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6) 동생한테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8949111926_f.jpg

형보다 커지고 싶어 ㅣ 스티븐 켈로그 (지은이), 조세현 (옮긴이) | 비룡소

형에게 동생 연습이 필요한 까닭은?

여기 두 형제(남매 또는 자매)가 있습니다. 형은 동생이 되어본 적이 없고, 동생은 형이 되어본 적이 없습니다. 언니나 누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형과 동생은 서로의 스승인 셈입니다. 형은 가족을 나가면 동생이 될 일이 많고, 동생도 가족 품을 나가면 형 될 일이 많습니다. 가족은 배움의 밭입니다. 가족 안에서 배우지 못하면 학교나 사회에서 배울 것은 거의 없습니다.

동생이 형을 배우기 쉬울까요, 형이 동생을 배우기 쉬울까요? 당연히 동생입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높은 곳을 보지 아래는 안 보잖아요.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안 하는 것처럼, 사람은 좀처럼 뒤를 돌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은 낮아지는 것이고 아랫사람, 힘든 사람 입장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것은 움직이고 흔들리는 일의 연속입니다. 도무지 가만히 멈추지 않습니다. 형이 형으로만 살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족 안에서 동생은 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을 수 있지만, 가족을 벗어나는 순간 사정은 달라집니다. 예컨대 학교의 축구장이나 식사 줄 등을 나이 어린 학생보다 먼저 차지하는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후배들과의 갈등이나 의견 대립을 풀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항상 형의 입장에 있었던 사람은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해결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생이 형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는 1남2녀의 막내동생으로 누나가 두 명 있습니다. 동생으로 평생을 살았고, 아래 동생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동생의 입장에서 바라봤습니다. <형보다 커지고 싶어>에서 동생은 형과의 놀이에서 항상 궂은 일을 맡아야 했고, 온갖 놀림을 당합니다. 형보다 키가 작고 힘도 약하기 때문이죠. 잘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못하는 사람이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하는 사람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잘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형보다 커지고 싶어>에서 형은 처음에는 놀리지만 동생이 사과를 한 대접이나 먹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부모님이 개입합니다. 부모님은 오직 사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전후사정을 알아내고 도움을 줍니다. 그제서야 형은 부모님과 함께 동생을 거들기 시작합니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가 윗옷이 젖고 말았습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있는데 여덟 살 형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화장실에서 장난을 치니까 옷이 젖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섯 살 동생이 “형은 내가 화장실에서 소변 누는 것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장난치냐고 말하냐!”고 따졌습니다. 저는 동생이 화장실에서 장난을 하지 않았는지 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장난을 하지 않았다는 동생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흘릴 수 있어. 어른인 나도 흘리는 걸. 다음에 조금 더 조심하면 돼.” 이렇게 말해주자 동생은 기분이 풀렸습니다. <형보다 커지고 싶어>의 동생이나 화장실에서 오줌을 흘린 동생이 하고 싶은 말은 겉모습으로만 보고 쉽게 말하지 말라는 것 아닐까요?

★ <1964년 여름>를 읽고 질문을 2개 만들어 보아요.

1. 형(언니, 누나)한테 속상했던 일 있나요?
2. 만약 동생인 자신이 지금 형(언니, 누나)의 윗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대해주고 싶나요?

182654_208831_3255.jpg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