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칼럼]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의 전략적 자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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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신 스텔스구축함이자 ‘꿈의 전투함’으로도 불리는 ‘줌월트(Zumwalt)’ ⓒ제주의소리
세계 최강의 수상 전투함인 줌월트(Zumwalt)가 한국을 노크하고 있다. 6일 자 <한국일보>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말 우리 측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줌월트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전혀 언급되지 않던 최신 전략 자산이라 의외였지만 상시 배치든, 순환 배치든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최근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팟캐스트 <진짜안보>에 출연해, 미군 측으로부터 "줌월트를 한국에 배치하길 희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지만, 줌월트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는 '바다의 게임 체인저'로 불릴 만큼 막강한 공격격과 생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수량은 신형 이지스함의 1.5배인 1만 5000톤에 달하고 최첨단 다기능 레이더인 SPY-3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SM-6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80개의 수직발사대를 비롯해 2기의 155mm 함포, 그리고 대잠헬기인 MH-60R 2기나 1기의 MH-60R과 3기의 무인기를 탑재할 수 있다. 

또한 미 해군은 '레일건(railgun)' 탑재의 유력 후보로 줌월트를 고려 중이다. 전기와 자석의 힘을 결합한 레일건은 저렴한 비용과 최대 음속 7배에 달하는 속도로 인해 미군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줌월트'를 한국에, 그것도 제주해군기를 꼭 집어 배치를 타진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미 7함대 작전 장교를 지낸 데이비드 서치타(David J. Suchyta)는 2013년에 작성한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전략적 함의'(Jeju Naval Base: Strategic Implications for Northeast Asia)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주 기지 건설로 가장 위협을 받을 나라는 중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에게 커다란 유용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제주 해군기지는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일본과 중국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일본을 지원할 수 있다. (중략)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해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해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미 해군 일각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일찍부터 주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9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주한 미 해군 사령관을 지낸 리사 프란체티 준장이 이임식에서 "미 해군은 한국의 남쪽 휴양지인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함선들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과 무관하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해명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줌월트'의 배치까지 타진하고 나섰고, 정부는 이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렇다면 줌월트의 제주기지 배치가 추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바다의 사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줌월트를 배치하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공산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중국 심장부의 관문에 해당하는 제주 기지에 최강의 수상 전투함을 배치하면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는 거꾸로 중국에게는 전략적 비수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줌월트 배치가 실제로 이뤄지면 기지를 제공하는 한국에 대한 각종 보복 수단도 동원할 것이다. 

줌월트를 특칭(特稱)하지 않아도 이러한 문제는 일찍이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이 제주해군기지를 만들면 더 많은 기지를 원하는 미국과 반(反)접근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딜레마가 격화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국정 공백을 자신의 군사전략을 관철시키려는 행보를 멈춰야 한다. 황교안 권한 대행 체제도 최소한 줌월트 배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 야권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드에 이어 줌월트까지 한국을 노크하게 두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이 칼럼은 프레시안과의 기사 제휴에 따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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