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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칼럼] 각자도생의 세계

김국주 kimkj46@hanmail.net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17:46   0면
연말이 되면 차분히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새해의 희망을 다지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단연코 미국의 '블랙 스완', 트럼트 당선자 때문이지만 주변국들도 덩달아 바쁘다. 특히 일본이 유난스럽다.

11월 17일, 아베 수상은 재빠르게 트럼프 당선자를 뉴욕으로 찾아가 만나더니 이달 16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기 고향인 야마구치현으로 초대해 함께 온천욕을 했다. 러시아와 영토분쟁 중인 홋카이도 북방 4개 섬의 반환이 주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섬들은 1945년 일본 원폭투하 직후 러시아군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빼앗았던 섬들이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경제제재에 유가폭락이 겹쳐 금년 마이너스 경제성장(-0.8%)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일본이 경제원조의 손을 내밀며 영토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트려고 한다.

아베는 이어서 27일에는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일본의 진주만 침공 75주년을 기해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분향과 헌화를 했다. 평화존중의 자세를 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일본 재무장의 논리적 근거를 다지려는 것이다. 일본 평화헌법의 개정을 위해서는 의회 통과보다 국민투표 통과를 더 큰 난관으로 보고 있다. 원폭 피해를 경험한 세계 유일한 국민인 일본인에게 반전, 비무장의 염원은 아직 뿌리가 매우 깊기 때문이다. 아베의 행보는 자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중국의 시진핑은 트럼프가 공약했듯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되면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무게감이 더 커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한 중앙 경제회의에 참석해 '투키디데스 함정'(신흥세력은 반드시 구 패권세력과 전쟁을 벌인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의 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당분간 6%대 이하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감수하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노골적으로 재무장 준비하는 일본 

문제는 미국이다. 지난주부터는 미국이 핵 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뚫을 수 있는 러시아의 핵 능력을 강조한 데 대한 응수였다. 유세기간 중에도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도 자위수단으로서 자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라늄 광산과 록히드, 보잉, 노스롭 등의 주가가 뛰고 있다.

트럼프의 파격 행보는 트위터를 통한 말의 잔치에 그치지 않고 있다. 새 행정부의 핵심인 국무장관에 세계최대 석유회사 액슨모빌의 사장을 앉히는가 하면,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수석에 전·현직 골드만 삭스 사장을 각각 선택했다. 이 두 사람은 헤지펀드 전문가들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가장 큰 헤지펀드 운영회사 브릿지워터의 현직 사장을 국방부 차관으로 기용키로 했다.

본래 헤지(hedge)는 울타리, 즉 환율이나 금리의 변동 등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장치를 말한다. 작은 돈으로 큰 효과를 기할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을 이용하는데 그 이유 때문에 이것은 위험회피가 아니라 위험에의 도전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예산을 쓰는 공공부문이 아니라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부문의 능력자들을 행정부의 최고위직에 배치한 것은 트럼프의 가장 모험적인 시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 경제사회에 결핍된 동물본능(animal spirit)을 불러일으킬 계기로 기대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모험적인 트럼프

트럼프의 미국은 중상주의(重商主義)의 깃발을 거침없이 내걸려고 한다. 감세와 재정지출 증대의 믹스는 다분히 재정적자를 야기해 미국의 장기금리를 인상시키고 달러화 강세를 초래할 것인데, 만일 미국이 이에 따른 자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무역장벽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국제 사회의 긴장과 마찰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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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러나 이런 것은 트럼프의 관심 밖이다.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국제관계에서 리얼리즘(realism)의 재림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각국이 자기의 보호를 위해 무력과 경제력의 극대화에 매진해야 하는 세계 속에서 살 길은 오직 각자도생(各自圖生) 밖에 없다.

스웨덴 외무장관과 수상을 지낸 국제외교 전문가 칼 빌트는 지금의 정치 및 군사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하면서 모두들 집에 지하벙커를 파놓고 생활하라고 권고한다. 각 나라들이 살아갈 방법을 도모하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무얼 하고 있는지, 서글프고 화가 난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12월 2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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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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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016-12-29 17:38:22    
아고~~~우리는 ..
11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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