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道 "성과 창출 위한 발탁 인사"…고위직 산하기관 파견→승진 잔치 관행 ‘옥에 티’

원희룡도정(560).jpg
11일 단행된 제주도 상반기 국·과장급 인사는 후반기로 접어든 민선6기 도정의 추진동력 확보와 업무의 연속성 및 전문성까지 감안한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무색무취’, ‘무미건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민선 6기 출범 후 6번의 정기인사를 거치는 동안 혁신과 능력 위주의 인적 쇄신 강도를 높이면서 임기 초반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S라인’, ‘송일교’ 인사도 자연스럽게 극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연고·의리를 강조하던 전임 도정에서의 줄 세우기는 확실히 극복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일·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일각에서는 형태만 달리했을 뿐 또 다른 형태의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제주도는 11일 직급승진 85명(2급 2명, 3급 6명, 4급 19명, 5급 25명, 6급 26명, 7급 5명, 8급 2명)과 직위승진 15명(3급 2, 4급 12명, 5급 1명), 전보 505명 등 605명에 대한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제주도는 이번 인사에 대해 “민선 6기 첫 조직개편 인사 후 조직의 안정성 유지와 현안업무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한 성과창출, 혁신과 소통, 사회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 “연공서열에 의한 자리배치가 아닌 도민중심·성과창출을 우선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공직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발탁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홍성택 안전관리실장, 김영주 인재개발원장 등 58년생 상반기 출생 고위공무원들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인사 폭이 커졌다.

이번 인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2급(부이사관) 자리인 안전관리실장에는 59년생 선두주자인 문원일 경제통상산업국장이 꿰찼다. 연공서열까지 감안한 것이긴 하지만, 흔들리는 ‘안전도시’ 위상을 다잡으라는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우근민 도정 시절 중용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포용인사의 사례로 꼽는다.  

여성공직자 중 양시연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 전문위원의 발탁도 눈에 띈다. 장기교육을 마치고 복귀하는 오무순 부이사관이 국장급 라인업에 배치될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을 깬 ‘파격’ 인사로 꼽힌다.

58년생(하반기)으로, 자칫 의회에서 공직을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었지만, 1년 만에 승진과 함께 화려하게 본청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원 도정 출범 후 6번의 정기인사를 거치면서 ‘친정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구범-우근민-김태환 전 지사로 대표되는 ‘제주판 3김 시대’가 마감되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하면서 친위그룹인 소위 ‘친元파’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고상호 특별자치추진단장이 경제통상산업국장으로 직급 승진하며 원 지사와의 거리를 더 좁혔고, 김남선 자치행정과장도 능력을 인정받아 협치정책기획관으로 중용됐다.

반면 민선 6기 도정 초반 원 지사가 가까이 뒀던 고시 출신들은 교육·파견 등으로 원 지사와의 거리가 다소 멀어졌다. 조상범 제주시 부시장이 장기교육을 떠나고, 이상헌 문화정책과장도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파견 나간다. 양기철 부이사관도 이번 인사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연공서열까지 감안해 길게 중용하기 위한 배려란 분석이 있다.

실·국장 자리이동을 최소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직의 안정성과 성과창출을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난해 8월 정기인사 때 보직을 받은 것이어서, 제주도의회의 “잦은 인사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니 일로 승부해 성과를 내라는 미션을 부여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산하 기관에 고위공무원을 파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숫자로만 보면 예년 수준이지만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산하 출자·출연기관에 고위직 파견을 최소화 하겠다”고 한 약속은 결국 허언이 되고 말았다.

4급 이상에서만 41명(직급 27명, 직위 14명)이 승진한 것을 두고는 공로연수를 앞둔 고위공직자의 유관기관 파견이라는 관행을 극복하지 못한 ‘승진 잔치’라는 혹평이 따른다. 

특히 실세부서의 ‘승진 독식’과 관련해서는 공직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태풍 등 재난재해 현업부서인 안전관리실의 경우 5급 이상이 단 1명에 그친 반면 기획조정실과 총무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승진자가 많아 ‘실세 부서’ 독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