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고태민(애월, 바른정당)

논어에 ‘계지재득 견리사의’(戒之在得, 見利思義)라 했다. 얻는 것에 있어 조심해야 하고, 이익을 볼 때 의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지금 제주항공사가 곱씹어야 할 이야기다.

제주항공사가 지난 2007년 6월 제주도민을 채용하기 위해 서울지사에서 이전한 예약센터(콜센터) 폐쇄를 시도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사 사무실은 외주업체 예약센터와 지역본부 일부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는 페이퍼 컴퍼니 수준일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는 본사가 있는 제주는 제외하고 김포와 인천공항을 주요 거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주항공사의 행태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서 제주항공 탄생 배경을 돌아보자. 항공사들의 자의적 요금 인상과 노선 감축·폐지 등 운항정책에 휘둘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사회는 이런 항공사들의 횡포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심정으로 분연히 일어났다. 4년의 노력 끝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인 50억원의 도민혈세를 출자하면서 2005년에 설립시킨 것이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이 오늘날 국내 저가항공업계 1위업체로 성장할 때까지 도민들의 제주항공 사랑은 계속됐다. 항공사의 이름에 ‘제주’가 붙어 있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졌고 제주도민이라면 제주항공을 타야한다는 의무감마저 가졌다. 심지어 공무원들에게는 육지부 출장 시 제주항공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면서까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와 같이 도민들은 제주항공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에 이르기까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제주항공사가 도민들을 고용하기 위해 이전한 예약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하고, 기업 활동 전체의 지휘명령 중심적 지위를 가진 본사가 페이퍼컴퍼니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제주도정에서는 제주여성들이 타 지역과 비교해 표준어에 익숙하고 사투리가 강하지 않다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KT, 다음, 넥슨 등 다섯 개의 명성이 높은 기업 콜센터를 유치, 현재 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제주항공사는 제주예약센터를 서울 예약센터와 합칠 게 아니라 오히려 본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제주센터로 통합하는 것이 순리다.

또한 “직원들의 이직이 많다. 구인이 어렵다”고 탓 할 것이 아니라 좋은 근무 환경을 마련하고 직원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제주항공사가 예약센터 폐쇄 여부는 외주업체 문제이지 자기들과는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외주를 준 갑(甲)을 무시하고 을(乙)인 외주업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모두 알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모태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이다. 낳아준 부모에게 나이 들어 힘이 없다고 보은하진 못할망정 내팽개치는 경우와 다름이 없는 참으로 도리에 어긋나다는 것이다.

지난 2월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7476억원, 영업이익 587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는 제주예약센터 문제가 단순히 53명의 직원에 대한 고용관계 문제가 아니라 65만 도민에 대한 신뢰관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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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민. ⓒ제주의소리
동종 업체인 에어부산은 지역에 사옥까지 짓는 등 부산시민의 기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제주항공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또 출범당시에 제주도와 체결한 협약서에 의거 제주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제주도민들의 사랑받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태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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