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방담 썸네일.jpg
▲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한해의 끝자락에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기자들이 다시 초심(初心)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 한해 취재현장에서 보고 느낀 소회와 교훈을 나누는 '기자방담(放談)'을 지난 15일 늦은 오후 김봉현 편집부국장 진행으로 편집국 회의실에서 가졌다.

[송년특집-기자방담](상)<제주의소리> 편집국 기자들이 메모한 ‘2016년’ 
    
어느 해나 성하고 쇠하는 부침은 다 있다. 다사다난, 우여곡절, 공사다망…. 이런 사자성어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送年) 시기에 유독 회자가 잦은 이유다. 그러나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대한민국과 제주는 이런 표현만으론 왠지 성이 차질 않는다. 

‘4.13총선’ 정국으로 시작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까지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숨 가빴던 해였다. 지난 2015년 연말, 대학교수들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선견지명이었을까. ‘혼용무도’ 선정은 2016년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정확히 예언한 셈이다. 

지난 주 평일 늦은 오후 <제주의소리> 기자들은 퇴근시간을 미룬 채 노트북과 취재수첩을 들고 머릴 맞댔다. 송년 기자방담 자리다. 올해 대한민국과 제주사회를 관통했던 현안들을 주요 키워드 별로 점검하고, 취재현장에서 기사에 미처 녹여내지 못한 뒷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전국 거리에 불을 켠 촛불민심, 3석 3선 연패 설욕을 벼르던 새누리당 제주도당의 4.13총선 참패, 강정 해군기지 갈등의 전철을 되밟는 제2공항 추진 일방통행, 도민공동체와 서민 삶을 위협하는 부동산 광풍, 사상 최대 가계부채 빚더미, 중국과 중국인에 의한 빛과 그늘, 제주섬을 위협하는 쓰레기·하수·교통문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제주해녀문화에 이르기까지 의제는 다양했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한해의 끝자락에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기자들이 다시 초심(初心)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했던 이번 기자방담 요지를 풀어헤쳐봤다. 

# 제주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비선실세’ 파문에서 배우라  

▷ 김봉현 편집부국장: 2016년의 대한민국은 처음과 끝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 해였다. 그만큼 숨 가쁘게 달려왔다. 연초부터 국회의원 총선 정국으로 시작해, 연말 촛불과
▲ 김봉현 기자, 편집부국장 ⓒ제주의소리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연초만 하더라도 대단히 자신에 찬 모습이었으나 , 연말로 접어들면서 최순실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탄핵 위기라는 벼랑끝에에 서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연초만 해도 4.13총선에서 최소 1석 내지 2석, 많으면 3석 모두 되찾겠다는 자신감을 보였으나 결국 3석 모두 더민주당에 내어주는 고배를 마셨다. 정치권의 시작과 끝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해였다. 

계속되는 제주의 인구유입, 부동산 열풍, 가계 부채 급증, 환경 문제 등도 모두 제주정체성 위협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일련의 모든 사건들은 원인과 결과의 인과 관계로 진행됐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현장을 뛰어다녔던 <제주의소리> 기자들이 느낀 취재 소회와 취재 너머의 이야기들을 솔직히 나눴으면 한다. 우선 ‘촛불 시국’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 이동건 기자(사회교육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전국 언론이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집중했다. <제주의소리>도 제주에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발굴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취재하면서 제주에도 이들이 싼 ‘똥’이 많았다. 그들이 제주에서 무엇을 모의 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아직 제대로 취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최순실 언니 최순득 씨와 그의 딸 장시호 씨, 정유라 씨 등이 제주에서 지냈었는데 취재하다보니 그들을 기억하는 제주도내 주민들의 증언은 “막무가내 였
이동건.jpg
이동건 기자, 사회부 ⓒ제주의소리
다” “싸가지 없었다” “우리하곤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란 증언들로도 국정을 쥐락펴락한 최씨 일가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 씁쓸했다.     

