다. 망자와 산자의 관계는 결국 사랑으로 풀어낼 수 있는데 눈물과 함께 이런 사랑이 완성될 때 굿은 끝난다”며 “어려움과 고통을 한 단계 넘어서 새로운 삶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 제주굿”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발표 좌장을 맡은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근래 들어 제주굿은 대중에게 문화, 예술적인 부분만 비춰지면서 사실상 박제화된 면이 분명히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무의로서의 제주굿을 온전히 조명하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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