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보수진영 재편 좀 더 지켜볼 것”

‘제심동력 예기익장’(齊心同力 銳氣益壯).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이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제주사회에 던진 화두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치면 그 날카로운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져 그 여파가 해를 넘기는 가운데 이 참에 나라가 새로워지고, 제주도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도민 모두의 바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새해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도민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면서 공감, 소통, 창조의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분당사태와 관련된 정치행보와 관련해선 “도지사가 움직인다고 도의원들이 졸졸 따라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칭 개혁보수신당이 창당되면 그 때가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인 ‘저조한 재정집행’과 관련해서는 “행정 의존도가 워낙 높은 제주의 경우 재정이 제때 집행이 돼야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만큼 의회 차원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재정집행 현황을 점검하겠다. 예결위 전문위원을 개방형으로 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포함한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도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기초자치단체-기초의회 부활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특별법의 정신은 자기결정권을 준 것인 만큼 상상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좋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합동 신년대담은 지난 12월28일 의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2017년 정유년 새해를 앞둬 지난 12월28일 언론사 합동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 우선 새해를 맞아 도민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린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도민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지난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등 어렵고 힘들고 안 좋았던 일들이 많았다. 올해는 붉은 닭의 힘찬 울음소리에 다 묻고 기쁘고 희망찬 일들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성과와 과제가 있다면.

지난 6개월 제주의정은 ‘도민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소통, 창조, 공감의회를 구현하기 위한 의정혁신계획을 수립해 도민의 행복과 제주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미래발전을 위해 전문가의 정책적 제언을 구하는 ‘미래기획혁신위원회’를 설치했고, 도와 의회 간의 협치와 소통의 시대를 열었다. 이런 노력들은 도정·교육행정질문이나 상임위 활동을 통해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냉철한 현실분석과 대안제시, 정책제언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새해 예산안 심의도 도민 우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새로운 관행을 만들었다. 지역 간 균형예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와 배려 등 정말 필요한 곳에 증액함으로써 도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는 쓰레기 처리난 등 유독 환경문제가 많았다.

쓰레기 등 환경문제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유입인구 및 관광객에 대한 예측을 잘못해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주도와 소통하면서 도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회와 도정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하나로 모으면 좋은 결실을 맺지 않겠나.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논란이 상당하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결론을 빨리 내줘야 한다. 벌써 20년 넘게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데 제가 알기로는 골프장 6홀 정도 사업이 진척되다가 멈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지금은 목장도 안 되고 아무 것도 안 된다. 환경단체의 요구도 귀 담아 들으면서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내서 도민들도 불편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로 지역 이슈에 대한 진전이 없는데, 새해 들면 이런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기 대선이어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으로 지역이슈가 매몰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새해 예산안 심사가 원만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의회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있다.

관행대로 하다가 갑자기 바뀌면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심사를 앞둬 도지사와 함께 국회에 간 적이 있다. 국회 예산심사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집행부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전쟁을 치른다. e-호조(행정재정관리시스템)를 활용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 분, 그런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다소 불만이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불평불만이 많은 것은 아니다.

- 제주도의 예산집행률 너무 낮다. 구조적으로 고착화 될 우려가 있는데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집행부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 관련 예산 집행이 제일 안 된다.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토지 수용이 안 되기 때문에 진척이 없고, 예산도 묶여 있는 것이다. 예결위 전문위원을 개방형으로 뽑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계속해서 집행현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제주에는 큰 기업체가 없다. 제주도 한해 예산이 4조4000억원인데 예산이 집행돼야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회가 챙기겠다. 월요일마다 점검하도록 하겠다.

- 새누리당 분당사태와 관련해 탈당계획은 없나.

29명의 국회의원이 탈당해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가칭 ‘개혁 보수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제주 입장에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없어서인지 민감하게 와닿지 않는다. 솔직히 개혁보수신당의 정강정책이 저와 맞는지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창당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장이 움직이면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의원들도 각자 지역에 자시세력이 있는 만큼 그 분들과도 논의하면서 진로를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지사가 움직인다고 의회가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고, 보수정당 소속으로서 보수의 가치를 갖고 도민들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 2017년 정유년 새해를 앞둬 지난 12월28일 언론사 합동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신관홍 의장. ⓒ제주의소리
- 인구가 급증하면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도의원 정수조정과 교육의원 존폐, 비례대표 축소 등이 중구난방 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의원정수를 몇 명으로 확대한다’, ‘비례의원 비율을 조정한다’,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한다, 안 한다’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법정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조속한 구성과 운영이 먼저다. 선거구획정과 의원정수 조정 문제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미 일부 선거구의 경우 헌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인구편차 4대1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속히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러한 쟁점과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폭넓은 여론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개편안에 대한 정당성과 도민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도민사회가 공론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다. 우리는 급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국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적용하려면 논의를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한다.

- 행정시장 직선제를 포함해 행정체제 개편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도민의견 수렴을 충분히 해나가겠다. 또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조례개정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집행부와도 상의를 해나게 될 것이다. 어찌됐든 ‘시장 직선’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둬 2017년의 화두가 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고 기초의회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 다른 각도로 도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파악해 행정체제를 바꿔 볼 수는 있다고 본다. 10년 전보다 인구가 12만명 정도가 늘어났기 때문에 구청제까지 도입될 수 있는 수준이다. 특별법의 정신은 도민들 스스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행정구조와 관련해서도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만 하면 최상의 모델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올해만큼 도민 모두가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려는 열망이 강한 때도 드물 거라고 생각한다.
국정농단 파문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져 그 여파가 해를 넘겼고, 이로 인해 나라가 새로워지고,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과 과제 하나하나가 결코 쉽지 않지만, 한마음이 되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그 어떤 어려움도 힘을 합쳐 극복해 냈던 강인한 정신이 있고,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위대한 저력도 지니고 있다. 그런 저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가정에 행복과 건강, 웃음이 가득하기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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