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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덕정, 서문 복원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상인들이 23일 삼도2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주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복원 사업 반대 주민토론회 개최...“4월 국토부 심의 통과되면 계획 못 바꿔” 우려

제주 관덕정 광장, 서문 복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목소리를 한 데 모았다. 이들은 “제주도의 복원사업은 주민과 상인들 의사를 무시한 비민주적인 계획”이라며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관덕정 광장 및 서문 복원에 대한 주민 토론회’가 23일 오후 2시 삼도2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관덕정 광장·서문 복원 사업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련된 자리다. 주민센터 회의실이 가득 찰 만큼 관심도 높았다.

토론회를 주관한 하성엽씨는 관덕정 일대서 나고 자라 현재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이다. 그는 관덕정·서문 복원 계획이 ▲주민 설명 부족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기능 상실 ▲행정 주도의 비민주적 계획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씨는 “지금도 관덕정 인근 의료기관, 건물 임차인,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복원 계획을 몰랐다는 의견이 많다”며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도 주민과 행정 사이에 매개자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제주도 계획을 관철시키려는 대변인에 불과하다. 진정한 도시재생이라면 구성원 의견을 모아서 계획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실상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내는 비민주주의적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 과정도 불투명하고 내용도 부실한 복원계획은 재검토 돼야 하며 주민 신뢰를 잃은 도시재생지원센터 역시 재정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도2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병호씨는 “지금 복원계획은 주민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됐다. 탐라문화광장, 탑동광장이 있는데 왜 또 광장을 만드느냐”며 “제주도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앞세워 주민들과 만나면서 도의회에 ‘원도심 도시재생 전략계획 및 활성화 계획(안) 의견 제시의 건’을 제출한 건 앞뒤가 다른 태도”라고 분개했다.

또 “원희룡 도정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 주민을 속여가면서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뭐냐. 원 지사의 치적 때문인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답답하다”며 “앞으로 벌어질 사회갈등을 행정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주민을 생각하면 복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그냥 지금 이대로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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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참석자들은 복원 사업이 절차, 내용 모두 문제가 있다면서 제주도가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건축업을 하면서 4대째 원도심에서 살고 있는 고봉수씨는 “정상적이라면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충분히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계획이 만들어지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계획이 만들어지고 나서 센터가 출범하는 모양새”라며 “답을 만들고 나서 맞춰나가다보니 주민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씨는 또 “주민들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9월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원도심 재생사업 설명회에 가보니 참석자 1/3은 공무원이고 주민은 별로 없었다. 그 모습에 ‘이대로는 큰일나겠구나’ 생각해서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며 “작은 것부터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자. 관덕정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고 싶다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라. 그래도 주민이 호응하지 않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유인물까지 만들어 반대 입장을 알리기 위해 주력했다. 유인물에는 “제주도는 원도심 재생 계획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3월에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심의를 올릴 계획”이라며 “사업안이 국토부 심의에서 통과돼 4월에 확정고시되면 이 사업은 바꾸거나 번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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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주민토론회에 등장한 관덕정 광장 복원 사업 반대 유인물. ⓒ제주의소리

관덕정·서문 복원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제주시원도심사람들’을 만드는 등 우호적 여론 조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또 주민의견을 모아서 행정에 적극 전달하자는 입장도 나왔다.

제주도는 중앙로터리에서 서문로터리를 잇는 폭 25m, 길이 500m의 관덕정 앞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 일대를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투입되는 예산은 65억 4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원도심(성내) 재생사업도 국비 포함 총 3577억원이 투입돼 추진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는 관덕정 광장 및 도심올레길(성굽) 조성사업, 이야기가 있는 한짓골.옛길 조성사업, 서문(진서루)일원 복원사업, 원도심 상가·문화 예술 지역상생 지원센터 사업 등 40여개다. 

한편 제주도는 도의회에 ‘원도심 도시재생 전략계획 및 활성화 계획(안) 의견 제시의 건’을 제출했지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15일 주민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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