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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3년째 심리중’...대법원 vs 헌재 기싸움 속 ‘결과 관심’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전 제주대학교 교수의 이른바 재판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해를 넘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전 제주대 교수 A씨가 2014년 9월5일 청구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배당해 지난해 9월부터 심층적인 심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2003년부터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다 직무와 관련해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법원은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도 공무원에 해당된다며 2010년 11월 A씨에 뇌물죄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2년으로 줄고 이듬해 실형이 확정됐다.

A씨는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공무원에 일반공무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산하 심의위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1년 6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2012년 12월27일 헌재는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유추해석금지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합헌이지만 위촉한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위헌에 해당된다는 것이 당시 헌재의 판단이다.

A씨는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2014년 8월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 결정은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심의위원을 공무원을 판단한 것을 잘못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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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법원의 재판 결과는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A씨는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심판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헌재의 배제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른바 ‘재판소원’이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단을 헌재가 다시 다루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3심제 근간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헌재가 대법원 위에 4심제로 군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공권력에 대한 기본권 침해 구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지난해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당시 박 소장은 “재판소원은 두 기관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문제이다.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경우에는 (재판도) 헌재의 판단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2015년 7월 헌재법 6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다.

A씨의 위헌확인 청구는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형사 판결에 대한 국내 첫 재판소원이다. 헌재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국내 사법체계의 근간이 통째로 흔들린다.

최근에는 제주도 뇌물죄 비리사건으로 촉발된 법조계 다툼이 논문에 발표되기도 했다. A씨의 청구로 촉발된 이번 사건이 어떤식으로 마무리될지 한국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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