▷ 김봉현 기자: 그러나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치열한 현장취재로 ‘라임 페이퍼컴퍼니 제주서 운영’ ‘최순득·장시호 가족 중산간 토지 보유’ ‘수천만원 현금으로 임대료 지급’ ‘정유라, 제주 모 종합병원서 아들 출산’ 등 여러 건의 주요기사를 <제주의소리>가 주도적으로 발굴한 건 성과다. 독자들의 제보도 큰 힘이 됐다. 산부인과 의사들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의 정유라 출산 당시 제주 왕진 의혹도 일찍부터 취재에 들어갔지만 의혹 당사자들이 모두 수도권에 있어 접근성 측면서 효율적 취재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현재도 진행 중인 취재들이 있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반드시 의외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좌용철 편집부국장 대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제주도의 비선 라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 최근에도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모 인사의 경우, 민간인 신분임에도 이런저런 잡음이 흘러 다닌다. 비선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최순실 파문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대를 대한민국이 아니라 제주도로 좁혀서 본다면 공조직을 제대로 세우고 정상 운영이
좌용철.jpg
좌용철 기자, 편집부국장 대우 ⓒ제주의소리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관심사로만 놔둘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원희룡 도정도 비선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은가.  

▷ 이승록 정치부장: 거시적으로 살펴보자. IMF 등 경제위기가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박정희 신드롬’이 생겨났고, ‘민주대통령’보다 ‘경제대통령’을 원했다. 그 영향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민주화 정부’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제기된 많은 의혹들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온 국민을 소위 ‘멘붕’으로 빠트린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보수정권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도 완전히 몰락 위기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딸까지 대통령이 됐는데 보수층들의 우상이었던 박정희-박근혜 부녀도 무너지고 있다. 87항쟁 이후 제주지역 집회에서 최대 인원 1만명을 넘어선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촛불의 힘, 국민주권주의의 승리를 체감하고 있다. 

▷ 김봉현 기자:
이승록.jpg
이승록 기자, 정치부장 ⓒ제주의소리
그렇다. 보수정권 쪽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민주화정부 10년을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런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사회정의 측면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사기 당한 10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사회 보수층에는 건강한 보수세력이 있다. 그래서 보수세력 모두를 싸잡을 수는 없지만 현 대한민국의 주류를 자칭해온 보수권력의 핵심인사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적나라한 치부를 드러낸 것임은 틀림없다. 제주도정도 이를 반면교사 삼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제주의소리> 기자들과 방송영상팀 PD들은 2개월 넘게 주말도 반납하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매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서로 격려가 필요하다.  

▷ 좌용철 기자: 이번 촛불집회에서 흘린 <제주의소리>의 땀이 헛되지 않다.  현장에서 <제주의소리>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격려를 많이 받았다. 우리 모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하지 않은가. 그걸 위안으로 삼는다. 

