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추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사업후보지인 성산읍 지역주민들과 제주지역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의 제2공항 건설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역주민과 이들 단체들은 제2공항 건설이 후보지 주민들과 사전협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고, 청정과 공존을 기반으로 한 제주의 미래 지향점과도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의 릴레이 기고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제주 제2공항 논란-릴레이기고] (5)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국장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입지 선정에 강력 반발하며 무한 투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제주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대화와 소통은 온데 간데 없고 갈등과 대립만 있을 뿐이다.

단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해당 지역주민들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 입지를 선정해 발표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한 것이다.


여기서 절차적 하자를 떠나 근본적인 의문 한 가지를 던져본다. ‘제주에 과연 제2공항이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이다. 제주도는 현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한 말이다. 그런데 만약 훗날 제2공항마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면 다시 제3·제4공항을 만들고 전남~제주 해저터널이라도 뚫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시와 부산시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그런데 이처럼 밀려오는 관광객들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정작 따로 있다. 면세점과 일부 대기업이 그 성장의 과실을 맛보고 있다. 도민들에 돌아오는 혜택은 별로 없고, 되레 교통난과 쓰레기난, 하수처리난 등 각종 부작용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마당에 제주의 환경 수용력은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인프라는 도외시한 채 무작정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2공항을 짓는다고 해서 도민의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고 삶의 질이 나아질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제2공항 건설 이전에 제주의 환경·생태·사회적 수용력을 먼저 진단하고 친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한 관광객 수를 산출함으로써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순서다. 관광객 숫자에 집착해 온 양적 성장의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2공항 문제는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공동체를 해체시킬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들에게 땅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생계수단이며, 가족과 이웃의 추억이 서린 존재의 기반이다. 그들에게 땅과 집과 고향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그냥 고향에서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는 애원에 우리는 뭐라고 응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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