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밥상 이야기> (20) 과즐

noname01.jpg
▲ 과즐. ⓒ 김정숙

이번 설에도 넉넉히 과즐을 산다. 만들려면 하루를 다 투자해도 어림없는데 믿고 살 수 있는 업체가 가까운 지역에 있으니 편하다. 차례 상에도 올리고, 차와 함께 내기에도 좋고, 가족 친지들에게 싸 줘도 모두 반기는 식품이다. 산남지역으로 시집을 가서야 제주에도 한과가 있다는 걸 알았다. 친정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과줄’을 맛 본 것이다. 삶이 척박한 제주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한과가 제주에도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흥분했었다. 맛도 모양도 누가 만들었는지도 아닌, 단지 ‘제주형 한과’가 존재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3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제주한과, 제주과즐’로 완벽하게 살아나 있다.

한과는 우리나라의 전통과자를 말한다. 지금은 다르지만 평소에는 먹을 수 없고 잔치나, 제례 때나 볼 수 있는 귀한 과자였다. 강정, 다식, 과편, 유밀과 등으로 분류되는 한과는 곡류를 비롯하여 꿀, 기름, 꽃가루, 콩, 견과류, 과일 등 좋은 재료를 다 동원하여 만든다. 귀한 꿀과 조청, 기름을 사용하며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모양까지 화려한 음식에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주에는 가루를 반죽하여 기름에 튀기고 조청을 발라 쌀 튀밥을 묻힌 과줄이 유일한 한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남원, 표선 등 서귀포 동부지역에 몇 몇 과즐 만드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정말 다행하게도 지역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맥은 이어졌다. 좀 특별한 제수용품으로 알려지다가 이제 확실한 제주한과로 자리매김 했다.

제주 어디를 가나 쉽게 구 할 수 있고 인터넷 대형 쇼핑몰에서도 판매중이니 감개가 무량하다. 하마터면 사라져 버릴 뻔했던 향토자원이 아닌가. 과즐 만드는 사람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 상품도 다양해지고 일거다득이다.

밀가루 반죽이 손에 붙지 않을 만큼 되게 반죽하여 2밀리미터 두께로 밀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낮은 온도의 기름에서 서서히 익히고 건져낸다. 다시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색을 내면서 빨리 튀겨낸다. 조청을 뜨겁게 데워 튀긴 과즐에 바른 다음 쌀 튀밥을 묻혀낸다. 반죽이 너무 얇으면 잘 부서지고 두터우면 과자가 딱딱하다. 과즐은 공장과자에 길들여진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인공적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고 수작업에 의존하다보니 크기나 두께, 맛이 만드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소비자도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으니 그도 좋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옛날처럼 주재료가 제주산 밀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과즐은 아메리카노나 홍차와 잘 어울린다.

무릇 설은 옛 것과 오늘이, 동 서양이, 남녀노소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잘 어우러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 김정숙(시인)

김정
IMG_4694.JPG
숙 시인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출신이다.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서 당선됐다. 시집으로 <나도바람꽃>을 펴냈다. 젊은시조문학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일하다 2016년 2월 명퇴를 하고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에 ‘제주 밥상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식문화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