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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70주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김대휘 기자협회장, 이상봉 제주도의원, 위성곤 국회의원, 고창덕 자치행정국장, 강덕환 전 정책자문위원, 김종민 전 4.3 전문위원.

'70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미래세대 교육, 공항 4.3작품 전시, 협치 등 제안 속출 

제주4.3이 발발한지 69년이 지났다. 내년 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 지역 국회의원 3명(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과 24개 4.3 관련·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70주년을 앞두고 4.3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할까. 

준비위가 18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에서 4.3 70주년을 준비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1부에서는 김수열 제주작가회의 회장, 이규배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의 발표에 이어 오임종 4.3유족회 상임부회장, 박찬식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 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70주년 기념사업을 벌여야 하는 이유, 4.3 문화예술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이 다뤄졌다.  

2부 종합토론에서는 위성곤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아 이상봉 제주도의원, 강덕환 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김종민 전 제주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고창덕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김대휘 제주도기자협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강덕환 전 자문위원은 4.3 책임자 처벌을 언급했다. 

강 전 자문위원은 “최근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지만, 특검은 ‘국가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재벌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4.3도 마찬가지다. 꼭 책임자를 데려다 교도소에서 생활하게 할 필요가 없다. 책임자를 내세우고, 도민들이 용서를 해줘도 책임자를 처벌했다고 할 수 있다. 4.3을 통해 사회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전 4.3전문위원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4.3 교육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1901년 제주에 이재수의 난이 있었다. 이재수의 난 당시 기록물은 없다. 그저 사람들 기억 속에서 후세에 전달됐을 뿐”이라며 “그나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 풍문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3도 지금의 모습 하나하나를 기록해야 한다. 또 자라나는 세대를 상대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4.3 교육을 하지 않으면 4.3이 풍문으로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휘 기자협회장은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범도민 4.3 성금 모금 운동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언론으로서 4.3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족한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 70주년 기념사업을 앞두고, 범도민적 성금 모금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단돈 1000원이라도 성금 모금이 시작되면 어린 학생들이 4.3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을 70주년에 맞춰 제주로 초대해 4.3 유적지 등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봉 도의원은 “우리는 매년 1500만명이 제주를 찾는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지난해 4.3평화공원을 오간 사람이 16만명 정도다. 2015년에도 16만명 정도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4.3 관련 유적지와 평화공원 등만 방문하게 해도 4.3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진행하던 4.3 사업들을 평가해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4.3 사업을 내실화해야 한다”며 “준비위에 제주도의회도 함께하고 싶다. 제주도정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협치 모델로 고민해볼만 하다. 각계각층이 함께해 각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면 70주년 기념사업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창덕 국장은 “70주년을 앞두고 도정 차원에서 기념사업 태스크 포스(TF)를 꾸렸다. 4.3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3월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비를 확보, 제대로된 70주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토론이 끝난 뒤 방청석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두연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와 상생을 택했다. 이렇게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단체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들과 함께 제주 4.3 ‘화해와 상생’ 정신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을 제주 이주 8년차라고 밝힌 남성은 “4.3 관련 유적지 방문 활성화를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최근 한라산이나 성산일출봉 입장료 현실화 논의가 되고 있는데, 4.3 평화공원 등을 방문한 사람에게 한라산·성산일출봉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도 “제주도정에 원하는 것이 있다. 제주국제공항으로 제주에 들어오다 보면 큰 벽이 있다. 그곳에 4.3관련 작품을 전시하자. 4.3이 70주년을 앞두고 있다는 간단한 문구만 넣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고 국장은 “좋은 제안”이라 화답했다. 위성곤 의원은 “고 국장이 곧바로 공항 벽면에 4.3 관련 작품을 전시한다고 생각하겠다. 요즘 유행하는 ‘기름장어’는 아니라고 믿는다”고 거들었다. 
 
이날 토론회는 일부 세력의 4.3 왜곡, 배·보상, 행방불명인 유해 발굴 등 과제 해결의 새로운 동력을 7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준비위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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