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논란-릴레이기고](4) 김정순 (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추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사업후보지인 성산읍 지역주민들과 제주지역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의 제2공항 건설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역주민과 이들 단체들은 제2공항 건설이 후보지 주민들과 사전협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고, 청정과 공존을 기반으로 한 제주의 미래 지향점과도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의 릴레이 기고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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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제주 제2공항 후보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후 제주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현재 제주는 관광객 증가와 인구 급증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통체증 심화, 부동산 가격 폭등, 생활쓰레기의 폭발적 증가, 하수처리 용량 초과, 지하수고갈 등의 문제와 함께 각종 사회문제들이 뒤를 잇고 있다. 지금의 관광객 숫자로도 벌써 다양한 환경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기하급수로 증가할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계획은 불분명하다. 


대량 관광객의 입도를 받쳐주는 무한대의 관광객 확대정책이 과연 제주도민 대다수의 삶에 도움을 줄까? 제2공항 용역보고서에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는 2030년에 현재의 2배가 넘는 4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인구, 도로, 교통량, 건축물 등 모든 면에서 현재의 2배 이상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제주도의 자연과 사회 환경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대량관광은 세계적으로 한때 새로운 산업 동력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 마요르카를 들 수 있다. 제주도보다 2배 정도 큰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지 마요르카는 매해 2000만여 명이 찾는 섬이다. 하지만 화려한 통계 이면에  ‘마요르카는 파라다이스인가 악몽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종 환경·사회적 문제에 시달려 왔다.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해안선과 비옥한 토지에 호텔과 건축물이 들어서게 됐고 이러한 난개발은 마요르카가 가지고 있던 매력을 감소시켜 값싼 관광 상품을 즐기러온 여행객들로 넘치게 되었다. 이는 현재 제주 중국관광객의 저가 관광과도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물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물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였고 마요르카 주민들의 수도세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대량관광으로 인한 문제가 마요르카에서는 환경문제와 자원고갈로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숙박업, 교통업 분야 등의 일자리 창출과 관광지의 수익증가 이면에 물가 상승, 관광산업 일변도 중심의 획일적 지역발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나면서 경제적 안정성이 불안해졌다. 이러한 다양한 환경·사회·경제적 문제 때문에 마요르카는 1995년부터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즉, 환경을 핵심으로 관광과 지역개발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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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순 (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 100년의 미래를 위한 미래비전 용역을 통해 ‘청정과 공존’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제2공항 건설계획은 제주도를 더 이상 청정하지 않은 곳으로 추락시킬 것이며 이는 곧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간의 공존마저 파괴할 것이다. 또한 제2공항 건설은 마요르카의 우울한 과거의 전철을 밟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여 제2공항 건설계획은 결코 제주도의 미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순 (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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