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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섭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수사계장이 21일 오후 4시 회의실에서 선박 침몰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종합] 복원력 잃자 10분만에 대형어선 ‘침몰’....선장 대처로 8명 살았지만 2명은 사망-실종

제주해역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278t급 근해대형선박 어선인 K호는 거대한 파도로 어창이 물이 잠기면서 복원력을 잃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장의 발 빠른 대처로 8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구명정에 오르지 못한 요리사와 선원 등 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K호 선장 김모(59.부산)씨를 업무상과실치사와 선박매몰죄 혐의로 21일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K호는 19일 0시28분 서귀포항을 출항해 11시간만에 약 112km 떨어진 해상에서 선단을 만나 본선으로부터 어획물을 넘겨받아 부산으로 향했다.

선박은 서귀포항을 떠난지 37시간만인 20일 오후 1시29분 제주시 북동쪽 42km 부근 해상을 지나던 중 2~3차례에 걸쳐 거대한 파도를 맞았다.

지상으로 솟구친 선박 앞부분(선수)이 다시 바다로 하강하는 과정에서 파도가 어창(고기를 보관하는 곳)을 덮치면서 총 5개의 어창이 바닷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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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침몰과정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선원들이 21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순식간에 어창이 위치한 선수쪽에 무게가 쏠리면서 선박은 그대로 바닷 속으로 곤두박질쳐졌다. 복원력을 잃은 선박은 중심을 잡지 못한채 결국 가라앉기 시작했다.  

선장 강씨는 오후 1시쯤 비상벨을 누르고 선원들을 선수로 집합시켜 배수작업을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오후 1시29분 무선통신(SSB) 비상조난 주파수로 조난신호를 보냈다.

선원들에게는 구명조끼를 입도록 하고 퇴선명령을 내렸다. 선장과 선원들은 곧바로 구명정으로 이동해 구조장비를 바다에 투하시켰다.

선원 10명 중 8명은 바다에 몸을 내던졌다. 이 과정에서 구명정이 뒤집히면서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줄을 잡아 1시간 넘게 겨울바다와 싸웠다.

그 사이 선박은 빠른 속도로 침몰했다. 실제 구조신고 6분만인 오후 1시35분 해경 선박통합모니터링시스템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는 사라졌다.

출항시 사고 해역에 풍랑특보는 없었지만 침몰 당시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4∼5m 높이의 파도가 치고 있었다. 순간최대풍속 20m/s 안팎의 강풍도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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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존자는 “파도에 배가 중심을 잃더니 곧바로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선장이 퇴선을 결정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직후 선원들이 배수작업을 시도했지만 어렵자 퇴선을 결정했다”며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도에 의한 복원력 상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과적의혹에 대해서는 “재화중량톤수를 적용하면 과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수가 선수 부분에 위치한 어창에 밀려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선원 10명 중 8명은 가까스로 구명정을 부여잡고 버틴 끝에 1시간에 민간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반면 김모(57.부산)씨와 조모(66.부산)씨 2명은 끝내 구명정에 오르지 못했다.

김씨는 20일 오후 3시35분 해경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선박 요리사인 조씨는 탈출 과정에서 선체에서 가장 늦게 나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채 실종됐다.

안진섭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수사계장은 “선원 수사가 끝나는대로 선사측 관계자를 불러 사고경위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정확한 침몰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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