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순국선열, 호국영령 이외 묵념 대상 추가 불가” 지자체 통보...4.3유족회 '발끈'

앞으로 제주도 주관 행사에서 4.3 희생자를 위한 묵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묵념 대상자를 순국선열, 호국영령으로 한정한 '국민의례 규정'(대통령 훈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4.3 유족들은 “만약 4.3 희생자 묵념이 사라질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국민의례 규정을 일부 개정해 지난해 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올해 1월 1일자로 시행되는 개정 내용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이 새롭게 추가됐다.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은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싸운 독립유공자, 군인, 경찰 등이 해당된다. 개정된 내용대로라면 4.3희생자, 5.18희생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이 극히 힘들어졌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묵념 대상자를 순국선열, 호국영령으로 분명히 적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식행사시 이 훈령에 따른 국민의례를 실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더해졌다.

행정자치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지난 2010년 7월 27일 국민의례 규정이 제정된 이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해 국민의례를 보다 경건하고 정중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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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자로 시행되는 '국민의례 규정'. 묵념 대상자를 한정 지은 내용(붉은 색)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국민을 통제하고 가르치려는 국가주의적 발상인데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때 대통령 훈령을 개정 시행한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가 행사는 순국선열, 호국영령에 대해서만 묵념을 하고, 제주도 행사에서는 4.3희생자까지 묵념을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3희생자유족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그동안은 제주에서 열리는 국가, 지방 행사 모두 4.3영령에 대해 묵념을 했는데 지난해 9월 9일 한글날부터 국가 행사에서는 순국선열, 호국영령에게만 묵념을 했다. 도청에 확인해보니 정부 지침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정도는 이해를 했는데, 이번 개정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원희룡 지사와 면담하고 총무과에도 문의하면서 지방 행사에서 4.3영령들에게도 묵념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만약 이번 지침으로 입장이 바뀐다면 논란이 커질 것이다. 상황에 따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제주도가 정부안 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현 정부가 왜 이렇게 악수를 두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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