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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는 9일 오전 10시 도청 4층 한라홀에서 크루즈·관광 전문가, 지역상권 협의체, 행정 유관부서 등 15명으로 구성된 '크루즈관광 질적성장을 위한 협의회' 등과 크루즈관광 질적 성장을 위한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크루즈 질적 성장 토론회'서 촘촘한 경제파급 제언 잇따라…FIT 확대, CIQ 단축 ‘한목소리’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양적 성장을 거두고 있는 제주크루즈관광산업. 그 이면에 동맥경화 지적을 받아온 크루즈관광을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 실핏줄을 선순환 시킬 수 있는 관광산업으로 이끌 수 있을지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체류시간 확대, 출입국세관검사(CIQ) 시간 최소화, 저가 단체패키지 관광패턴에서 개별관광객(FIT)으로의 전환 정책, 대형화 추세인 크루즈관광객의 지역상권 수용능력 확대, 면세점 위주의 현 크루즈관광객 쇼핑 구조개선, 크루즈산업 연계한 지역 농수축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전략 필요 등 많은 의제들이 터져 나왔다. 

궁극적으로는 ‘크루즈 관광 1조원시대’를 앞두고 원도심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상권 등 지역경제에 보다 촘촘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시급한 제도 보완이 요구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9일 오전 10시 도청 4층 한라홀에서 전성태 행정부지사 주재로 크루즈·관광 전문가, 지역상권 협의체, 행정 유관부서 등 15명으로 구성된 '크루즈관광 질적성장을 위한 협의회' 등과 크루즈관광 질적 성장을 위한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전 부지사는 개회 인사말에서 “제주 크루즈산업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그러나 지역상권과의 연계방안, 면세점 위주의 관광패턴 개선, 올 7월 개항할 서귀포 강정항을 중심으로 한 크루즈관광 인프라 문제 등 더 깊숙이 들어가 살펴야할 문제들이 많다”고 전제했다. 

이어 전 부지사는 “최근 도에서도 크루즈관광으로 인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을 공표한 바 있지만, 미흡한 점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고견을 내놔달라. 크루즈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크루즈로 고대 해상왕국 '탐라 부할'…촘촘한 지역경제 파급은 과제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기우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산업과장은 크루즈 관광시장 동향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및 현 실태와 문제점 등을 요약해 보고했다. 

그는 “지난해 120만명이 찾아온 제주크루즈 산업은 크루즈관광객 쇼핑금액, 항만수입, 민간수입 등을 모두 합쳐 총 6500억원의 파급효과가 있었지만, 크루즈선 체류시간이 8시간 미만으로 짧아 향후 개별관광객으로의 전환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김의근 (사)크루즈산업협회장은 제주 크루즈산업의 괄목할만한 성장 못지않게,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흡하다는 ‘싸늘한’ 지역여론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46개국 중 크루즈가 단 한차례라도 입항했던 국가는 16개국에 불과하고, 16개 국에 총 204곳의 기항지가 있다”며 “그 중 제주도에 기항한 크루즈선이 지난해 507항차(120만명)를 기록해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시아 크루즈 기항지 중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우연히 이룬 결과가 아니며 제주도와 유관기관·단체의 수많은 노력으로 이룬 것으로서 자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그러나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명 200만명 씩 올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있다.”면서 “과거 제주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탐라국 시절부터 동북아 해양실크로드의 중심이자 요충지였다. 제주가 크루즈를 통해 천년 만에 다시 해상왕국의 부활을 맞고 있다. 기회다.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촘촘하게 할지,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 등 당국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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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한 양적 성장을 거두고 있는 제주크루즈관광산업. 그 이면에 동맥경화 지적을 받아온 크루즈관광을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 실핏줄을 선순환 시킬 수 있는 관광산업으로 이끌 수 있을지 다양한 목소리가 9일 열린 토론회에서 잇따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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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는 9일 오전 10시 도청 4층 한라홀에서 크루즈·관광 전문가, 지역상권 협의체, 행정 유관부서 등 15명으로 구성된 '크루즈관광 질적성장을 위한 협의회' 등과 크루즈관광 질적 성장을 위한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설경희 한국관광공사 음식크루즈 팀장은 “지난해 제주도의 크루즈관광객 체류시간이 전년대비 짧아졌다. 정박 시간이 긴 크루즈선에 대한 우선 선석배정이 필요하고, 저가 패키지상품에 따른 무료관광지 위주 때문에 크루즈관광객들의 여행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유료관광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만족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8시간 이상 정박하는 크루즈선에 대해 우선 선석배정권을 부여하는 등 크루즈관광객의 육상 체류시간 확대 유도를 통해 지역경제 파급효과 늘리기에 부심하고 있다. 

