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익 욕구에 묻히는 환경보호 악순환

내가 일하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에는 많은 환경민원이 들어온다. 상근자는 별로 안되는데 도민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는 높다. 그래서 때로는 버겁기도하다.

그런데, 이런 환경민원이 들어오는반면 개발에 대한 욕구도 매우 높은 이중성을 갖고있는 것이 제주의 현실이다.

제주의 기반이었던 감귤산업이 무너지면서 제주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개발, 골프장 개발, 대규모 관광시설이 마을내로 들어와 주어서 땅값을 올려 주었으면하는 것이 요즘 제주도민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사가 막상 시작되면 공사로 인한 소음, 먼지, 침수 피해 등 환경민원이 속출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제주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자기 살을 파먹으면서 한쪽에서는 아프다고 아우성인 꼴이다.

얼마 전, 이호 해수욕장옆에 바다를 매립해서 대규모 유원지를 만드는 이호 유원지사업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아름다운 석양과 다양한 해양생물, 검은 망또의 신사 '가마우지'를 자랑하던 이호 해안가가 매립되고 관광시설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날 주민설명회는 사업자와 행정당국의 설명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측에서 일어나서 개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거의 뭇매맞을 정도의 살벌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래저래 환경단체는 힘들다. 주민들의 환경민원은 끊이지않고 들어오는 동시에 또다른 주민들은 대규모 개발을 찬성하는 상황앞에서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기만하다.

민원인을 만나고 돌아오다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도대체 이것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되는가? 그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지역으로 파고들자는 것이었다.

결국 지역주민을 바꾸지않는 이상 환경문제는 안 생길 수가 없다.

마을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있는 사람은 리장이나 개발위원장 같은 사람과 청년회이다. 이들은 마을 부근에 큰 공사가 들어오면 사업자와 결탁하여 개발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설사 개발에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는 이들에 의해 묻히고 만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한 환경교육을 하면서 마을내에 환경위원회를 결성하게 만들고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갖게하면서 개발위원회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마을을 위한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마을만들기'사업같은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지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운동이 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났었고 지역은 사회운동에서도 항상 소외되어왔다.

이제 더 조그만 지역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힘겹게 농사일을 부여잡고있다가 WTO에 의해 망가지고 있는 농민들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들로부터 변화는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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