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성리 주택건설사업계획 청구 ‘기각’...심의 피하려 쪼개기 건축허가 ‘이젠 안통해’

토지를 쪼개 각각 다른 업체를 내세워 사실상 한 개 단지의 연립주택을 건설하는 편법 건축허가를 불허한 행정당국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과거 편법으로 이뤄지던 이른바 쪼개기 건축에 대한 제주시의 첫 불허처분이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향후 유사 건축사업에 대한 당국의 제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변민선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D사가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D사는 2015년 12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9필지 4835㎡에 40세대 규모의 연립주택을 짓겠다며 제주시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했다.

50세대 미만 연립주택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계획관리지역의 경우 30세대 이상이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주시는 사업부지 주변에 또 다른 5개 업체가 줄줄이 연립주택 건축을 준비하는 점을 문제 삼고 2016년 3월28일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실제 해당 사업부지 주변에는 S사 38세대, A사 등 4개 업체가 각 40세대 등 총 198세대의 연립주택 건설을 계획중이었다. D사를 합치면 전체 규모는 238세대로 늘어난다.

애초 해당 부지 2만7004㎡는 H사가 단독주택 80세대와 근린생활시설 2동 건축을 계획했던 곳이다. H사는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자친철회 후 부지를 D사 등 6곳에 매각했다.

이들 6곳은 해당 부지를 5000㎡ 미만으로 쪼개고, 각기 다른 명의의 회사를 통해 각자 연립주택 건설을 계획했다.

6곳 중 D사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A사 등 3곳은 건축계획심의를 신청했다.

사업부지가 5000㎡ 미만이면 자연재해대책법상 사전재해영향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상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모두 피해갈 수 있다.

세대수가 50세대 미만이면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조례상 너비 10m 이상의 인접도로 요건도 피할 수 있다.

제주시는 D사가 나머지 5개사와 사실상 동일한 공동주택 단지를 건설하려는 것으로 보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인근 건설사업을 추진한 업체의 인적구성과 설립경위를 보면 동일한 건축사업으로 판단된다”며 “승인 거절은 공익상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각종 심의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쪼개기로 건축사업을 추진하다 소송까지 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시는 이번 승소 판결에 따라 관련 사업 승인취소의 명분을 확보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아라동에서도 최근 비슷한 방식의 건축허가 요청이 있었지만 반려처분을 내렸다”며 “내부 지침을 마련해 유사 사례에 대해서는 건축행위를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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