▷ 김태연 기자(문화·콘텐츠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말한 것처럼 이번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촛불집회의 가장 눈에 띄는 주역은 ‘교복 입은 청소년’ 같다. 미래의
김태연.jpg
김태연 기자, 문화콘텐츠부 ⓒ제주의소리
유권자들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 실종을 보여준 사례다. 청소년들이 거기에 분노한 것 같다. 또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입학 의혹이 청소년들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과연 대한민국 교육 제도가 사회정의 수단으로 충실히 작동하고 있다면 최순실이 정유라를 이대라는 소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아무리 권력을 휘둘렀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촛불정국을 계기로 청소년들도 스스로 노력하면 사회 정의를 바로 잡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 문준영 기자(행정·경제부): 온통 시선이 청와대와 광화문으로 쏠렸다. 시선을 지역사회로도 돌려야 한다. 특히 시민사회나 지역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주변의 ‘작은 최순실’들을 파헤치고 ‘권력과 기득권’에 의한 적폐적 이해관계를 해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의 에너지를 촛불 너머로, 지역사회로도 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작은 최순실’ 찾아내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제주도정에도 그동안 비선실세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비선라인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있었을 테고, 그 실체를 적확하게 잡아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실체불명의 거대 자금들이 여전히 제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그들
문준영.jpg
문준영 기자, 행정경제부 ⓒ제주의소리
로 인해 파생되는 이해관계는 오늘 현재도 유효하다. 더욱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 이승록 기자: 그렇다. 우리도 반성해야 할 부분은 없나 되돌아봐야 한다. 제주사회에도 ‘작은 최순실’이 없지 않았을 텐데, 우리 스스로 ‘작은 최순실’에 눈감은 적은 없는지, 양보하거나 타협한 적은 없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주해군기지 부터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조금만 더 분발했으면 일방 추진이나 난개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례가 반드시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한형진 기자(문화·콘텐츠부): 그 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청소년과 청년 등 10대 20대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고 거대한 동력이다. 그런 동력을 현실에 구현시키려면 표나 정치, 즉 국회정치로 풀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중앙정치는 중앙정치대로 고민하겠지만 제주지역은 향후 지방선거에 민심을 반영시켜 내는 것이 과제다. 그럼에도 제주지역 사안에 있어서 정치나 투표로 이어질 지는 회의적이다. 그래서 지역정치권이 더욱 달라져야 한다. 전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촛불민심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 김정호 차장(사회부): 냉정하게 바라보자. 엄밀히 이야기하면 전국적으로 연인원 수백만 명을 기록한 이번 촛불집회는 전국적 사안에 따른 것으로 중앙과 연계해 제
김정호.jpg
▲ 김정호 기자, 사회부 차장 ⓒ제주의소리
주에서도 열리는 형식이다. 향후 제주지역 사안, 제주도정과 관련한 사안이 쟁점으로 나타났을 때도 이처럼 촛불민심이 열렬히 일어날 수 있을까. 반성과 학습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촛불문화제 계기로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가 정착되길, 그리고 정책에 참여하는 도민들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김태연 기자: 촛불집회가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거나 극단적 결과를 도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 정보공유의 장, 지역의제에 대한 의사 표현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화제를 ‘4.13총선’으로 넘기자.    

# 4.13총선, '잘못된 후보 공천'이 막판 당락 갈랐다

▷ 김봉현 기자: 올해 연초부터 <제주의소리>는 4.13총선이 정책 선거로 치러질 수 있도록 편집·보도 방향을 ‘정책선거 지향’에 맞춰 여러 가지 기획을 준비했다. 총선 전부터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각 예비후보들의 정책들을 이끌어내는 노력에 집중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 후보들의 재산문제 검증이 시작되자 특정 후보의 공유지 매입과정 등 부동산 관련 의혹이 블랙홀처럼 모든 선거 어젠더를 빨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해 아쉬웠다. 총선 취재 과정 어땠나?   

▷ 좌용철 기자: 이번 선거는 전·현직 지사의 선거개입이 유독 심했던 선거였다. 그걸 심판한 선거다. 표면적으로는 야당이 다시 3석을 싹쓸이한 선거지만, 구태정치로 표현하는 소위 ‘제주판 3김(三金)’을 완전히 청산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또 하나, 소위 ‘원희룡 마케팅’을 묵인한 원희룡 지사도 도민들의 중간평가를 받은 셈이다. 총선 결과 원 지사 측근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사실상 본인에 대한 도민들의 중간평가 민심을 정확히 읽은 선거가 됐다. 선거 끝나고 난후, 올해 4.13총선은 <제주의소리> 승리라는 평가도 들었다. 공유지 문제를 의제화 한 것이 선거 막판에 당락을 가른 결정적인 것이었다. 

