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달걀도 육계도 아직까지는 공급 원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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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독감이 번지면서 국내 양계산업이 초토화되었다.
설 연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주부들은 미리부터 설 차례상을 준비할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주부들의 근심은 더 깊어진다.

조류독감으로 국내 양계산업은 이미 초토화되었다. 아직까지 가금류 1500만 마리가 살처분되어, 지난 2014년 1400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가금류가 희생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계산업 초토화, 2014년 기록도 단숨에 갈아치워

이미 국내산 달걀 공급 기반이 붕괴되었다. 달걀 품귀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달걀을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 주말에 화물기편으로 미국산 달걀 209톤, 310만 개가 수입됐다. 30개들이 한 판에 9000원 정도로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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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하나로마트에 달걀이 진열된 모습이다. 30개들이 한 판에 8400원으로 조류독감 이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1인 하루에 한 판으로 판매가 제한된다. 그래도 달걀은 수요에 맞춰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아직까지 제주에서는 국내산 닭과 달걀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국이 초토화되는 와중에도 제주는 한 달 가까이 유일하게 조류독감의 안전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5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의 분면에서 조류독감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리고 9일에 용수리에서 발견한 야생조류의 폐사체에서도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두 경우 모두 최근 유행하는 ‘H5N6형’으로 고병원성이다. 야생 조류가 매개해 가금류에게 감염되는 형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이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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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사진은 야생조류 분변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된 하도리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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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보건당국과 사육농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야생조류의 바이러스가 사육 가금류에 전염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발견된 지역에서 3㎞ 이내 지역에서 사육되는 닭·오리와 종란·식용란 모두 매입해 처분할 계획이다. 또, 3~10㎞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와 오리고기·식용란 역시 예찰 후 안전성이 확인된 후에만 출하를 허락한다.

당국도 양계농가도 비상, 입술이 탄다

일선 양계농장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성산읍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며 닭(육계)을 사육하는 농가는 “지금까지는 병아리도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육계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제주도에서는 조류독감의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국에서 지시한 대로 매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나타냈다.

긴장된 상황에서도 닭과 달걀의 유통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치킨업의 상황도 조류독감 발생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서귀포 관내 농협 하나로마트의 운영을 책임지는 모 차장은 “조류독감 발생 이전에 비해 달걀 값이 조금 올랐고, 한 명당 일일 한 판으로 판매를 제한하는 것 말고는 달걀 공급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육계도 이전과 다름없이 원활히 공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설 연휴까지 열흘 동안 달걀 값이 폭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패밀리레스토랑형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오 모씨도 “닭고기가 모두 월정리 도계장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육지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매출이 예년에 비해 조금 부진한데, 이는 조류독감 공포증보다는 최근 불경기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전쟁의 화마가 유일하게 비켜간 영화 속 ‘동막골’처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제주를 비켜갈 수 있을까? 그리고 설에 달걀이 들어있는 음식을 걱정 없이 나눌 수 있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God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이솝우화 속 격언이 세삼 떠오른다.

※ 이 기사는 서귀포신문과의 기사 제휴에 따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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