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20일 오후 3시35분 해경은 침몰 어선에서 실종된 김모(57.부산)씨를 발견해 구조했지만 숨졌다.
어창 가득 채워 가던 중 파도에 중심 잃고 침몰...구명정도 뒤집혀 생존자들 “하늘이 도왔다”

제주해역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278t급 근해대형 어선인 K호는 본선에서 넘겨받은 어획물을 싣고 부산으로 향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 당시 8명의 목숨을 구한 구명정마저 뒤집히면서 선원들이 겨울바다 속에서 1시간동안 구조물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버틴 사실도 확인됐다.

21일 해경과 생존자들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19일 0시28분쯤 서귀포항을 출항해 제주도 남부해역에서 선단을 꾸려 어획작업을 하는 본선으로 향했다.

선박에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설치돼 별도의 입출항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K호는 어획물을 넘겨받아 총 5개 어창을 대부분 채우고 부산으로 향했다.

제주동부 해역을 지나던 선박은 출항 이튿날인 20일 오후 1시29분 제주시 북동쪽 42km 부근 해상에서 무선통신(SSB) 비상조난 주파수로 조난신호를 보냈다.

2.jpg
2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시 우도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42km 떨어진 해상에서 부산선적 K호가 침몰했다.
187686_215497_2600.jpg
20일 제주 동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K호 선원 8명이 탄 해경 함정이 오후 11시께 제주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해경은 선박통합모니터링시스템상 사고선박 위치를 처음 확인했다. 이후 6분만인 오후 1시35분 선박통합모니터링시스템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사라졌다.

출항시 사고 해역에 풍랑특보는 없었지만 침몰 당시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4∼5m 높이의 파도가 치고 있었다. 순간최대풍속 20m/s 안팎의 강풍도 몰아쳤다.

강한 파도에 선박이 기울어지며 앞쪽 부분에 침수가 발생하자 선원들은 곧바로 탈출을 결심했다. 악천후 속에 선원들은 서로 힘을 합쳐 구명정을 바다로 투하시켰다.

한 생존자는 “파도에 배가 중심을 잃더니 곧바로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짧은 시간에 퇴선을 결정하고 구명정 손잡이를 잡아당긴 후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구명정은 정상적으로 바다에 떨어졌지만 공교롭게도 파도에 뒤집혔다. 바다에 몸을 던진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구명정에 연결된 줄을 잡고 생사의 몸부림을 쳤다.

승선원 10명 중 8명은 가까스로 구명정을 부여잡고 얼음장 같은 겨울바다에서 1시간을 버텼다. 반면 김모(57.부산)씨와 조모(66.부산)씨 2명은 끝내 구명정에 오르지 못했다.

187686_215498_2601.jpg
20일 제주 동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K호 선원 8명이 탄 해경 함정이 오후 11시께 제주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3.jpg
▲ 생존자들이 21일 오전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은 구조신고 직후 사고 해역 인근 상선의 지원을 요청했다. 오후 2시21분 어선 3척이 사고 해역에 도착해 오후 2시29분 표류중인 구조정을 처음 확인했다.

어선들은 힘을 합쳐 구조정에 매달린 8명을 연이어 구조했지만, 나머지 2명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계속되는 수색과정에서 해경은 오후 3시35분 구명조끼를 입은채 표류중인 김씨를 헬기로 구조해 제주시내 한라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오후 4시15분 숨졌다.

유일하게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수색 이틀째인 21일 오후 1시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은 항공기와 함정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선장 김모(59.부산)씨 등 생존 선원들을 상대로 사고 당시 선박상태와 침몰 경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 어선의 선박검사증서에 과적 관련 기준이 있는지 여부와 어획물 운반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지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