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역의 생활쓰레기 정책이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쏟아지는 인구로 거리마다 넘쳐나는 쓰레기, 항상 넘치는 클린하우스, 포화상태가 된 매립장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주특별자치도 폐기물 관리 조례’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정책 도입에 나섰다. 이 중 먼저 선보이는 게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제주시는 12월 1일부터, 서귀포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세 차례에 걸쳐 이 새로운 정책에 대한 의미와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쓰레기 요일별 배출 아십니까] (2) 성공 필수 전제 ‘공감대 형성’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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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범운영 첫 날인 1일 제주도심 한 클린하우스 앞. 공무원과 통장 또는 자생단체 회원이 한 조를 이뤄 시민들에게 변경되는 쓰레기 배출제도에 대해 홍보했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야심차게 도입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의 시범운영 첫 날인 12월 1일. 오후 6시쯤 되자 제주도심 곳곳에 위치한 클린하우스에 공무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자생단체 등 지역주민들과 한 명씩 짝을 이뤄 요일별 배출제와 배출시간 제한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고경실 시장도 이날 한경면에서 시작해 밤 늦게까지 제주도심까지 서부지역 곳곳을 돌며 직접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제주시는 오는 7일까지 야간집중홍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기간 하루 야간근무하게 되는 공무원 숫자는 1458명. 이들은 오후 6시 자정 사이 각 동주민센터가 정한 시간만큼 근무하게 된다. 요일별 배출제 도입 첫 날 이들은 직접 주민들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시행 첫날이어서인지 혼란스러움 속에 “불편하게 왜 이런 걸 하느냐” 또는 “요일별 배출 쓰레기 외우기가 복잡하다”에서부터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무엇이라도 해봐야 한다"는 등 시민들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어떤 시민은 종이박스와 못쓰게된 후라이팬을 들고 나왔다가 클린하우스 앞 계도활동을 펼치는 주민자치위원과 공무원의 설명을 듣고 집으로 다시 들고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종이박스는 화요일, 철제로 된 후라이팬은 수요일에 각각 배출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선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이날 기자와 만난 시민 허모(50.여)씨는 “너무 화가 나 오늘 낮에 시청에 항의전화를 했다”며 “저는 마트에서 저녁에 일한다. 저 처럼 매일 저녁시간 대 출근하는 사람은 어떡할 것이며, 혹여나 저녁에 부득이 일이 생겨 때를 놓치면 쓰레기 배출을 위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요일별 품목 분류도 복잡해 나이 드신 분들이 이걸 외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나도 어렵다”면서도 “내년 7월 과태료 부과를 시작하면 정말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남동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밤 늦게까지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사회에는 별로 어울리는 정책 같지 않다”며 “요일별 배출을 강제한다고 해도 집에서 애당초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가사 부담이 많은 주부들은 “취지에 공감한다. 하긴 해야하지만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37세 김모씨), “맞벌이 하는 집이나 애 키우는 집은 시간을 따로 맞추는 것도, 나눠서 매일 버리는 것도 힘든 일”(36세 장모씨)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시청 부근의 한 클린하우스에서는 현장에 배치된 공무원에게 “이해가 안된다”며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고, 이도2동 주택가에서는 수긍은 하면서도 볼멘소리를 내뱉는 시민들이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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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범운영 첫 날인 1일 제주도심 한 클린하우스 앞. 공무원과 통장 또는 자생단체 회원이 한 조를 이뤄 시민들에게 변경되는 쓰레기 배출제도에 대해 홍보했다. ⓒ 제주의소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주부 김모(56.여)씨는 “평소 클린하우스 주변이 지저분해 짜증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번 정책으로 인해 주택가가 깨끗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잘만 시행하면 좋은 정책일 듯 싶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더라도 적응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연동 주민 이모(43.남)씨도 “쓰레기 대란이 눈 앞인데도 여전히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분리수거와 종량제비닐 사용 등도 벌써 시행한지 수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안지키는 시민들이 적지않은 현실에서 행정만 탓할게 아니라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가자고 주장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학로 근처에 사는 강모(68.여)씨는 “이 동네 큰 길이며 골목길이며 매일매일 길바닥에 버려지는 쓰레기, 담배꽁초를 보면서 자기 집에도 이렇게 버리고 있나는 생각이 든다”며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요일별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배출할 쓰레기를 정돈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다.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시민의식을 이번 기회에 꼭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야간시간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제주시 이도2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29.여)씨는 “배출 가능 요일까지 특정 품목을 따로 보관하기에 공간이 부족할 것 같다”며 “특히 가게 운영 시간과 쓰레기 배출 가능 시간이 겹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자정까지로 제한한 것은 너무했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노형동 식당업주인 이모(43)씨는 “공지가 제대로 안됐다. 현수막만 걸고 새로운 정책을 지키라고 하면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소위 '나홀로' 장사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음식점 등 점포 운영시간이 새벽시간까지 이어질 경우 현재 자정까지로 제한된 배출시간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주시는 이번 쓰레기 정책의 전환을 앞두고 곳곳에 안내 현수막을 부착한 뒤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를 통해 자생단체 회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홍보물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부했으나, 시행 초기여서인지 여전히 공감대는 부족해 보였다. 

당국은 앞으로도 주민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종교시설, 학교, 소규모단체,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 1회용품 다량 발생업체, 아파트 자치회, 경로당, 마을회관 등을 찾아 요일별 배출을 중심으로 한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여 나가기 위한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단속과 과태료 부과는 내년 7월부터다. 

고경실 시장은 지난 달 21일 기자실을 찾아 “관련 브로셔 제공, 교육, 홍보 강화를 통해 요일별 배출제를 시민들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관련 정보를 듣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소상히 설명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입체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 특히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정책의 취지와 배경, 맥락을 다각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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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밤 제주시 연동의 한 클린하우스 앞을 찾은 고경실 제주시장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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