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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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대표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은 그녀의 18년 정치를 끝장내는 통과의례였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 대통령 탄생으로 많은 지지자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걸게 했지만 국민 불행과 국론분열의 중심이 되어 헌법을 위반한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녀 18년 정치는 그의 아버지 박정희 개발독재의 연장이었다는 점에서 56년간의 성장주의와 군사주의, 물질주의 정치 그 자체였다. 국민들이 현혹할 수밖에 없는 욕망의 정치요 물량의 정치였다. 겉은 화려하나 실속은 아예 없는, 허장성세의 정치였다. 권력과 재물을 누리는 자에게는 천국이었으나 힘없고 재산이 없는 많은 이들에게는 지옥이었던 세상을 강요해 왔던 약육강식의 경제체제만을 숭상해 온 탓이었다. 신자유주의경제만이 대안이라던 시장주의자들의 결말이었다.

10월 26일 시민사회단체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 라는 탄식과 실망이 국민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회는 즉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령 탄핵은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곧 국민의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부터 대통령을 수사하라, 하야하라는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민주화를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등 교수와 연구자들은 5일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선언에 2,234분이 참여했다. 이처럼 많은 지식인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에 의해 저질러진 민주공화국 헌정파괴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강렬한지, 그리고 공공성이 확립된 민중과 시민의 민주주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재구성하기 위한 지식인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자신은 자기가 저지른 근본적인 잘못을 회피한 채, 오로지 자신의 권력유지만을 위해 국민에게 새로운 기만적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대통령의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면서 지식인들은 많은 국민들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의 범죄로 자격을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 나아가 퇴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집중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졌다. 나아가 학계와 민중시민사회 단체와의 체계적인 소통과 공통적 정세인식, 그리고 향후 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안모색도 대단히 필요해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번 시국선언을 주관한 교수학술 4단체는 보다 조직적 대응을 위해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에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과 함께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를 제안, 구성해 활동하게 되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할 때 국민주권은 즉각 퇴진을 외쳤고, 그녀가 내년 4윌 퇴진을 내세우자 민주시민들은 230만 개의 촛불로 답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몰상식한 국회의원의 망언에 대해서는 집회를 거듭할수록 촛불을 늘리고,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청와대를 향해 한결같이,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박근혜 퇴진과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이번의 촛불대행진은 국민이 이 땅의 주인임을 선언한 역사적 투쟁이며, 세계시민운동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항쟁이었다.

이제 7차례의 촛불집회에 참여한 745만인이 함께 외친 나쁜 대통령 퇴진이라는 말속엔 그녀의 18년 정치의 어둡고 음습한 악습을 한꺼번에 타파하자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가자는 국민들의 열망과 요구가 들어 있었다. 낡은 대한민국의 허물을 털어내고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제대로 해 보자라는 주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쁜 정치에 의해 좌우되어 왔던 일방적 성장정책을 끝내야 한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는 국회의 탄핵소추한 의결 직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청산해야 할 우선 과제가 있다"며 6개 사회개혁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 첫째,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공범자를 청산하고 그들이 축재한 부정한 재산을 몰수하고 지위를 박탈할 것 ▲ 둘째, 사유화한 공권력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공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 ▲ 셋째, 정권유착을 엄중히 처벌하고 재벌개혁의 계기로 삼을 것 등을 꼽았다. 또 ▲ 넷째, 국정농단을 앞장서서 비호한 권력기관의 공범들을 색출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권력기관을 개조할 것 ▲ 다섯째,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억압한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해 언론의 자기개혁 계기로 삼을 것 ▲ 여섯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갈 것 등을 주문했다.

나는 여기에 몇 가지를 추가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주권시대의 개시를 선언한 시민사회의 제안과 요구를 제도정치에 수렴할 국민주권회의(약칭 민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조속히 관련 법률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아래로 부터의 민의를 올바르게 새로운 정치과정에 반영, 수렴, 평가하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2월 10일 국민주권시대의 개시를 선언한 민주주의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주권, 국민자치 시대를 앞당기고,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들의 안전과 자유, 행복을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선출직 정치인과 행정‧사법‧입법의 모든 공무원은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 검찰도 경찰도 국민주권의 위임이기에 그 권력은 국민 스스로가 선출해야 합니다.
하나, 주권자 국민의 미래와 희망을 우리 스스로 법률과 정책과 공약으로 결정하고, 실행을 감시합니다.
하나, 주권자인 국민의 결사, 집회, 시위, 표현의 자유는 절대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임을 천명합니다.
하나, 국민주권의 확대를 위하여 선거 연령을 18세로 확장하고,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요구합니다.
하나, 국민기본권과 노동권, 생존권, 그리고 행복추구권은 확대되어야 합니다.
하나, 민주주의, 민주공화국, 평화통일은 우리의 근본적 가치이자 목표입니다.“

필자는 시민사회단체가 이런 방식으로 국민주권시대를 개시한다고 선언하는데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새로운 정치과정을 창조해가는 신질서를 개척해 나가면서 낡은 대한민국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박근혜표 정책을 전면 중단하고 재평가, 재검토해서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수정할 것은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 개발독재시대의 무분별한 마구잡이 성장정책을 더 이상 제주섬에 적용하는 오류와 실책을 반복하거나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박근혜는 2012년 12월, 대통령 후보시절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공약을 발표했고, 이런 내용을 취임 후인 2013년 7월 발표한 주요 지방 정책공약에 포함시켜 제주공항사업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그런데 관련기관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제주공항 확충, 신공항 건설, 제2공항 신설 등 다양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가능성을 모두 꼼꼼하게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산지역에 제주공항과 별도로 제2공항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전형적인 박근혜표 정책으로 낙인찍힐만한 연구용역 결과였다.

그리고 이 부실하고 황당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성산읍을 찾아가 해당지역에 제2공항 건설을 못박는 듯한 언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더욱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탄 것인지 지난 12월 1일 기획재정부는 '제주 제2공항 예비타당성' 결과를 '사업 적격'으로 발표했다. 제2공항 신설하는데 원안보다 약 8000억원 많은 4조87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도 경제성이 있다는 미리 짜 놓은 듯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민혈세로 조성된 국가예산을 제멋대로 집행해 왔던 구시대 관치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이런 박근혜표 정책은 전면 폐기, 중단, 재검토돼야 한다. 밀실행정, 비선실세의 궤변에 바탕을 두고 진행된 모든 정부사업은 일단 중단시키고 하나하나 국민과 주민,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재검토되어 지역경제도 살리고 민심도 되살리는 절차적 정의에 부합하는 정책 수립과 집행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게 국민주권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행정부의 자세요 태도여야 한다. 더 이상 물량위주의 무분별한 성장이 아니라 환경보호와 사회통합, 경제성장이 결합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에서 박근혜표 정책은 폐기되거나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촛불민심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따끔한 저항과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국토부는 이른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이전에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진행된 각종 정부 연구용역사업에 대한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이를 위한 진상조사작업,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 갈등조정기구의 구성과 투명한 운영 등에 대해 사전협의하는 절차부터 거쳐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사업추진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국토부나 개발 추진측의 입장에서 주민을 위해 무엇을 배려하고, 협조해야 하는지 헤아려 주어야 한다. 이런 성의있는 자세 전환이 없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또 다른 탄핵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두지만 박근혜표 정책의 페기나 재검토없이는 아무런 협치나 사회통합의 기회조차 마련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제주특별차지도와 국토부의 정책전환과 태도 변경을 거듭 촉구한다. /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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