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0여명 플라스틱 쓰레기 버리기 집단 행동..."단순 불편 아닌 근본문제 해결 요구"

제주도가 추진하는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단체 행동으로 이어졌다. 금요일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13일 오후 제주시청 옆 클린하우스 한 곳에 모아 배출한 시민들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안된다. 보다 강화된 근본적인 쓰레기 정책을 마련하라”며 당국을 압박했다.

‘제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대표 고성환)’ 소속 30여명은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제주시청 동쪽 클린하우스에 모여 ‘쓰레기 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 모임은 SNS상에서 시작해 지난 6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번 요일별 배출제 도입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시민불편만 강요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각자 준비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곳에 집중 배출해 시민 불만을 직접 보여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쌀쌀한 날씨에 금요일 퇴근길까지 겹쳐서인지 쓰레기 ‘산’까진 이루지 못했지만, 모인 시민들은 당국이 요일별 배출제를 추진하면서 보여준 일방통행에 분개했다. 
▲ ‘제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대표 고성환)’ 소속 30여명은 13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제주시청 동쪽 클린하우스에 모여 ‘쓰레기 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열었다. 한 가득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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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산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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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산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 ⓒ제주의소리

동네 이웃 쓰레기까지 모아서 두 손 가득 자루에 담아온 김형석(55, 일도2동) 씨는 “점점 시민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건 정책이 잘못됐다는 반증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산 퍼포먼스를 계기 삼아 제주시와 제주도가 제대로 된 쓰레기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민경(37, 이도1동) 씨는 “형식적으로 여론을 듣는 것이 아니라면, 요일별 배출제를 하기 전에 먼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행정은 요일별 배출제를 포함해 뭔가 정책을 하고자 할 때 제발 도민들에게 폭넓게 의견을 구하고 진행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고성환 대표는 앞으로 쓰레기산 퍼포먼스를 각 읍면동 별로 추진하는 방안, 원희룡 지사에게 쓰레기 보내기, 나아가 요일별 배출 거부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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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산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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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산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 ⓒ제주의소리

그는 “분명한 건 우리가 오로지 요일별 배출제가 불편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10년도 못가서 제주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매립할 공간도 없어질 텐데, 제주도는 쓰레기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쓸 데 없는 SOC(사회 간접 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에 나가는 돈을 줄이고 쓰레기 정책에 더 많은 예산과 고민을 쏟아내서 청정 제주를 지키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본 고대익 제주시 생활환경과장은 “오늘 시민들이 어떤 취지에서 모였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행정은 시민들의 불만을 받아들여서 고쳐나가야 한다. 현재 요일별 배출제도는 계도 기간이니 제주도와 함께 부족한 점을 고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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