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11) 어린이는 어른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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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와 보리스 | 윌리엄 스타이그 (지은이) | 우미경 (옮긴이) | 시공주니어 | 1996-07-15 | 원제 Amos and Boris

어린이보다 어린 생각

얼마 전 제 공부방 아이 한 명이 지갑을 잃어버린 일이 있습니다. 저는 최근까지도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물론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죠. 종이에라도 지갑을 가지고 있던 마지막 상황부터 지금까지 일을 기록해라. 낱말만이라도 쓰면서 기억을 더듬어라. 편의점에 가서 메모를 남겨라. 오늘 갔던 길을 넓게 되돌아가봐라.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부모님께 사실을 알려라. 혼은 나겠지만 속은 후련하다. 

많은 아이들이 혼날까 무서워 비밀을 오래 가지고 있다가 더 큰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동화 <들키고 싶은 비밀>이나 그림책 <빨간 매미>에 그려져 있죠. 아이와 월요일 만났을 때 그 일을 먼저 물어봤습니다. 예상대로 주말 동안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어렸을 적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께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듣고는 부끄러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가 아프신데 슬픈 소식을 전해줄 수 없었어요."

조그매서 힘이 될 수 없다고?

저는 그 아이가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그리고 왜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 전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어른이 어린이에 대해서 가진 편견으로만 봤습니다. 윌리엄 스타이크의 그림책 <아모스와 보리스>에 나오는 고래 보리스처럼요. 아모스는 조그만 생쥐이지만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스스로 배를 만들어 항해에 성공하죠. 하지만 큰 파도를 만나서 깊은 바다 한가운데 몸만 홀로 남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기적적으로 착한 고래 보리스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나중에는 보리스의 목숨을 구합니다. 그 조그만 생쥐가 어떻게 커다란 고래를 구하냐고요?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도록 태어났습니다. 아모스처럼요. 

하지만 보리스처럼 무시하고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는 여러 가지 편견이 공기처럼 가득하죠. 드디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 꿈 없는 아이가 됩니다. 저는 지갑 잃어버린 한 아이의 속깊은 생각을 무시함으로써 세상의 무거운 공기 중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린이처럼 편견 없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세상 모든 것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친근한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아모스와 보리스>를 읽고 질문을 2개 만들어 보아요.

1. 생쥐 아모스는 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2. 주위 사람과 환경을 편견을 가지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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