▷ 이동건 기자:
한형진.jpg
한형진 기자, 문화콘텐츠부 ⓒ제주의소리
반드시 우호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선 우리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를 ‘타깃’ 삼았다는 시선도 있다. 안타깝지만 그런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직선거에 나온 모든 후보에 대한 현미경 검증 기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 한형진 기자: 공유지 등 후보의 재산형성 검증이란 의제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폭발력이 있었기에 민심이 막판에 확 쏠렸다. 전반적으로는 사실 선거 전부터 야당이 3석 모두 차지하고 있는 현역 의원을 평가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 야당이 3석을 모두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심판 기류가 컸고, 어떤 선거구는 새누리당이 절대 유리하다는 여론이 대세였다가 막판에 뒤집힌 것은 역시 그런 프레임이 통하지 않는 후보 검증 기사였다.

▷ 이승록 기자: 이번 4.13 총선도 더민주당이 3석을 싹쓸이 했다. 앞서 무려 12년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민주당이 3번의 총선을 모두 이겼다. 그래서 이번 4.13 총선 전부터 이 야당 의원들에 대한 교체 분위기가 강했고, 실제로 야당은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으로 쪼개지며 선거 패배가 현실화되는 듯 했다. 거기에다 전·현직 지사들의 암묵적인 새누리당 후보 지원, 또 당시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매우 높았기에 모든 조건이 새누리당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런데 졌다. 그건 결국은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공천 실패가 새누리당의 패착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촛불정국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몰락했다고 하지만, 제주에선 이미 4.13총선으로 몰락했다. 새로운 인물도 없고, 비리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도당의 중책을 맡고 있는 것부터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잘못됐다. 사실상 식물정당이 됐다. 새누리당은 제주에서 총선으로 몰락했고, 전국에서 촛불민심으로 몰락했다. 

▷ 김봉현 기자: 이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를 아직도 새누리당은 잘 모른다. 딴 세상 사람들 같다. 당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친박이 당 주도권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결과만 봐도 그건 극명하다. 앞으로도 새누리당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제주민심은 대한민국 정치의 바로미터라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올바른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각인시켜준 선거다.

전체.jpg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기자들이 2016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기자방담'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 김정호 기자: 그렇다. 검증되지 않은, 부도덕한 후보 공천으로는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기대했던 4.13 총선인데 ‘역시나’ 하는 선거였다. 전직 지사는 유세장마다 차량으로 돌며 지원사격에 눈코 뜰 새 없고, 현직 지사는 특정후보 캠프 건물에 대문짝만한 얼굴 사진을 내걸어도 방조하고, 도민과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그랬다. 도민들이 원하는 정책, 도민들이 원하는 후보였나 스스로 물어야 한다. 아바타나 꼭두각시 후보가 있었던 건 아닌지, 도민들이 그토록 청산을 부르짖은 ‘제주판 3김’ 시대로 되돌아간 선거는 아닌지…. 

▷ 김봉현 기자: 원희룡 마케팅은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원 지사가 올해 초 행정시 연두방문 때 기자들에게 ‘왜 박근혜 마케팅은 되고, 원희룡 마케팅은 안 되느냐’고 반문한 일이 있다. 도민정서를 잘못 읽어도 너무 잘못 읽은 항변(?)이다. 

▷ 문준영 기자: 맞다. 원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약 60% 지지율이라는 전무후무한 표심을 얻어 당선된 것은 결국 도민사회와 공직사회 줄세우기, 편가르기라는 과거 제주판 3김의 잘못된 적폐를 청산해달라는 준엄한 민심이었다. 그런데, 그런 원 지사마저 도민사회와 공직사회를 향해 특정후보에 줄을 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잘못된 마케팅일 수밖에. 

▷ 이승록 기자: 내가 보기엔 조급증인 것 같다. 원 지사의 꿈은 제주도지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정치세력이 없는 상황에 자신의 사람을 만들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제주의 3개 선거구 새누리당 후보들뿐 아니라, 이기재 전 서울본부장, 박정하 전 정무부지사 등의 선거캠프로도 전국을 종횡무진 다녔지만 모두 낙선했다. 그 여파로 오히려 선거직 후 정무라인까지 모두 잘라내야 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하(下)편에 계속> / 기사정리 = 김봉현 기자, 방담 워딩 = 김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