정승훈 제주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크루즈선 기항 횟수 확대 ▷저가관광 패턴 개선 ▷제주 체류시간 확대 ▷지역상권 연계 방안 ▷무비자 크루즈관광객 무단이탈 사례 대비 ▷국내 연안크루즈관광 활성화시대 대비 등 크루즈관광산업 전반에 걸친 단기·중장기 별 맞춤형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드, 타지자체 공격지원 등 국내외 환경 제주크루즈관광 먹구름
 
양필수 제주관광공사 해외마케팅처장은 지역경제 파급효과 확대를 위한 지역상권의 크루즈관광객 ‘수용능력’ 확대와, 세계를 장기 운항하며 소비지출액이 높은 승객들을 태운 월드 와이드 크루즈 선박 유치를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가 세계적인 크루즈 기항지로 성장한 것은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위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제유가 급등, 중국과의 사드 갈등 등 국제적 문제와, 다른 지자체들의 크루즈관광분야 공격적 지원, 평창올림픽 개최에 따른 강원도 부각 등 국내에서도 제주관광이 결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기’임을 역설했다. 

양 처장은 “크루즈관광객은 한번 입항할 때마다 수천명의  대규모 인원이 내린다. 이들을 지역상권에 유도하려면 주차, 휴게 편의시설, 와이파이존 등수용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그런 수용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측면도 크다.”면서 “힘든 문제지만 루즈시장 다변화와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변환시켜야 하며 단체가 아닌 개별관광객들을 태운 월드와이드 크루즈선 유치에도 예산지원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승익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마케팅국장은 “제주도가 국내외 다른 항만에 비해 출입국세관검사(CIQ) 시간이 현재도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다. 체류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상권협의체 대표들의 ‘현장 목소리’가 잇달았다. 전통시장이나 특정 상권 중심이 아닌 제주 지역경제 전반에 크루즈 낙수효과가 미치도록 해달라는 주문과, 면세점만이 아닌 지역상권 전반과 크루즈관광 연계 방안, 마이너스 관광 등 저가크루즈 관광상품의 구조적 문제 시급한 해결 등이 주된 요지였다.  

신애복 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이나 원도심에 대한 유치방안 뿐만 아니라 신제주권 소상공인 등에도 관심 가져달라. 신제주 상권이 외형적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원일 제주동문재래시장상인회장도 “제주도에 미치는 크루즈관광객 경제효과는 롯데와 신라 등 재벌 면세점만 배불리고 있다”며 “시장 특성상 농수축산물 1차상품이 많은데 크루즈선에는 이들을 갖고 갈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식도락 위주의 상품 개발과 5월 개장 예정인 야시장 운영시간을 낮 시간대로 확대, 크루즈관광객 편의시설 마련 등에 올해 주력하겠다. 물론 마케팅에도 재래시장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영 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매일 제주도를 찾아오는 수천명의 크루즈관광객들이 면세점만 가도록 해선 안된다. 마이너스 관광 등 크루즈 관광상품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하고, “과거 성산일출봉도 패키지 여행상품 중심 일때는 주변 상권 별 도움 되지 않았지만 개별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됐다”며 마이너스 관광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주문했다. 

최용민 서귀포 매일올레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올 7월 개항하는 강정 크루즈항과 관련해 크루즈관광객들이 매일올레시장 등 지역상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행정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주변 1km 이내에 많은 관광지까지 있어 크루즈선에서 내려 시장에서 쇼핑과 음식을 즐기고 관광지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은 “제주가 크루즈관광을 산업 측면에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계절별로 경쟁력이 높은 제주도내 농수축산품의 선식 납품을 위한 노력과, 크루즈사관학교 운영 등 크루즈 청년인력양성에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동현 제이트립 사장은 현재 가이드에 전적으로 집중된 크루즈관광객 인솔 시스템 개선을 지적하며 크루즈관광객의 안전과 무단이탈 방지, CIQ 시간의 단축 등을 재강조했다. 

끝으로 김창선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국장은 “오늘 주신 수많은 제안과 과제들을 이 자리로 끝내지 않겠다. 다시 정리해서 해결과제를 수행해 나가겠다. 조목조목 공감가는 의견들이다.”라며 “다만 낙수효과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오해도 있는 것 같다. 도민사회에 크루즈관광산업이 지역경제 파급 효과에 대해 더욱 적극 알려 나가겠다”고 답했다. 

전성태 부지사는 토론 마무리 인사를 통해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들을 듣고 싶어 오늘 토론회를 마련했다”면서 “구슬이 아무리 좋아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오늘 나온 귀중한 의견들을 하나하나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 그것이 행정의 몫이라 생각한다”는 화답으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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