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 참고인 4명은 도주...여학생 20분 넘게 몰라, 경찰 책임론 불가피 

참고인으로 경찰조사를 받던 여중생이 파출소 건물에서 떨어져 20분 넘게 방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양쪽 다리가 부러진 학생은 장애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더구나 일행 중 일부는 순찰차에서 도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로선 이재저래 관리 소홀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 한림파출소에서 참고인 조사를 위해 대기중이던 김모(16)양이 건물 2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경찰은 파출소 관내 한 숙박업소에서 청소년들이 모여서 술을 마신다는 신고를 접수 받고 현장에 있던 김양 등 10명의 학생을 순찰차를 통해 파출소로 데려온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파출소에 도착한 학생 4명은 경찰관들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차량에서 내린 뒤 모두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명은 경찰관에게 이끌려 파출소 안으로 들어섰다. 

참고인 조사가 이뤄지던 오전 3시20분쯤 김양이 건물 2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출소 2층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물함과 숙직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양쪽 다리가 골절된 김양은 신음소리를 냈지만 경찰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얼마 후 김양 등이 파출소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접한 또 다른 친구들이 파출소를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A군이 바닥에서 신음하는 피해 학생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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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서 떨어진 뒤 구급차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김양.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A군은 곧바로 김양을 업고 이동하던 중 파출소 직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 시간이 오전 3시42분. 추락사고 후 2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양은 사고 후 34분이 지난 오전 3시54분 119구급차에 올랐다.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진 김양은 1차 수술을 받았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2~3차 수술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한림파출소 근무 직원은 총 6명이었다. 2명은 이 사건 조사를 맡았고, 2명은 청소년들이 있던 숙박업소에서 현장을 정리중이었다. 나머지 2명은 제3의 사건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경찰은 피의자의 경우 감시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참고인에 대한 감시 등 조항은 없다며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했다.

당시 경찰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학생들에게 객실을 내준 숙박업소 관계자와 술·담배를 판매한 편의점 종업원 2명만 입건했다.

현장에서 붙잡은 학생 10명은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다. 청소년보호법에는 보호자 없이 청소년들끼리 하는 남·녀 혼숙은 금지돼 있다. 청소년 유해약물(술 등) 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19일 브리핑에 나선 박기남 서부경찰서장은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조치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했지만, 부족했다”며 법적인 책임은 부인하면서도 도의적 책임은 일부 인정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이 화장실을 찾기 위해 파출소 내부를 이동하다 2층까지 올라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며 “추락 후에도 10분 넘게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친구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추운 날씨에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파출소에 데려온 후 학부모에 바로 연락했다면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부경찰서는 청문감사관실을 통해 당시 근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합당한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 박기남 제주서부경찰서장이 19일 오후 4시 관내 파출소 2층에서 청소년이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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