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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가 여는 '제주 문화재생 프로젝트 컨퍼런스'가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17일 미술관에는 '제주도의 비영리예술활동'을 비롯해 세 가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문예재단 문화재생 컨퍼런스, 도내 문화예술 공간 운영자들 “열악한 환경” 한 목소리

제주에서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현재 공간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역주민과 융화되는 과정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행정-정책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이 주최하고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회장 서상호)가 주관하는 '제주 문화재생 프로젝트 컨퍼런스'가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과 도내 창작공간에서 열린다. 

17일에는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3개 분과 라운드테이블(토론)이 진행됐는데, 3분과에서는 '제주도의 비영리예술활동'이란 주제로 도내외 문화예술공간 운영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광준 바람부는연구소 소장, 박금옥 아트창고 대표, 김범진 문화공간 양 대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이장희 글로컬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김백기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 대표, 이나리 꿈인제주 대표 등 문화예술 전시·창작공간 운영자들이 참여했다.

여기에 서진옥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큐레이터, 김가영 미디어극장 아이공 큐레이터, 위창완 스톤앤워터 대표 송지은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 대표,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 김혜경 통의동 보안여관 큐레이터 같은 도외에서 활동하는 공간 관계자들도 함께해 다양한 사례를 나눴다.

토론 참가자들은 제주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현실 공유와 함께,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서귀포에서 공연 위주의 실험예술을 선보이는 김백기 대표는 “공간을 운영한지 4년째가 돼가지만 여전히 지역민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가 고민이다. 공연, 실험예술이라는 점에서 접근이 쉽지 않다”며 “실험적인 느낌을 많이 빼도 여전히 지역민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되니 스스로 활동이 위축됐다. 실험예술제 같은 행사를 열기도 점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아아트와 함께 제주아트페어를 운영하는 이장희 대표는 “제주아트페어를 열면서 최대한 행사가 열리는 동네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전시·판매장이 되는 숙박업소에 비용을 지불하고 주변 식당을 섭외했다. 비수기를 선택해 참여율을 높였다”며 “큰돈을 다루지는 않지만 그런 노력이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내가 예술가다’라는 위치로 다가서면 일반인들은 어려워 했다”고 피력했다.

2013년부터 자신의 외갓집인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에서 레지던지, 주민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범진 대표는 “친척들도 여전히 살고 있는 비교적 익숙한 지역에 들어왔지만 마을 구성원도 바뀌고 힘든 부분도 많았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천천히 가자’, ‘인사를 잘하자’라는 언칙을 세우고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주민들도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인 제주 정서를 고려하면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는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간 운영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간을 처음부터 소유하거나, 영리공간을 함께 운영해서 수익사업을 병행하거나, 든든한 후원을 받거나, 행정의 지원을 받거나 어떤 식으로든 고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제주의 경우, 절대적으로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더불어 관련 분야 인력이 한해 제주대 예술학부 졸업생 30여명(디자인 제외)이 전부인 지역 상황을 고려할 때,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일도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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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가 여는 '제주 문화재생 프로젝트 컨퍼런스'가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17일 미술관에는 '제주도의 비영리예술활동'을 비롯해 세 가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김범진 대표는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에서는 정부로부터 인턴, 학예사(기획자) 지원을 받는다. 비영리 공간도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고 이광준 소장은 “제주도가 서울의 청년수당을 넘어서는 청년기획자, 예비큐레이터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행정의 역할도 보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혜경 대표는 “지금 제주도 예산을 보면 ‘관광’을 앞세워 일회성 행사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쓰인다. 무형의 문화예술 기반을 조성하고 사람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예산을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으며 이광준 소장은 “제주도 문화행정은 인식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문화공간을 ‘용역회사’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 문화예술 정책의 기준이 행정 주도가 아닌 민간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참가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제주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간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필요가 있다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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