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괸당은 돌담문화에서 꽃 핀 수눌음 문화  이문호 교수(전북대 전자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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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호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에서 조금만 안면이 있어도 “사돈에 팔촌으로 걸린 궨당”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굳이 친척 관계가 되는지 따져서 확인해 보지 않아도, 고향 마을을 밝히고 계보를 따지다 보면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촌락내혼 중심의 통혼권은 같은 마을이나 이웃 마을에 혈족과 인척의 중첩을 가져오는데, 궨당은 지연과 혈연에 중복이 생기면서 모두가 친척이라는 의미로서 사용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궨당은 ‘성펜궨당(父系親)’, ‘외펜궨당(外戚)’, ‘처궨당(妻族)’, ‘시궨당(媤家)’으로 분류된다.

제주는 “마을 내에 매놈(완전한 남)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친척 관계로 얽혀 있고, 이 때문에 동네어른 모두를 ‘삼촌’으로 부르는 관행이 정착했을 정도로 궨당은 제주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촌락내혼 중심의 통혼권은 일상생활에서 같은 마을이나 이웃 마을에 부계친, 외척, 처족, 시가친이 함께 생활하는 문화로 나타났는데, 이 때문에 한 마을이나 이웃 마을에서 혼인한 자매들이 함께 살게 됨으로써 외척의 비중도 부계 친족의 기능에 못지않은 참여와 영향력의 행사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궨당 문화는 남녀평등 사상을 낳게 되었고, 제주 여성의 강한 자의식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현재에도 제주 지역에서는 촌락내혼에 기반하여 부계친(父系)이나 외척(外戚)이 서로 동등한 궨당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가정이나 사회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늘날에는 선거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여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나가서 공무원 승진 축하 신문광고를 사촌형제들이 낸다든지 ‘겹부조’를 하는 것도 그 예이다. 제주 MBC는 2016년 11월 5일 밤에 애월읍 고내리를 중심으로 제주는 궨당이 중심이고 육지는 문중 중심 문화라는 내용의  특별기획 다큐멘터리(김훈범 PD연출)를 방영했다. 

과연, 궨당의 어원은 무엇인가. 제주 MBC에서 궨당은 ‘돌보는 무리’라는 뜻을 지닌 권당(眷黨)의 제주어라고 하였다. 돌보는 무리인 권당은 제주 사회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권당(眷黨)은 중국에서 소위 리더가 자신의 그룹원들을 돌본다는 뜻인데, 왜 제주에서 이 말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주는 돌이 문화 발생지다. 1234년 김구 판관(25살 약관의 나이로 제주 판관부임)이 ‘돌담’을 밭 경계에 쌓도록 한 동기(motivation)는 중국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이나 제주 사람들의 ‘수눌음’ 또는 육지부에서 집 주위에 탱자나무와 대나무를 심는 담장(墻)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아닐까.

담(墻)을 쌓는 까닭은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고 침입을 막기 위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공간을 서로 다른 성격으로 나누기 위해서이다. 조선시대의 주택에서 사당(祠堂)을 건축하고 주위에 담을 쌓는 것은 담 안의 공간을 신성화하여 제사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또, 행랑마당이나 사랑마당 등에 쌓은 담은 이들 두 공간 사이에 위계질서를 주기 위한 것이다. 제주에서는 올레가 안거리와 박거리를 공간구분 하고 있다.

담을 언제부터 쌓았는가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체로 성읍국가시대를 상한선으로 하고 있다.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간에 주거의 차이가 생기면서, 신분에 따른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담과 같은 구조물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괸돌’은 ‘고인’돌에서 비롯됐는데, 순 우리말인 고인돌은 고대 부족 국가 지배계층의 무덤 또는 제단을 의미하며, 이 단어의 유래는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괸돌’ 또는 ‘고인’돌에서 비롯되었다. 돌을 쌓으면 ‘돌담’이 되고, 밑받침 되는 돌은 ‘괸돌’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다음 돌을 다시 얹으면 ‘괸담’이 된다. 즉, 돌과 돌의 ‘수눌음’이다. ‘수눌음’은 ‘수눌다’의 명사형으로 ‘손(手)를 쌓다’로 협동(cooperation)을 의미한다. 여기서 ‘눌’은 ‘쌓다’는 뜻으로 그 예가 ‘촐눌’이다. ‘괸담(垣)’이 관습상 발음의 변화로 괸당이 되는데, ‘괸당’은 제주 돌담문화에서 꽃 핀 제주 특유의 ‘수눌음’ 문화(文化)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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